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주제 개혁과 총리 퇴진 요구 시위가 확산하는 가운데 태국 정부가 5인 이상 집회금지 등 비상조치를 발효했다고 현지 언론과 외신이 15일 보도했다.
경찰이 이 직후 반정부 집회 지도부를 검거했지만, 반정부 단체들은 집회 금지조치에 응하지 않고 이날 다시 집회를 열겠다고 밝혀 충돌 우려가 커지고 있다.
태국 정부는 오전 국영방송을 통해 발표한 `긴급 칙령`(emergency decree)을 통해 5인 이상 집회 금지, 국가 안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보도와 온라인 메시지 금지, 총리실 등 당국이 지정한 장소 접근 금지 등 명령을 내렸다.
정부는 방송에서 "많은 집단의 사람들이 방콕 시내 불법 집회에 참석했으며 왕실 차량 행렬을 방해하고 국가 안보에 영향을 주는 심각한 행위를 했다"며 "이런 상황을 효과적으로 종식하고 평화와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긴급 조처가 필요했다"고 이번 조치의 배경을 설명했다.
정부는 또 공식 문서를 통해 "국가 안보 또는 평화·질서에 영향을 미칠 오해를 만들어내면서 공포를 조장하거나 의도적으로 정보를 왜곡할 수 있는 메시지를 담은 뉴스와 전자 정보를 발간하는 것 역시 금지한다"고 밝혔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날 조치는 전날 2만명 안팎으로 추산되는 반정부 집회 참석자들이 당국의 불허 방침에도 불구하고 버스 등으로 만든 차벽을 뚫고 총리실로 행진한 데 따른 것이다.
집회 참석자 중 지도부 등 일부는 총리실 바깥에서 밤을 새웠다.
긴급 칙령 발효 이후 방콕 경찰청은 이날 오전 7시 30분께 경찰 6개 중대를 동원, 총리실 바깥에서 밤샘한 집회 참석자들을 해산시켰고 이 중 20명은 체포했다고 일간 방콕포스트가 경찰 발표를 인용해 전했다.
체포된 이들 중에는 인권변호사로 집회를 주도한 아논 남빠 등 반정부 세력 지도부 4명도 포함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그러나 반정부 단체측은 정부의 집회 금지 방침에도 불구하고 이날 오후 쇼핑몰 등이 밀집한 방콕 중심가에서 또 다른 집회를 열겠다고 공언했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경찰은 이에 따라 경찰 13개 중대, 약 2천명을 집회 예정지 인근에 배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태국에서는 최근 수개월 동안 쁘라윳 짠오차 총리 퇴진과 군주제 개혁 등을 촉구하는 반정부 집회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19일에는 왕궁 옆 사남 루엉 광장에서 3만명가량이 참석한 집회가 열려 2014년 쿠데타 이후 반정부 집회로는 최대 규모로 평가됐다.
태국 반정부시위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