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발 저린 도둑이 매를 드는 격"전국 택배 연대 노동조합(이하 택배 노조)은 오늘(26일) 서울 중구 롯데 글로벌 로지스 본사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회견에는 김태완 택배 노조 위원장, 진경호 택배 노조 수석부위원장과, 강규혁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위원장, 그리고 전국 각지의 롯데 소속 노조원들이 참석했다. 참석한 노조원들은 한 목소리로 파업 결정도 안됐는데 롯데가 택배 접수를 중단했다며, 이것이 `직장 폐쇄나 다름없는 조치`라고 성토했다.
● "아무런 쟁의 절차 없는데 `사실상 직장폐쇄`"
택배 노조에 따르면 롯데는 어제(25일) 저녁 일부 지역의 택배 접수를 예고 없이 중단시켰다. 중단된 지역은 서울 강동구와 송파구, 경기 성남시, 울산, 광주, 창원 거제 등인데 이들 지역은 택배 노조 조합원들이 소속되어 있다. 진 수석 부위원장은 "이렇게 되면 대리점에 소속된 조합원들은 자신의 물건을 구경조차 하지 못한다"라며 "이는 곧 생계에 막대한 타격으로 이어진다"라고 목소릴 높였다.
롯데의 택배 접수 중단은 조합원들의 파업을 염두에 둔 조치라는 것이 택배 노조의 주장이다. 앞서 지난 23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와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택배 노조와 롯데 대리점 간의 갈등에 `조정중지`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김 위원장은 "아무런 쟁의행위 절차도 밟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벌어진 명백한 불법행위"라며 "심지어 대리점이 아닌 롯데 본사가 직접적으로 개입하고 주도한 것으로 확인됐다"라고 설명했다.
● 택배 노조, `가장 악질적인 택배사`로 롯데 지목
택배 노조는 롯데가 `택배사 중 가장 악질적인 기업`이라고 지목했다. 첫째 이유로 배송 수수료를 들었는데, 상반기 코로나19로 택배 물량이 급증하며 160억 원에 달하는 영업이익을 올렸으면서도 수수료는 계속 깎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진 수석 부위원장은 "(롯데가)`전체 물량이 늘었으니 개당 수수료를 깎아도 총 수입은 변하지 않는다`는 논거를 든다"라며 "더구나 택배 노동자들에게 물리는 벌금이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다"라고 폭로했다.
매달 15~20만 원 수준의 `상·하차비 전가`도 문제로 지적받는다. 택배 노조에 따르면 롯데는 상·하차비를 택배 노동자에게 물리는 유일한 택배 회사다. 더구나 롯데는 지붕도 없는 맨땅에서 택배 분류작업을 해야 하는데, 노조는 기자회견장에서 실제 작업 현장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롯데그룹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 위원장은 "롯데가 노동자를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를 확인할 수 있다"라며 "롯데택배가 업계 2위로 알려져 있는데, 처우는 업계 꼴찌"라고 비난했다. 이어 "롯데호텔, 롯데미도파, 롯데손해보험 등 온통 롯데 안에서는 민주노총 사업장이 살아남기 버겁다"라며 "수수료 문제나 상하차 문제에 근본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전체 서비스연맹 조합원들이 롯데를 향해 투쟁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 사 측 "소비자 피해 최소화 위해 일부 조정…현재 정상화"
이에 사 측은 26일 실제로 일부 전산 조정이 있었음을 인정했다. 다만 `파업을 대비해 소비자들이 배송 피해를 입을 수 있어 이를 최소화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롯데글로벌로지스 관계자는 "오늘(26일) 아침에 원래 상태로 되돌려 현재 정상적인 접수가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택배 노동자 보호를 위한 종합 대책도 내놨다. 분류작업 지원을 위해 1천 명을 투입하고, 노동자들의 업무 부담을 줄이기 위해 물량 조절제를 도입하는 한편, 작업환경 개선에 5천억 원을 투입하겠다는 내용이다. 롯데 글로벌 로지스 관계자는 "상·하차 지원금을 단계적으로 지원하고, 페널티 부과제도 대신 포상 확대로 전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