중국 반도체 회사 SMIC(中芯國際·중신궈지)가 올해 5조 원에 가까운 투자를 단행한다.
화웨이(華爲)에 이어 미국의 견제를 받으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생산 및 연구개발 투자를 통해 첨단 기술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5일 제일재경(第一財經) 등에 따르면 SMIC는 전날 발표한 4분기 실적 보고서에서 올해 43억 달러(약 4조8천억 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SMIC는 투자금 중 대부분을 현 주력 제품 생산 능력 확충에 쓰고 나머지 일부를 선진 미세공정 반도체 연구개발과 신규 생산 시설 건설에 쓰겠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는 최근 들어 선진 공정으로 구분되는 14㎚ 제품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주력 제품은 아직 55㎚, 65㎚, 0.15㎛(마이크로미터), 0.18㎛급의 이른바 `성숙 공정` 제품이다.
작년 4분기 SMIC의 매출과 순이익은 각각 66억7천100만 위안과 12억5천2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각각 10.3%, 93.5% 증가했다.
SMIC는 중국의 거의 유일한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업체다.
미국 정부의 제재로 세계 1∼2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와 한국 삼성전자가 작년부터 화웨이와의 거래를 완전히 끊으면서 중국의 유일한 대형 파운드리사인 SMIC의 전략적 위상은 더욱 높아졌다.
중국 정부는 이 회사에 대규모 직접 투자를 단행하고, 파격적 세제 혜택 등 온갖 수단을 동원해 SMIC를 육성 중이다.
거꾸로 미국은 작년부터 SMIC를 향한 촘촘한 제재망을 새로 구축하면서 견제에 나서고 있다.
미국 국방부와 상무부는 각각 SMIC를 별도의 블랙리스트에 올렸다.
이 때문에 SMIC는 미국에서 반도체 장비와 원료 등을 구하는 데 영향을 받고 있다. 또 미국 정부는 자국 개인과 기관의 SMIC 투자를 막아 자금줄도 조이고 있다.
미국의 제재 초점은 특히 SMIC가 첨단 미세공정 기술을 획득하는 것을 저지하는 데 맞춰져 있다.
회로선 폭이 좁은 미세공정 반도체일수록 전력 소비를 줄이고 부피를 작게 만들 수 있어 고가 스마트폰 같은 소형 전자제품에 꼭 필요하다.
미국과의 기술 전쟁 와중에 기술 자립에 사활을 건 중국은 계속해서 미세공정 기술 확보를 위한 돌파구를 마련하는 데 주력한다.
SMIC 공장이 있는 상하이시 정부는 최근 개최된 시 인민대표대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연내 12㎚ 선진 공정이 적용된 반도체를 대량 양산하겠다는 내용을 넣었는데, 업계에서는 이런 목표가 SMIC와 관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도체는 미국과 신냉전을 벌이는 중국의 가장 큰 약점이다.
컴퓨터용 중앙처리장치(CPU)와 스마트폰용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같은 비메모리 반도체 외에도 중국은 디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제품도 거의 전적으로 한국, 미국 등지에서 수입한다.
블룸버그 집계에 따르면 작년 중국의 반도체 수입은 전년보다 14% 증가한 3천800억 달러(약 423조5천479억 원)에 달했다. 이는 작년 중국의 전체 수입액 중 약 18%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