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신년기획 `스탁사피엔스`, 오늘은 은퇴 이후 삶을 본격 시작하는 `실버 세대`의 이야기를 준비했습니다.
소득은 줄어드는 데 세금과 병원비는 갈수록 지출이 커져가는 은퇴 세대.
`주식투자`가 노후자금을 지키기 위한 대안으로 떠올랐습니다.
다만 과도한 쏠림은 돌이킬 수 없는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우려도 커지고 있습니다.
이민재 기자가 알아봤습니다.
<기자>
최근 운영하던 학원을 정리하고 은퇴의 길로 접어든 60대 김경희씨.
은퇴 자금을 어떻게 불릴까 고민하던 차에 처음으로 증권사 계좌를 만들었습니다.
[인터뷰] 김경희(61) / 서울 마포구
"뉴스에서 다루기도 하고 은행에 돈을 넣어도 이율이 별로 없고 하니까 사회에서 은퇴를 해서 조금씩 시작하려고 (증권사 계좌를) 개설하러 왔습니다."
60대 이상 실버 세대가 증시에 몰리는 이유는 무엇일까
지난해 4월 팬데믹 이후 코스피가 2배 이상 오르는 상승장을 보이면서 보수적인 실버 세대가 움직였습니다.
실제로 지난해 대형 증권사 6곳 기준 60대 이상 실버 세대 계좌는 35만개 늘었습니다.
2030세대와 비교해 비중은 작지만 한 계좌당 금액은 3천만원 이상으로 가장 많습니다.
SK바이오팜 등 IPO(기업공개) 대어들의 공모 청약에서 `잭팟`이 터졌다는 소식도 실버 세대의 기대감을 키웠습니다.
대표적으로 빅히트엔터테인먼트 공모 청약을 보면 60대 이상이 17%를 차지했고 투자 금액은 33%로 가장 큰 손입니다.
예금에만 묶여 있던 노후 자산이 다양한 투자처로 옮겨가는 것은 긍정적입니다.
다만 실버 세대가 주식 투자의 비중을 과도하게 늘리는 것에 대해서는 우려가 제기됩니다.
노후를 책임질 자금이라는 점에서 대박을 꿈꾸며 주식에 베팅하기보다는 안정성에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입니다.
<인터뷰> 김진웅 / NH투자증권 100세시대연구소 소장
"60대 이상은 무리한 투자가 되지 않기 위해 세심한 주의가 필요합니다. 모아놓은 노후 자금에서 투자를 하고 싶다면 이론적으로는 50% 선까지는 괜찮다고 하지만 30%선을 넘지 않았으면 합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실버 세대의 주식 쏠림을 말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주식 외에 다른 투자처를 찾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당장 퇴직 연금은 노후를 책임지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국민연금의 부부 평균 월 수령액은 100만원보다 적어 안정적인 최소 월평균 생활비인 200만원에 턱없이 못 미칩니다.
퇴직연금 평균 운용수익률은 1% 대로 역시 미흡합니다.
<인터뷰> 조남희 / 금융소비자원 원장
"너무 등한시 하고 관심이 없게 만든 환경 때문에 사실은 퇴직연금에 대해서 가입자들이 나중에 그것을 혜택을 보려고 하니까 실질 혜택이 너무 작은데 실망합니다. 투명성을 높여주고 과감한 투자를 해서 실질적으로 이익을 볼 수 있는 노후에 도움이 될수 있는 실질적인 연금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여윳돈을 사모펀드에 투자할까 고민해보지만 최근 대규모 손실 사태를 생각하면 꺼림직합니다.
라임자산운용 펀드에 투자한 60대 이상 개인의 계좌 수는 전체 46%, 절반에 달합니다.
이런 과정에서 자칫 다단계, 불공정거래에 노출되기도 하는데 관련 피해자 중 60대 이상은 57.8%로 절반을 웃돕니다.
전문가들은 불완전판매 등에 대한 금융당국의 감독, 감시 강화와 더불어 퇴직 연금 시장에 대한 대대적인 지원과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읍니다.
또 정부가 진행 중인 장기 주식 보유 세제 공제 방안과 ISA 제도 개편 등을 통해 분산 투자의 기틀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인터뷰> 김경록 /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소장
"장기로 자산을 보유했을 때 세제 혜택을 주게 된다면 나이가 든 사람들도 시각을 장기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그런 인센티브가 생기지 않을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자산을 많이 가진 계층이 60대 이상이니까 시야를 길게 볼 수 있는 그런 장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윈윈입니다. 개인, 국가에게 좋습니다."
2100년 한국인 기대 수명은 92.5세.
실버 세대가 안정적으로 노후 자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주식 외 투자처를 늘리고 이에 대한 분산 투자를 장기간 유지할 수 있는 여건 개선이 절실합니다.
한국경제TV 이민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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