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1주일새 인플루엔자(독감) 백신을 무료접종한 뒤 사망하는 사례가 5건이나 보고되면서 보건당국이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독감 백신 접종과 사망 간의 직접적인 연관성은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인천·전북·대전에 이어 제주와 대구에서도 독감백신 접종 이후 숨지는 일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독감 백신 이상 사례는 예외적인 경우이고, 또 대부분 인과관계가 밝혀지지 않거나 이상 사례의 원인이 백신이 아닌 경우가 많다며 과도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지만 `상온 노출`과 `백색 입자` 논란 이후에 사망 사례가 연이어 발생한 터라 우려가 커지는 상황이다.
21일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2020∼2021년 독감 예방접종 사업이 시작된 이후 백신을 접종한 뒤 며칠 이내에 사망해 보건당국이 조사 중인 사례는 총 5건이다.
전날까지 3명이 보고됐으나 이날 제주와 대구에서 사망 사례가 1건씩 더 나왔다.
대구에서는 독감 백신을 맞은 70대 남성이 사망했다.
대구시에 따르면 동구에 거주하는 78세 남성이 전날 정오께 동네 의원에서 무료로 백신을 접종한 뒤 전날 오후 1시 30분께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다가 이날 0시 5분께 숨졌다.
이 남성은 기저질환(지병)으로는 파킨슨병과 만성 폐쇄성폐질환, 부정맥 심방세동 등이 있었다.
제주에서도 독감 백신을 접종한 60대 남성이 사망한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이 남성은 지난 19일 오전 9시께 제주시 민간 의료기관에서 무료 독감 백신을 맞았으며, 다음 날인 20일 오후 11시 57분께 건강 상태가 나빠져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경찰에 사망 사실이 통보된 것은 이날 오전 1시 17분께다.
앞서 지난 16일에는 인천에서 17세 고등학생이 독감 백신을 무료로 접종하고 사망한 사례가 나왔다.
이 학생은 지난 14일 정오께 인천 소재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독감 백신을 맞았는데, 알레르기 비염 외에 특이한 기저질환(지병)은 없었다.
또 전날 전북 고창에서도 독감 백신을 접종한 70대가 사망했다. 전북도 등에 따르면 이 70대는 앞서 19일 오전 9시께 동네 한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했고 전날 오전 7시께 숨진 채 발견됐다.
전날 오후에는 대전에서 독감 백신을 맞은 80대 남성이 사망한 사례가 확인됐다.
대전시 등에 따르면 이 남성은 지난 19일 오전 9시께 동네 의원에서 독감 백신을 접종했고, 전날 오후 2시께 쓰러진 채 발견돼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한 시간 후인 오후 3시께 숨졌다.
정부는 현재 관련 사안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진행 중이다.
김강립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총괄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무료접종 독감 백신에 대한 국민 우려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하고 상황을 엄중하게 보고 있다"면서도 "최근 나타나는 사망 사례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그 사망의 원인을 밝히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 질병청을 중심으로 사망 원인을 밝히기 위한 부검 등의 조사가 진행 중인 상황"이라고 밝혔다.
전문가들도 사망 사례와 독감 백신 접종간 연관성을 우선 조사해야 한다며 신중한 입장을 취했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인플루엔자 예방 접종을 하고 바로 사망한 사례를 본 적은 없다"면서 "부검 결과도 봐야 하고 역학조사도 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10대의 경우 굉장히 의외의 상황이므로 (고령자 사망과) 사례를 나눠 봐야 한다"면서 "아나필락시스도 아니고 길랑-바레도 아니고 부검 결과를 봐야하기 때문에 (아직) 명확히 말할 수 없으니 불안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실제 일선 의료기관과 보건소에는 백신의 안전성 여부를 확인하는 주민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백신 접종에 대한 불안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독감백신 부작용 가운데 아나필락시스는 특정 식품, 약물 등 원인 물질에 노출된 뒤 수분, 수 시간 이내에 전신적으로 일어나는 중증 알레르기 반응이며, 길랑-바레 증후군은 감염 등에 의해 유도된 항체가 말초신경을 파괴해 마비를 일으키는 신경계 질환이다.
한편 질병청에 따르면 독감 백신 예방접종으로 인한 이상반응 관련 합병증으로 피해 보상이 인정된 사망 사례는 2009년 접종 후 `밀러-피셔 증후군` 진단을 받은 뒤 이듬해 2월 사망한 65세 여성 1명뿐이다. 독감 백신 부작용 중 하나인 밀러-피셔 증후군은 희귀 말초신경병증으로, 근육 마비나 운동능력 상실 등을 수반한다.
독감백신 사망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