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경제에 깊이를 더하는 이슈플러스 시간입니다.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기업규제 3법과 노동조합법 등이 통과됐습니다.
기업들이 막대한 부담을 초래한다고 호소해 온 법들이 무더기로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재계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오늘은 이 법들의 쟁점과 향후 기업들에게 미칠 영향에 대해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기업들이 반발하고 있는 주요 내용들을 양현주 기자가 정리했습니다.
<양현주 기자>
지난 9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 중 재계가 가장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법안은 상법개정안과 공정거래법 개정안, 그리고 노조법 개정안 이 세 가지입니다.
먼저 상법개정안부터 살펴보겠습니다.
감사위원분리선임이 통과되면서 이제 상장회사는 감사위원 중 최소 1명을 이사와 별도 분리해 뽑아야 합니다.
이때 사내이사로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을 모두 합쳐 3% 내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사외이사로 감사위원을 선출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각각 3% 까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습니다.
당초 정부안보다 완화되긴 했지만 여전히 기업들이 외국 투기자본의 먹잇감이 될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다중대표소송제는 모회사 주주가 자회사 이사에 대해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상장사의 경우 전체 지분 중 0.5%만 갖고 있어도 소송이 가능해 특히 중소상장사의 피해가 클 전망입니다.
이번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살펴보겠습니다.
개정안을 통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을 확대하고 지주회사의 자회사와 손자회사의 의무보유 지분을 높였습니다.
현재 상장사일 경우 총수 일가 지분 30% 이상, 비상장사일 경우 20% 이상이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인데, 이를 모두 20% 이상으로 통일했습니다.
개정안대로라면 10대 그룹의 사익편취 규제대상 회사는 기존 29개에서 104개로 늘어납니다.
자회사와 손자회사에 대한 지주회사의 의무보유 지분 규제도 강화됐습니다.
상장사의 경우 20%, 비상장사의 경우 40% 이상이던 의무 보유 지분을 각각 30%, 50%이상으로 상향한 겁니다.
앞으로 지주사가 새롭게 자회사를 설립하거나 지주사 체제 내로 편입시킬 때 드는 비용이 대폭 늘어날 전망입니다.
재계는 이 같은 개정안이 효율적인 내부 거래를 막아 추가 비용이 들고, 결국 상품 가격이 오르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동조합법 개정안입니다.
노동조합법 개정안은 해고자와 실업자도 노조에 가입할 수 있게 하고, 노조 전임자도 회사로부터 급여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노조에만 힘을 실어주는 법안이다 보니, 재계에선 노조와 사측 간의 갈등을 부추기기만 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양현주입니다.
<앵커>
산업부 임동진 기자 나와 있습니다.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죠.
사실 이번 상법개정안의 경우는 그래도 기존 정부안에서 한 발 물러서 주지 않았습니까?
그런데도 기업들이 계속 불만을 나타내고 있어서 그냥 앓는 소리 아니냐 이런 지적도 나오고 있는데 어떻게 볼 수 있을까요?
<기자>
감사위원을 선임할 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각각 3% 씩 의결권을 인정해 주더라도 여전히 위험성이 큰 것이 사실입니다.
지난달 2일 기준으로 국내 시가총액 상위 10대 기업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율은 평균 30.41%입니다.
하지만 상법개정안에 따라 개별 3% 룰을 적용하면 의결권 행사 가능 지분율 평균은 5.52%로 확 떨어집니다.
LG화학을 한 번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LG화학의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구성을 보면 (주)LG가 30.06%를 보유하고 있고 LG연암문화재단이 0.03%를 갖고 있습니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각각 최대 3% 까지 인정해준다고 해도 총 3.03% 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외국기관투자자들이 연합할 경우 16.84%의 의결권을 행사 할 수 있어서 감사위원 선출을 놓고 표 대결을 한다면 밀릴 수밖에 없습니다.
경쟁사나 헤지펀드가 밀어주는 사람이 LG화학의 감사위원에 앉을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앵커>
다중대표소송제의 경우 요건이 상장사 지분 0.01% 보유에서 0.5%로 대폭 높아져서 통과되지 않았습니까?
그동안 계속 거론됐던 400억원의 삼성전자 주식이 있으면 자회사 전부에 소송을 걸 수 있다. 이런 우려는 없어진 것 같은데요.
어떻습니까?
<기자>
말씀하신 것처럼 대기업의 경우는 한시름 놓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중소상장사들은 여전히 불안해하고 있습니다.
현재 코스닥 상장사 중에 시가총액이 1000억 미만인 기업들이 500여 곳에 달하는데요.
이 같은 기업들의 경우 많게는 5억원, 적게는 5천만원 만 있어도 자회사 전부에 소송을 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앵커>
이번엔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살펴보겠습니다.
개정안으로 당장 발등에 불 떨어진 기업들이 있다는데 무슨 얘기입니까?
<기자>
현재 SK텔레콤은 SK하이닉스를 계열사로 두는 중간 지주사로 전환하는 것을 추진 중인데요.
이번 개정안이 시행되면 현재 20.1% 수준인 SK하이닉스 지분율을 30% 이상으로 높여야 합니다.
이를 위해 필요한 주식 취득 비용은 8조원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현대차 그룹은 이번 개정안으로 일감 몰아주기 규제에 걸리게 되는데요.
사익 편취 규제 대상이 총수 일가가 지분을 20% 이상 보유한 상장 계열사로 확대됐기 때문입니다.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의선 회장 부자는 지분 29.9%를 보유한 현대글로비스 지분을 10% 매도해야하는 상황입니다.
대규모로 주식이 매각되면 주가가 떨어질 수 있고, 지분율도 떨어져 경영권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앵커>
기업 입장에서는 이번 기업 관련 법안들의 통과에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 같은데요.
반발이 커지니까 오늘 공정거래위원회가 진화에 나섰죠?
<기자>
공정위와 법무부, 금융위 등은 오늘 합동 브리핑을 통해 기업규제 3법 통과의 당위성을 설명하고 우리 경제 환경이 더 나아질 것이라고 밝혔는데요.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의 말을 잠시 들어보시죠.
<현장음>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공정한 기회와 정당한 보상이 보장되는 공정경제에 대한 요구가 고조되고 있습니다. 특히, 권한과 책임이 일치하는 기업 지배구조에 대한 구축과 기업집단의 건전성·투명성 강화는 공정한 시장여건 조성의 출발점이자 핵심이라고 하겠습니다."
기업들의 불안감과 여론 달래기에 나선건데 경영권 방어를 위한 보완입법 등 실질적인 해결책이 없다면 밑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것이 재계의 입장입니다.
<앵커>
경영계에서는 우스갯소리로 지난 주를 `규제 골든위크`라고 부르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만큼 단 일주일 새 이렇게 많은 반기업 법안들이 일사천리로 국회를 통과한 것도 드문 일인데요.
그런데 여기에 여당이 규제 법안들을 또 준비하고 있다고요?
<기자>
코로나로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고 사이 정부와 여당은 기업들을 옥죄는 법안을 쏟아내고 있는데, 문제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겁니다.
관련 내용 김민수 기자의 리포트로 보시겠습니다.
<김민수 기자>
미국의 한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LG그룹의 계열분리를 반대하고 나서면서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기업규제 3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일주일도 안 된 시점이라, 한국 기업에 대한 해외 자본의 선전포고라는 해석까지 나옵니다.
이 펀드가 보유한 LG 지분이 1%도 안돼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3%룰이 포함된 상법 개정안 통과로 투기자본이 우리 기업을 공격할 수단이 늘어난 것은 분명합니다.
<인터뷰> 경영계 고위관계자 (음성변조)
"현대차를 공격했던 엘리엇 출신이 설립한 투기세력이라는 게 기업규제 3법 통과와 맞물려 우려가 증폭되는 거다. 당장 LG의 경우 투기세력 지분이 작아 걱정이 크지는 않지만 감사 선임을 통한 또 하나의 공격 수단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시장은 주목하고 있다."
순식간에 국회를 통과한 `기업규제 3법`에 대한 기업들의 고민은 사실 이제 시작입니다.
경영계가 마지막까지 시간을 두고 논의하자고 주장한 것도 그만큼 파급력이 크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12.8 기업규제 3법 상임위 통과 직후)
"국회 상황을 보면서 경제법안을 이렇게까지 정치적 처리를 해야 되는가라는 생각에 당혹감을 금치 못하겠습니다. 우리 기업들이 촌각을 다투며 어떤 일을 기획하거나 시도하고 있는 게 아닌데, 기업들 의견을 무시하고 이렇게까지 서둘러 통과해야 하는 시급성이 과연 뭔지 이해하기 참 어렵습니다."
특히 해고자도 노조 가입이 가능하도록 만든 노조법 개정안은 노사 양측 모두 개악이라며 반대했지만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표면상은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한 것이였지만, 경영계는 물론 노동계까지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인터뷰> 장정우 경영자총협회 노동정책본부장
"해고자 실직자 가입으로 노동자쪽에 힘이 쏠리고 있는데 그에 반해 사용자의 대항권은 전혀 보완되고 있지 못한다. 구체적으로 교섭과정에서 정당하게 해고된 사람의 복직문제가 다뤄질 수 있다. 또 회사에 적을 두고 있지 않은 조합원들이 회사를 출입하면서 시설관리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문제가 있다."
<인터뷰> 신인수 민주노총 법률원장
"우리가 흔히 얘기하는 보수정권 이명박·박근혜 때도 어느 정도의 정도와 선은 있었다. 그런데 촛불 정부를 자임하는 정부 하에서 과거 이명박근혜 때도 생각하지 못했던 정부안을 법안으로 낸 것이 당황스럽다. 법안 통과는 2번째 문제고, 이런 안을 낼 수 있는지 자체가 당황스럽다."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도 못 한 반기업 법안들이 무더기로 쏟아지자, 경영계는 시급히 보완책을 마련해 달라며 호소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유정주 전국경제인연합회 기업제도팀장
"이미 입법이 된 상황에서 이것을 되돌리는 것은 상당히 어려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현재 경영권을 지키는 굉장히 약해졌습니다. 상당히 한 쪽으로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상황이거든요. 이것을 조금이라도 보완하기 위해서 세계 주요국들이 도입하고 있는 경영권 방어수단의 도입을 지금부터 심각하게 고려해야 합니다."
문제는 정부·여당이 기업규제 3법과 노조법 개정안에 이어, 중대재해기업처벌법과 집단소송법·징벌적 손해배상제 등 굵직한 기업 규제 법안들을 또 추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대부분 내년 1분기 안에 통과시키겠다는 목표인데, 그만큼 코로나19 충격에서 빠져나오고 위해 사력을 다하고 있는 기업들의 당혹감은 커지고 있습니다.
한국경제TV 김민수입니다.
<앵커>
기업들은 시행시기를 유예해 달라, 보완입법을 마련해 달라 이렇게 외치고 있는데 정부, 여당은 오히려 추가 규제 법안들을 밀어붙이고 있는 셈이네요?
<기자>
맞습니다. 특히 근로자의 사망이나 상해 등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인 책임과 처벌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논의가 지금 급물살을 타고 있는데요.
여당은 이번 임시국회 내 처리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이에 불안감이 높아진 경제계는 오늘 오전 기자 회견을 열고 법 제정 중단을 촉구했는데요.
잠시 입장문을 들어 보시겠습니다.
<현장음> 김용근 한국경영자총협회 상근부회장
"중대재해기업처벌법안이 정치적 고려만으로 단기간에 입법화된다면 그 부담을 고스란히 안게되는 우리 기업과 기업인들은 어떡하란 말입니까. 중대재해 사고의 원인은 복합적이고 기업으로서는 불가항력적인 부분도 있음에도 모든 사고책임을 일방적으로 기업·경영인·원청에게 귀속시키며 과중하게 짓누르는 입법 추진을 중단해주실 것을 다시 한번 국회에 간곡히 요청드립니다"
집단소송제와 징벌적손해배상제 또한 내년 3월 첫 임시국회에서 처리될 가능성이 큰 상황입니다.
집단소송제는 피해자 일부가 소송을 제기하면 모든 피해자가 구제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고 징벌적손해배상제는 기업의 고의 또는 중과실로 소비자가 손해를 입을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 까지 배상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하는 건데요.
두 가지 법이 통과될 경우 30대그룹을 기준으로 소송비용이 최대 10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 결과도 있습니다.
기업들은 코로나로 경제 위기인 상황에서 오히려 이 같은 규제들을 도입하려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는데요.
정부와 여당이 이처럼 규제법안 처리에 속도를 내는 것은 내년 본격화 될 정부 레임덕에 앞서 주요 과제를 서둘러 마무리 짓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습니다.
<앵커>
임동진 기자 수고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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