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에 따르면 결혼 20년 이상 된 부부의 이혼이 꾸준히 늘고 있다. 과거에는 신혼부부의 이혼이 가장 많았으나, 2012년 이후부터 황혼이혼이 연령대별 이혼 건수 1위로 올라선 것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 및 재산분할 제도 개편 등으로 여성들의 경제적 지위가 향상됐고, 고령화사회로 인해서 황혼 이혼에 대한 사회적 편견이 줄어든 것이 주요 원인으로 보인다.
의정부·남양주 지역 일대서 이혼 분야 법률 자문을 맡은 문건희 가사전문변호사는 “자식을 위해 배우자와 불화가 있더라도 참고 살던 `베이비붐 세대`가 뒤늦게라도 개인의 삶을 찾으려 하면서 중년 이상의 이혼이 늘고 있는 추세”라면서 “혼인 기간 4년 이하의 신혼 이혼이 미성년자녀 양육과 위자료 등을 정리해야 한다면, 혼인 기간 20년 이상의 황혼이혼은 재산분할을 두고 크게 대립한다”고 말했다.
상대적으로 황혼이혼은 부부 양측이 공동으로 형성한 재산의 규모가 크고, 그 형태 또한 부동산과 예금, 연금, 예물 등 다양해 분할 방법 및 필요한 입증 내역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보니 여러 부부가 이혼을 앞두고 각서를 작성하곤 한다.
그러나 이러한 각서는 상징적인 성격의 것이 많다. 이혼 과정에서 증거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법적 효과를 직접 인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고법 가사2부는 부부가 협의이혼을 전제로 재산분할에 합의한 뒤 이를 바탕으로 공정증서로 작성했을지라도, 부부가 재판상 이혼을 하게 되었다면 해당 재산분할 협의는 아무 효력이 없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문 가사전문변호사는 “우선 가정법원이 이혼 당사자의 청구에 따라 재산분할의 재판을 하는 경우는 부부간 협의가 성립되지 않거나, 갈등이 커 협의에 이를 수 없을 때”라며 “이혼 당사자인 부부 사이에 재산분할에 관한 협의가 성립돼 있다면 당사자 일방의 재산분할청구가 있더라도 해당 소송은 구의 이익이 없어서 각하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예외 사례도 있다. 문 가사전문변호사는 “위 사례처럼 협의이혼을 전제로 재산분할 합의 공정증서를 작성했는데 재판상 이혼을 진행하게 된 경우라면 당사자의 일방이 합의내용 일부를 이행하지 않은 것에 해당함으로 합의를 해제하고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협의이혼에서 재판상 이혼으로 합의내용 일부가 변경되면서 기존 재산분할합의가 적법하게 해제됐기 때문이다.
이같은 판례는 재산 포기 각서 등을 쓰고 이혼을 했더라도 그 조건에 충족되지 않았다면 다시 소송을 통해 따져볼 길을 존재한다고 풀이할 수 있다. 다만, 재산분할 청구는 이혼한 날로부터 2년 내 진행돼야 하는 만큼 꼼꼼하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렇다면 협의이혼하면서 “서로 재산분할 없이 그냥 이대로 이혼하자”라고 합의하는 경우는 어게 될까? 실제로 자주 벌어지는 상황이긴 한데, 의외로 추후 재산분할청구소송이 벌어질 여지가 적지 않다. 구두로만 합의하고, 약정서를 남겨두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 경우, 이혼 후 2년 내에, 뜬금없이 상대방으로부터 재산분할청구소송을 제기당해 당황하는 당사자들이 왕왕 발생한다. “재산분할 청구 서로 하지 않기로 했는데”라면서 억울해들 하지만, 실제 이를 뒷받침할 증거가 남아있지 않은 까닭이다. 위와 같은 위험성 때문에라도, 재산분할청구 없이 협의이혼하기로 한 때라도 반드시 가사전문변호사 등 법률전문가로부터 조언을 구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문건희 가사전문변호사는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