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앞두고 백신을 맞은 뒤 어떤 신체 변화가 있는지, 급속도로 만들어진 백신이 정말 안전한지 등에 많은 이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백신의 장기적인 영향을 보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리겠지만, 백신 접종 후 단기간의 몸 상태 변화는 임상시험 참가자의 경험을 통해 파악할 수 있다.
CNN 방송은 지난 10월 중순 모더나가 개발한 코로나19 백신의 임상시험에 참여했던 20대 미국 남성을 인터뷰해 3일(현지시간) 방송했다.
그가 임상시험에서 맞은 모더나의 백신은 세포 내에서 유전 정보를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하는 RNA(mRNA)를 활용한다.
mRNA는 인체가 코로나19 병원체(Sars-CoV-2)의 표면에 있는 스파이크 단백질(뾰족뾰족하게 튀어나온 돌기)과 동일한 단백질을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하는 설계도 역할을 한다.
스파이크 단백질 정보를 담은 mRNA 백신을 인체에 주입하면 인체 내의 면역세포들이 이를 인식해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어 면역을 형성한다는 것이다.
모더나 측이 발표한 백신의 예방 효과는 95%로 영국에서 처음으로 긴급사용 승인을 받은 화이자의 백신과 비슷하다. 이들 mRNA 기술을 활용한 백신은 초저온에서 보관하며 2차례 접종을 해야 한다.
보스턴에 거주하는 남성인 야시 바탈비(24)씨는 지난 9월 임상시험 참여 신청을 했고, 10월 중순 실제 백신을 맞았다고 한다.
그는 "처음 주사를 맞았을 때 느낌은 그냥 독감백신 같았다. 팔 한쪽을 꼬집는 정도의 고통이 있었다"며 "그날 저녁 접종 부위가 더 딱딱해졌지만 괜찮았다. 팔을 너무 높이 들어 올리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고 당시의 경험을 전했다.
하지만 몇 주 뒤 2차 접종 당시 느낌은 달랐다고 한다.
바탈비는 "2차 접종 후에는 매우 확연한 증상이 나타났다. 주사를 맞고 병원에 있을 때는 괜찮았는데, 그날 저녁엔 몸이 좋지 않았다. 미열도 나고 피로감과 오한도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날 온종일 그리고 저녁때까지 쉬었다. 하지만 다음 날 아침엔 괜찮아졌다"고 덧붙였다.
바탈비는 임상 연구자에게 전화를 걸어 증상을 설명했는데 그들은 놀라지 않았다고 한다.
접종 후 몸 상태가 안 좋다고 느끼는 건 백신을 통해 코로나19에 감염된 것이 아니라 인체가 정상적으로 백신에 반응하는 것이며, 이런 느낌 때문에 백신 접종을 꺼리거나 2차 접종을 기피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미국 내 최고 감염병 전문가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도 최근 페이스북 최고경영자 마이크 저커버그에게 비슷한 취지의 조언을 한 바 있다.
파우치 소장은 "그런 증상을 통해 인체가 당신에게 말하려는 것은 주사제에 잘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백신 개발을 주도해온 `초고속 작전`(Operation Warp Speed) 최고 책임자인 몬세프 슬라위는 접종자 중 10∼15%에서만 눈에 띄는 후유증이 나타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대부분의 사람에게서는 더 미미한 영향만 나타나지만, 치명적인 감염이나 현저한 쇠약 증세로부터 보호하는 확률은 95%"라며 "이는 적절한 균형"이라고 평가했다.
CNN은 "바탈비에게 나타났던 것과 같은 부작용을 안전 문제와 혼동해서는 안 된다"며 "통상 과거의 임상 시험에서 심각한 안전상의 문제는 접종 후 2개월 이내에 나타났는데, FDA 승인 대기 중인 코로나19 백신의 경우 접종 후 최소 2개월 치의 데이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따라서 현재까지 모더나나 화이자가 개발한 백신에 문제는 없지만, 장기적인 인체 영향은 시간이 알려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CNN은 덧붙였다.
다만, 임상 연구에 참여한 바탈비가 진짜로 백신을 맞았는지, 아니면 가짜 약을 투약하는 플라시보 군에 속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다.
바탈비는 "임상시험은 이중맹검(double blinded) 방식의 무작위 시험이다. 따라서 연구자도 나도 실제로 백신을 맞았는지는 모른다"며 "다만 내가 경험한 부작용을 고려할 때 진짜 주사를 맞았다고 확신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