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관피아 문제에 대해 취재기자와 좀 더 깊이 있는 얘기를 나눠보도록 하겠습니다.
정치경제부 김보미 기자 나와있습니다.
김 기자, 금융협회장 인선과 관련해서 여러 단체들이 "관료 출신 인사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내고 있습니다.
어떤 이유 때문입니까?
<기자>
일단 `전관 예우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옵니다.
사실 금융협회의 회장직은 억대 연봉에 일정 기간 임기도 보장돼 있는 자리거든요.
지난해 심재철 의원이 공개한 ‘2018년 협회장 연봉 현황’ 자료를 한번 살펴보면요.
은행연합회장의 연봉이 7억원으로 금융협회장들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습니다.
뒤이어 여신/생명/손해보험협회장 순이었습니다.
여기에 임기는 은행·여신·생명·손해보험협회장 모두 3년으로 보장돼 있구요.
은행연합회장의 경우 임기 3년을 다 채우면 20억원이 넘는 급여를 챙길 수가 있는 겁니다.
<앵커>
퇴직 관료들이 민간출신의 알짜 일자리를 독차지하는 셈인데 이것 말고 다른 문제점은 어떤게 있나요?
<기자>
앞서 정호진 기자의 리포트에서도 보신 것처럼 2014년 세월호 참사 원인 중 하나로 관피아가 지목됐었죠.
해양수산부 출신 관료들이 해운업계 요직을 차지하고서 원칙에 벗어난 업무처리를 해 온 것이 결과적으로 참사로까지 이어졌다는 것이었는데요.
이런 관피아 부작용. 관피아 문제가 금융업권에서도 나타나면서 금융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주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앵커>
금융업권에서 소비자한테 피해를 미친다. 어떻게 피해를 준다는 겁니까?
<기자>
가장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옵티머스펀드 사건을 예로 들어서 설명드리겠습니다.
사실 어제 옵티머스자산운용 펀드에 대한 실사 결과가 나왔습니다.
5,100억원 규모의 투자금 가운데 최소 4300억원 가량은 돌려받기 힘들 것으로 나타났죠.
그런데 이 옵티머스펀드 사건에서 경제부총리를 역임했던 인물이 오르내리고 있습니다.
옵티머스자산운용의 펀드 고문단자문단에 포함돼 있었다는 것이 그 이유인데요.
현재 금융감독원은 사전에 옵티머스 자산운용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데 막강한 관료 출신으로 구성된 옵티머스펀드 고문단의 로비가 작용한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물론 검찰이 수사를 진행 중인 사안이라서 지금으로서는 이렇다 저렇다 단정지을 순 없고, 사실 진실은 추후 검사 결과가 나와봐야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금융감독원 역시 이러한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한 상태이고요.
다만 일단 관료 출신 인물들이, 많은 금융소비자들의 피해를 낳은 옵티머스펀드 사건에서 오르내리는 것 자체가 금융소비자들에게는 또 한번의 상처가 되고 있습니다.
더 나아가서 금융투자상품 자체를 아예 불신하게 만드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하고요.
사실 금전적인 피해만 피해가 아니라는 거죠.
이외에도 다른 사례 속에서 관피아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데요. 한 시민단체의 목소리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조연행 금융소비자연맹 회장
“자동차 보험 본인부담금을 대법원 판례에 따라서 (보험사가) 지급해야 마땅함에도 불구하고, 금융감독원 당국이 지시하고 관리하지 못하는 것은 이런 관피아가 딱 버티고 있어서 막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앵커>
라임 옵티머스 투자자 피해액만 2조원이 넘죠. 소비자 피해도 심각하고, 자칫하면 우리 금융산업 자체가 경쟁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 이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뿐만 아리나 관료출신 협회장이 아예 정부 목소리를 대변할 것이란 우려도 있습니다.
회원사들의 애로사항 등을 당국에 전달하고 건의하기 보다는, 협회장이 오히려 정부나 금융당국 입장에 앞장설 수 있다는 것인데요.
오정근 교수의 인터뷰를 직접 들어보시죠.
<인터뷰> 오정근 前 고려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오히려 정부 정책을 산하 금융기관들에게 전달하는 역기능을 하고 있단 말이에요. 정부에서 뭐 창업펀드 같은 것이 필요하다 그러면 협회장들이 (금융회원사에게) 우리 얼마씩 그냥 펀드를 조성합시다 이래서…”
이 외에도 채용청탁 등 각종 비리가 빈번해질 수 있다는 문제도 지적되고 있습니다.
<앵커>
소비자와 금융생태계 모두에 별로 좋지 않은 구조인데, 제도적으로 막을 수는 없는 겁니까?
<기자>
사실 법이 없지는 않습니다.
우리나라는 관피아의 낙하산 문제를 차단하기 위해서 1981년에 이미 공직자윤리법을 제정했습니다.
그리고 이후 몇 차례 개정작업을 거쳐서, 지금은 공직자가 퇴직하고서 3년간 기존 자리와 관련 있는 업무(퇴직 전 5년동안의 업무)를 맡을 수 없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는 독일, 프랑스의 고위공직자 취업제한 규정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구요.
<앵커> 그런데 이 정도 규제만으로는 소용이 없다는 거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이런 법이 마련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실 관피아 관련 각종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여전한데요.
이것은 무엇보다 비위행위에 대한 처벌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공직자윤리법 제29조에서는 "관피아 관련 비위행위 적발 시 2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로 정하고 있는데요.
사실 법에서 이렇게 정한 대로 처벌받는 사람이 드문 게 현실입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퇴직한지 3년이 채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직무연관성이 높은 기관의 재취업 자리에 지원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합니다.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이런 관피아로 인한 각종 부작용들을 막으려면, 비위행위에 따른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연금 박탈이나 부당이득의 완전한 환수, 채용 기업 엄벌 등과 같은 실질적인 처벌이 이뤄져야 ‘관피아’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인데요.
실례로 독일, 프랑스는 규정을 위반할 경우 연금을 박탈하거나 삭감, 압류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고요.
미국의 경우에는 퇴직공무원이 대리·조력·조언 행위만 해도 1년 이하 금고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을 물리는 등 아주 세밀하게 퇴직공무원의 행위 하나하나를 제한하고 있습니다.
<앵커> 한편으로는 금융회사들도 관료출신을 원한다고 하니까 유혹을 뿌리치기가 쉽지 않을거란 생각도 드는데요.
<기자>
네 그렇습니다. 때문에 규제적인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할 부분은 있습니다.
이 부분과 관련해서는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의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인터뷰> 김상봉 한성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일단 기본적으로 규제를 필요한 부분만 두고, 웬만한 규제들은 좀 많이 푸는게 좋겠지요. BIS 자기자본비율이라든지 이런 규제들은 두고 나머지 규제들은 민간에서 결정하도록 하는 그런 부분들이 있을 것이고…”
물론 금융산업이라는 것이 국민들의 삶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에 규제를 아예 다 풀어버릴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도하게 불필요한 규제는 덜어낼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앵커>
잘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김보미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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