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트럼프 시위자들의 의회 난입 사태와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직무를 박탈하기 위한 수정헌법 제25조 발동 요구가 잇따르고 있지만,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이를 반대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 등 미 언론이 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에 따라 수정헌법 25조 발동은 사실상 물 건너가게 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민주당은 펜스가 거부할 경우 `우크라이나 스캔들`에 이은 제2의 탄핵을 추진하겠다고 발표, 임기를 13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퇴진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날 뒤늦은 승복 선언이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NYT는 펜스 부통령과 가까운 인사를 인용, 이러한 입장을 보도하면서 펜스 부통령이 의회에 자신의 입장에 대해 알릴지는 불투명하지만, 그의 이번 결정은 여러 내각 인사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 내각 인사들은 수정헌법 25조 발동 시도가 워싱턴의 현 혼돈 상태를 억제하기보다는 가중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한 공화당 고위 관계자가 NYT에 밝혔다.
이와 관련, 펜스 부통령과 가까운 한 공화당 인사는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따라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는 문제에 대해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펜스 부통령의 참모도 펜스 부통령의 수정헌법 25조 발동 입장을 확인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과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이날 밤 공동성명을 내고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기 위해 펜스 부통령과의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지금까지 아무런 답을 듣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며 압박 수위를 높였다.
이들 민주당 투톱은 성명에서 "우리는 반란의 조장 및 그가 여전히 가하는 위험을 이유로 대통령을 해임하기 위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촉구하기 위해 오늘 아침 펜스 부통령에게 전화를 시도했으나 아직 회신(콜백)을 얻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의 위험하고도 심각한 행위로 인해 즉각적인 해임이 필요하다"며 "우리는 가급적 빨리 그로부터 소식을 듣기를, 그리고 그와 내각이 헌법과 국민에 대한 선서를 지킬지에 대한 긍정적인 답을 얻게 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민주당 인사들에 더해 일부 공화당 인사들까지 가세, 트럼프 대통령의 축출을 주장하며 펜스 부통령에게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더해 일부 행정부 관계자들 내부에서도 수정헌법 25조 발동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고 미언론이 보도한 바 있다.
전날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조 바이든 미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승리 최종 확정을 위한 상·하원 합동회의를 저지하려고 의회에 난입, 초유의 폭력 사태를 벌인 것과 관련, 대선 결과에 불복하며 이를 조장해온 트럼프 대통령에게 근본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수정헌법 25조가 발동되면 오는 20일 트럼프 대통령이 퇴임할 때까지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된다. 25조 발동을 위해 의회에 대통령의 직무 수행 불능을 선언하려면 펜스 부통령과 내각의 과반수 동의가 필요하다.
키를 쥔 펜스 부통령이 거부 입장을 보임에 따라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통한 트럼프 해임 카드는 일단 소멸할 가능성이 커졌다.
펜스 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의 이인자로서 지난 4년간 충실한 조력자 역할을 해 왔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끈질긴 대선 결과 뒤집기 압력을 거부한 채 전날 합동회의를 주재, 바이든 승리를 인증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사실상 정치적으로는 결별한 상태이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가 2주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수정헌법 25조 발동을 통해 그를 끌어내릴 경우 혼란이 더욱 심해지고 안보 공백 등이 커질 수 있다는 판단 등을 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펠로시 하원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펜스 부통령이 수정헌법 25조를 발동하지 않을 경우 탄핵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다만 바이든 당선인은 수정헌법 25조 발동이나 탄핵안 추진에 대해서는 거리를 두며 취임 준비에 집중하는 흐름이어서 민주당의 퇴진 드라이브가 어느 정도 탄력을 받을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관측도 있다.
민주당이 탄핵 드라이브를 가속화하고 있지만 중도층 이탈 및 국론 분열 심화 등 역풍을 감안, 실제 행동에 옮길지는 더 봐야 한다는 분석도 일각에서 나온다.
대선 이후 버티기로 일관해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지지자들의 의회 난입 폭력 사태에 따른 퇴진 요구가 고조되고 우군들도 등을 돌리는 등 후폭풍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거세지자 이날 밤 영상 메시지를 통해 새 행정부의 1월 20일 출범을 인정하면서 질서 있는 정권이양 보장 입장을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