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연말엔 친구들을 한 번씩 만나는데 이번엔 결국 못 보게 돼 어떻게 고마운 마음을 전할까 하다 손편지를 썼어요."
대전에 사는 주부 김현경(28) 씨는 지난해 세밑 친구들에게 자필 연하장과 립스틱 선물을 담은 소포를 보냈다.
18개월 된 아들이 있어 외출이 더욱 조심스러웠다는 김씨는 2일 "랜선으로 친구들 얼굴을 보긴 했지만 그래도 아쉬움이 남아 정성 들여 편지를 썼다"며 "오랜만에 아날로그 감성을 담아 위로와 응원을 보낼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연말연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지역 간 이동과 대면 만남이 어려워지자 종이 연하장에 직접 손으로 쓴 메시지를 담아 보내며 아쉬움을 달래는 이들이 많아졌다.
취업준비생 정모(25) 씨도 작년 12월 31일 저녁 터치펜으로 아이패드에 글을 적고 그림을 그려 연하장을 직접 만든 뒤 따로 사는 가족과 평소 고마웠던 선배 등 10명에게 발송했다.
정씨는 "지난 한 해 내내 코로나 때문에 가족 얼굴마저 잘 못 봤고 약속을 미루다 결국 못 본 분들도 많다"며 "카톡이나 문자로만 새해 인사를 보내기보다 이렇게 정성을 담아 쓴 편지를 받으면 조금이라도 아쉬움이 덜어지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손편지까지는 아니어도 예년에 써오던 메시지에 한층 더 공을 들인 이들도 있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목사 안용수(67) 씨는 작년 세밑 오전 A4용지 2장을 가득 채워 `2021년 희망 메시지`라는 제목의 편지를 PC로 작성하고 사진을 찍어 주변인 150여 명에게 문자메시지로 보냈다.
안씨는 "작년에는 주변 친지 몇 명에게 문자로 두어줄 써서 새해 인사를 하고 말았는데, 올해는 코로나로 얼굴도 많이 못 본 데다 너무 절망이 가득했던 해여서 꼭 희망과 위로를 전하고 싶은 마음에 정성을 담아 쓰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의 연하장이나 카드 판매량 추이도 이런 분위기를 일부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서울 구로구의 한 편지지 업체 관계자는 "2019년에는 회사나 단체의 대량 구매가 많았는데, 2020년 연말에는 업체 주문은 줄었지만, 개인이 많이 사 가는 사례가 늘어 전체 판매량이 작년과 비슷했다"고 말했다.
동작구의 편지지 업체 관계자도 "2010년대 들어 매년 카드 판매량이 줄어드는 추세였는데, 2020년 판매량은 2019년과 큰 차이가 없다"고 했다.
직접 쓴 연하장을 받아든 이들은 정성이 느껴져 더욱 반갑다는 반응을 보였다.
지난 연말 친구에게서 연하장을 받았다는 신모(32) 씨는 "손편지를 받아본 건 학창 시절 이후 처음이라 신기하고 반갑다"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메시지와 다르게 친구의 흔적이 느껴지는 손글씨를 보니 더 정성스럽게 느껴지고 고마워서 답장도 하려 한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