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8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가진 온라인 이임식에서 “집 걱정을 덜어 드리겠다는 약속을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 마음이 무겁고 송구하다”고 밝혔다.
김 장관은 그러면서도 “임대차 3법 통과로 머지않아 주거안정이 실현될 것으로 믿는다”며 “재정 당국과 잘 협력해 누구나 살고 싶은 평생주택을 꼭 만들어 달라”며 임대주택 공급과 질적 수준 향상을 당부했다.
다음은 전문이다.
사랑하는 국토교통 가족 여러분, 김현미입니다.
마침내, 이런 날이 오는군요.
2017년 6월 23일 취임식을 가진 이후 오늘로 3년 반, 1285일입니다.
그사이 여기 계신 차관님, 실장님, 국장님들..
흰머리도, 눈가의 주름도 많이 늘었습니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장관과 간부, 직원의 관계라기보다 무수한 전투를 함께 치러낸 전우였습니다.
취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광역버스 대형 교통사고가 발생했고, 타워크레인 사고로 안타까운 죽음이 이어졌습니다.
항공사 값질 문제로 전국이 들썩였고, BMW 화재로 하루하루 가슴을 졸였습니다.
타다 문제로 택시기사님들의 안타까운 분신, 그리고 KTX 강릉선 탈선 사고도 터졌습니다.
여러분도 저도, 잠을 이루기 어려운 시간들이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사고의 원인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특히 전통산업인 건설·택시·화물차 등은 산업구조의 구조적 모순과 함께 첨예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2003년 물류를 멈춰 세상을 바꾸겠다는 화물연대 총파업 이후 17년 만에, 화물차 안전운임제를 도입했고, 1999년 헌법불합치 판정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했던 장기미집행공원 부지의 상당 부분을 지켜내는 성과도 이뤘습니다.
용산공원은 2003년 평택이전 합의 후 17년 만에 기지반환과 공원조성을 향한 역사적인 첫발을 떼었습니다.
건설업의 칸막이식 업역 혁파는 45년 만에, 고 김대중 대통령님의 대선 공약이었던 택시 완전월급제는 30년 만에 실현됐습니다.
참고로 제가 62년생인데, 제가 태어났을 때 만들어진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은, 무려 58년 만에 모빌리티 혁신법으로 다시 태어났습니다.
뜻깊은 것은, 이렇게 수십 년 동안 해묵은 문제를 정부와 국회, 업계, 그리고 시민사회가 치열한 소통과 협력을 통해 사회적 대타협으로 해결했다는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한 시간에 부족함도 있었겠지만, 적어도 당면한 과제를 미루거나 회피하지 않았다는 점만큼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저는 이제 여러분께 미완의 과제를 남기고 떠납니다.
특히, 집 걱정을 덜어 드리겠다는 약속을 매듭짓지 못하고 떠나게 되어, 무척 마음이 무겁고 송구합니다.
그러나 수도권 127만호 공급 기반을 확충하고 31년 만에 임차인의 거주권을 2년에서 4년으로 보장하는 임대차 3법이 통과된 만큼, 머지않아 우리 국민들의 주거안정은 꼭 실현될 수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올해는 선진국 수준의 장기공공임대주택 재고율 8퍼센트를 달성한 매우 의미 있는 해입니다.
2022년에는 200만호, 2025년에는 240만호로, 무주택 800만 가구에 큰 힘이 될 것입니다.
이제는 임대주택의 질적 수준도 중요합니다.
재정당국과 잘 협력해서 충분한 면적과 품격을 갖춘 누구나 살고 싶은 평생주택을 꼭 만들어 주시기 바랍니다.
또 하나 부탁드릴 것이 있습니다.
국토교통의 미래인 자율차, 드론, 스마트시티, 공간정보는 물론 전통적인 건설·철도·항공·물류 산업까지, 우리의 노력과 정성을 필요하지 않는 분야가 없겠지만, 그 혁신의 성과는 그곳에서 일하는 분들의 생활과 안전이 보장될 때 빛을 발한다는 것을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건설노동자 임금직불제와 기능인 등급제, 버스 준공영제, 택시 완전월급제가 제대로 안착할 수 있도록 살펴주시고 이제 막 상임위 문턱을 넘은 생활물류법이 택배 종사자의 실질적인 처우개선으로 이어지도록 성심을 다 해주시기 바랍니다.
힘든 환경에서 일하시는 우리 도로 보수원, 공항 지상조업 근로자에게도 관심을 기울여 주시면 좋겠습니다.
국토교통 가족 여러분, 혁신을 두려워 않고 도전에 용감했던 여러분과 함께 일할 수 있어 참 행복했습니다.
여러분이 자랑스럽습니다.
당장의 결과가 보이지 않더라도 여러분이 흘린 땀과 노력은 언젠가는 꼭 평가받게 될 것이라 믿습니다.
코로나 때문에, 이별 절차가 요란치 않아 차라리 다행입니다.
많이 보고 싶을 겁니다.
더 없이 길고 촘촘했던 시간, 덕분에 버틸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을 향한 애틋한 마음, 이제 가슴에 담고 떠납니다.
모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