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잠적했다가 하루 만에 경찰 지구대를 찾아간 시인 박진성(42)이 17일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부끄럽다. 조용에 조용을 더해서 겸손하게 살겠다"는 심경을 남겼다.
박진성은 "반포와 강 건너 용산 언저리를 떠돌았다. 다리에도 올라가 보고 종로 어디 건물에도 올라가 보았다"면서 "누군가는 또 흉물을 치워야 하겠구나, 그게 평생의 상처로 남겠구나. 생각을 되돌리고 마스크를 쓰고 모자를 깊이 눌러 쓰고 한강 변을 오래 걸었다"고 했다.
특히 자신을 성폭행 가해자로 지목했던 여성을 JTBC `뉴스룸`에서 공개 인터뷰했던 손석희 JTBC 사장을 언급했다.
그는 "대부분 의혹이 사실무근으로 밝혀진 손석희 전 앵커는 지금쯤 어떤 기분일까. 어떤 마음으로 물을 마시고 숨을 쉴까. 단지 의혹만으로 자신이, 삶 자체를 망가뜨린 사람들에겐 어떤 마음일까, 자신이 주동해서 쫓아 내놓고 너는 왜 쫓겨났냐고 다시 조롱받는 어떤 삶들을 볼 때 도대체 어떤 마음일까. 뉴스에는 `아니면 말고`가 있지만 `아니면 말고의 삶`은 어디에도 없을 텐데 그걸 잘 알 텐데. 그 질문 하나를 강물에 던지면서 오래 걸었다"고 말했다.
박진성은 지난 2016년 두 여성으로부터 강제추행 등 혐의로 고소를 당했지만 수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무혐의 처분을 받았으며, 고소한 여성들의 무고 혐의가 인정됐다.
그는 이런 의혹을 확인 없이 보도한 언론사들에도 정정 보도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내 승소했다. JTBC 해당 인터뷰와 관련해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는 배상금을 받았다.
그는 그러나 시집 출판계약이 취소되는 등 사회 활동에서 여러 불이익과 제약을 겪게 되면서 주변에 괴로움을 호소해왔다. 지난 2018년에도 극단적 선택을 암시하는 글을 남기고 잠적했다가 돌아온 적이 있다.
앞서 박진성은 지난 14일 밤 "성폭력 의혹에 휘말렸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것을 잃는 사태가 나에게서 끝났으면 좋겠다"면서 "내가 점 찍어 둔 방식으로 아무에게도 해가 끼치지 않게 조용히 삶을 마감하겠다"는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고 휴대전화를 끈 채 잠적해 경찰이 수색에 나섰다. 그는 다음 날인 15일 오후 8시 50분께 서울 용산구 한강로지구대를 찾아왔다.
박진성 시인 (사진=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