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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공간, 시대 흐름따라 변화해야" [전효성의 시크릿 부동산]

해안건축 김태만 대표 인터뷰
해안건축 설계 국회소통관, 한국건축문화대상 대통령상 수상
전통과 변화의 균형성 강조
"국회, 권위주의적 공간구성…개방성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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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도시·건축 이야기를 한국경제TV 전효성 기자와 함께 들어봅니다. 방송에 모두 담지 못한 숨은 이야기를 가감 없이 전합니다. <편집자 주>
《해안건축이 설계한 국회소통관이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대통령상을 받았다. 업무공간인 동시에 국민을 대변하는 공간인 국회는 그 어떤 공공건축물보다도 상징성이 크다. 이 건물을 설계한 해안건축의 김태만 대표를 만나 국회소통관에 담긴 의미를 들어봤다. 그는 "국회라는 엄숙하고 엄격한 공간 속에서도 작은 변화를 끌어내려 했다"며 "시대가 변화하는 만큼 국회라는 공간도 시민 친화적이고 개방적인 공간으로 진화하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해안건축이 설계한 국회소통관. 사선으로 깎인 벽면은 전통 건축물의 처마를 연상하게 한다. Q. 대통령상 수상을 축하드린다. 소감을 전한다면.
"어떤 상이든지 가장 좋은 상을 받았다는 건 영광스러운 일이다. 특히 건축계에서 판단해 주신 것이니 더욱 감사한 마음이다. 해안건축이 올해로 설립 30년 됐다. 꾸준히 해왔던 작업을 작게나마 인정해주시는 계기가 된 것 같아 감사한 마음이다."
*해안건축이 설계한 국회소통관은 올해 한국건축문화대상에서 공공건축 부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한국건축문화대상은 국토교통부와 대한건축사협회가 공동주최하는 국내 건축분야 최고등록 권위의 상이다.
Q. 국회소통관은 대의기관이자 언론, 시민을 위한 공간이기도 하다. 설계에서 어떤 부분에 주안점을 뒀나.

"국회에 들어서는 건물이라는 것 자체가 설계자로서는 큰 압박감을 준다. 국회가 어떤 공간인지 생각하게 된다.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 시민에게 새로운 건물이 어떻게 다가갈까 고민을 많이 했다. 기존의 국회 단지는 소위 권위주의 시기에 만들어진 것이다. 공간구성과 지향하는 것 자체가 엄격하고, 딱딱하고, 권위적이다. 국회가 내용상으로는 시민을 대표하는 기관이고 시민 권력의 가장 정점에 있는 거다. 그러나 시민의 권위가 드러나기보단 건물 자체가 너무 권위가 있고, 공간이 권위가 있고, 국회의원님들이 너무 권위가 있지 않나. 구시대적인 공간구조라고 볼 수도 있다. 물론 존중해야 할 공간구조다. 권위를 세우는 공간이기보다는 이 시대에 걸맞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국회의 기존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지나치게 엄숙하고 지나치게 권위적인 공간구조를 탈피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가장 중요한 고민거리였다."
김태만 해안건축 대표이사. 영상취재=양진성.Q. 권위에 대해 언급했다. 건축이 `탈권위`에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나.

"건물 형태에서도, 공간 구성에서도 탈 권위를 끌어낼 수 있다. 이번에 지은 국회소통관을 예를 들어 설명하겠다. 소통관의 형태는 네모난 모양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변화감이 많은 형태로 설계됐다. 걸어가면서 보면 사각형 건물이라는 인식이 잘 안 든다. 건물이 회전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하늘에서 보면 네모난 모양이지만 옆을 걸어보면 크게 다르다. 균형과 변화를 함께 고려했다. 그런 변화감이 사람들에게 `호기심`을 갖고 다가가게 할 수 있다.

그다음에 `공간 구성`이다. 공간 자체가 처음부터 개방적일 수 있다. 보기만 하면 빨려 들어갈 것 같은 공간이 있다. 그러나 국회는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전통적인 균형과 질서가 있어서, 너무 개방적인 공간이 들어서면 기존 건물과의 조화를 해칠 수도 있다. 소통관의 기능은 후생관의 역할이다. 식당, 매점처럼 국회에 오는 사람이 자주 찾는 기능이다. 건물에 들어갔을 때 얼마나 개방적인 느낌을 줄 것인가를 고민했다. 소통관에 들어가는 사람을 `초대하는 느낌`을 주려 했다. 형태와 공간 두 가지 측면에서 사람들을 환영하고 초대하는 느낌을 주려 했다."

Q. 건물 이름이 `소통관`이다. 이번 설계에서 `소통`을 어떻게 구체화했나.

"호기심을 주는 것이다. 첫째는 건물의 형태가 가진 호기심이다. 소통관은 국회 잔디마당에서 북서쪽에 있다. 원래 나무와 잔디가 있던 자리다. 원래 있던 정취를 느끼게 하면서도, 호기심을 갖고 다가가도록 설계했다. 그러려면 건물뿐 아니라 주변의 외부공간, 다양한 활동, 다양한 경치를 만들어주는 게 필요했다. 건물은 사각형이지만 어떤 부분은 들어가고, 어떤 부분은 튀어나오게 지었다. 마치 저층부가 돌아가는 느낌이다. 사선으로 흘러가는 느낌이 든다. 입구도 정면에 있지 않고 보행로 옆으로 흐르고 있다. 외부공간과 기존의 보행로 옆에 건물은 슬그머니 서 있는 느낌이다. `국회 내에 율동감이 있는 이 건물은 뭐지?` 이런 생각을 가지면서 국회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찾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소통 방식이다.

건물 주변의 소통 방식도 있다. 소통관 옆에 작은 연못이 있다. 연못이 있음으로써 사람들이 둘러앉게 된다. 한옥 풍의 정자도 있는데 지금은 새로 만들어진 거라서 낯설 수 있겠지만, 익어간다면 사람들이 모여서 차 한잔하는 공간, 거니는 공간이 될 것이다. 연못을 중심으로 국회 본관과 소통관을 함께 보게 된다. 소통관만 설계한 것이 아니라 소통관-연못-국회의사당의 관계를 설계한 거다. 국회 본관은 엄격한 공간이다. 연못에서 보면 본관은 엄격한 스타일의 건물, 소통관은 다소 현대적인 호기심 어린 건물이다. 연못을 중심으로 옛것과 지금의 것이 소통하는 거다.

건물에 들어가면 또 다른 소통의 방식이 있다. 소통관 중앙에 `중정`이라는 공간이 있다. 정원이다. 마당-진입공간-정원-개방적인 공간이 실내외 공간을 관통하도록 형성돼있다. 내부공간과 외부공간이 소통하는 방식이다. 사람들이 여러 공간을 쭉 돌고 지나가면서 다양한 크기의 실내외 공간이 있다는 것을 느끼고, 누리는 거다. 그것이 건물과 사람이 소통하는 방식이고, 사람들 사이에서 소통하는 방식이다."
국회 소통관 중앙에는 `중정`이라는 정원이 있다. 김태만 대표는 정원과 내외부 공간이 어우러지며 발생하는 소통을 강조했다. Q. 국회, 앞으로 어떤 공간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보나.

"국회가 가기 어려운 공간처럼 느껴지지 않나. 하지만 가보면 그렇게 어렵지 않은 공간이다. 입구에서 간단한 신분 확인만 하면 들어갈 수 있다. 국회가 만들어진 시대 상황이 지금과 달라서 그렇지, 국회라는 공간은 충분히 개방적인 모습으로 변화할 수 있다. 다만 개방적이지 못한 공간 구성과 공간 활용 방법을 갖고 있을 뿐이다. 딱딱하고 중심적인 공간에서 사람들은 엄숙하고 경직될 수밖에 없다. 이번에 지어진 국회소통관은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외·내형적으로 변화를 주려 했다. 변화감을 줬다. 국회의 공간 활용법도 변화가 생겼으면 좋겠다. 지금은 담장과 문 몇 개, 명확한 경계로 구성돼 있다. 그런 것을 조금만 허물 수 있다면 국회가 변화할 수 있다. 중앙광장을 조금 더 시민 친화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하는 것도 한 예가 될 수 있겠다. 이 시대에 걸맞은 모습으로 변화하는 시도를 해줬으면 좋겠다. 국회가 여러 프로그램으로 시민을 초대하는 것처럼, 그런 인상을 주는 공간의 방식을 차용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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