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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증시 종목별 ‘광기(mania)와 거품(bubble) 논쟁’…BBIG 등 ‘테마형 ETF 포트폴리오’로 풀어야 [국제경제읽기 한상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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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 시기, 46대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 경기 부양책 추진, 비이성적 과열 등 코로나 사태로 그 어느해보다 다사다난했던 올해도 3개월도 안 남은 시점에서 달아오르는 논쟁들이다. 이 가운데 가장 뜨거운 것은 증시 앞날과 관련해 벌이는 ‘비이성적 과열(irrational exuberance) 논쟁’이다. 폴 크루그먼 뉴욕 시립대 교수 등은 증시에 ‘광기(mania)’가 끼었다고 경고했다.
비이성적 과열이란 1996년 들어 주가가 거침없이 오를 때 당시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었던 앨런 그린스펀이 처음 사용했던 용어다. 이 발언 직후 미국 주가는 20% 폭락했다. 투자손실 규모가 워낙 커 ‘마진 콜(증거금 부족)’에 시달렸던 미국 금융사들이 기존 투자자산을 회수하는 ‘디레버리지’ 과정에서 이듬해 아시아 외환위기가 발생했다.
최근 미국 증시는 1996년(기술주의 경우 2000년 닷컴 버블 붕괴 직전) 상황과 매우 흡사하다. 지난달 3일 테슬라를 비롯한 기술주 폭락 이전까지만 하더라도 하루 간격으로 사상 최고치 행진을 기록할 정도로 거침없이 올라갔다. 전통적인 주가평가지표인 주가수익비율(PER)로 보면 적정수준을 1.5배 정도 뛰어넘을 정도다.
비이성적 과열 논쟁은 이번만이 아니다. 지금과 비슷한 제로 금리, 양적완화 등과 같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에 따라 주가가 올라간 금융위기 이후 10차례 넘게 지속돼 왔고 최근 논쟁도 그 연장선에서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광기’라는 별도의 용어까지 붙은 이번 논쟁이 일어나자마자 2012년 8월에 벌어졌던 1차 논쟁의 결과를 주목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1차 논쟁을 요약하면 이렇다. 빌 그로스는 주식 숭배는 끝났다고 단언하면서 채권에 투자할 것을 권했다. 하지만 워런 버핏의 생각은 달랐다. 주식을 사두는 것이 유망하다고 밝히면서 자신이 운영하는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식보유 비중을 늘렸다. 결과는 버핏이 ‘KO승’을 거뒀다는 평가가 나올 만큼 채권과 증시의 명암이 엇갈렸다.
시장에 영향이 큰 투자 구루 간 논쟁이었던 만큼 당시 Fed 전·현직 의장들도 입을 열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의장은 ‘통화정책 여건이 1996년 상황과 다르기 때문에 주가 수준이 비이성적 과열이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진단했다. 벤 버냉키 의장도 금융위기 이후 통화정책 기조를 지속할 뜻을 재확인하면서 양적완화 조기 종료 가능성을 일축했다.
그린스펀이 지적했던 통화정책 여건과 금융위기 이후 지금까지 지속되고 있는 Fed의 통화정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린스펀 독트린’과 ‘버냉키 독트린’에 대한 사전지식이 필요하다. 전자는 통화정책 추진할 때 실물경제 여건만을, 후자는 자산시장 여건까지 감안해 추진해야 한다는 것을 말한다.
두 독트린을 광기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최근 증시 상황에 적용해 보면 그린스펀이 Fed 의장을 맡고 있다면 현 주가 수준이 비이성적 과열이라 판단되고, 실물경제 여건에 맞추기 위해 통화정책 기조는 기준금리 인상 등을 통한 ‘긴축’으로 돌아설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이때 주가는 급락한다.
하지만 버냉키가 맡고 있다면 현 주가 수준이 비이성적 과열이라 하더라도 Fed의 양대 목표인 고용 창출이 미흡할 때에는 금융완화 정책을 그대로 밀고 나가 실물경제 회복세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금융위기 이후 10차례 이상의 비이성적 논쟁이 있을 때마다 주가가 ‘상승’ 쪽으로 결론이 났던 것도 이 때문이다.
제롬 파월 의장은 버냉키 독트린에 따라 통화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광기 논쟁이 거세개 부는 속에 지난 9월 Fed 회의에서 평균물가목표제를 도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평균목표물가제란 Fed의 양대 목표 중의 하나인 고용 창출을 위해 실물경기가 정상화되기까지 물가 상승률이 목표선 위로 올라간다 하더라도 이를 용인하겠다는 통화정책 가이드를 말한다.

평균물가목표제 도입 배경을 알아보기 위해서는 지난 3월 초 Fed 역사상 두 번째로 열렸던 임시회의에서 결정된 긴급 통화정책 뼈대를 알아볼 필요가 있다. 통화정책 여건에서 가장 어렵다는 ‘아무도 모른다(nobody konows)’는 사상 초유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Fed는 한순간에 무너지는 증시와 경기를 살리기 위해 금융위기 때보다 더 강력한 금융완화 정책을 꺼내 들었다.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기준금리를 한 번에 서너 단계씩 내리는 빅 스텝 방식을 부활해 제로(0) 수준까지 내렸다. 양적완화는 매입대상에 정크 본드(코로나 사태로 투기 등급으로 떨어진 회사채)까지 포함시켜 중앙은행의 핵심기능인 “최종 대부자 역할까지 포기했다”는 비판을 들을 만큼 무제한 통화공급 방침을 추진했다. 한마디로 코로나 사태가 해결될 때까지 모든 금융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모든 위기는 유동성 위기, 시스템 위기, 그리고 실물경기 위기 순으로 거치는 것이 전형적인 경로다. 시스템 위기를 극복하면 지연스럽게 실물경기가 살아나는 점을 고려해 유동성 위기와 실물경기 위기로 압축시키는 시각도 있다. 위기 극복도 이 단계를 따라야 한다. 양적완화는 유동성 위기를 수습하고, 제로 금리는 통화정책 추진경로(유동성 공급→금리 하락→총수요 증가→실물경기 회복) 상 금융과 실물 간의 연계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이다.

문제는 1990년대 이후 발생한 유럽통화위기, 아시아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는 단계별로 이행이 순조롭지 못하고 코로나 위기는 ‘절연(insulation)’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점이다. 주된 이유는 위기의 성격이 다중 복합 대형위기인 데다 금융위기 이후 추진됐던 비전통적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키는 출구전략이 제대로 추진되지 못해 물가를 감안한 실질금리가 마이너스 수준으로 떨어져 유동성 함정에 처해 있기 때문이다.
Fed가 통화정책의 최단기 시차인 9개월도 안되는 시점에서 나타나고 있는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에 곤혹스러워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디스인플레이션이란 물가 상승률이 계속 오르기는 하지만 그 상승률이 둔화되는 현상을 말한다. 경기순환 면에서 이 현상을 오랫동안 방치할 경우 성장률과 물가가 동시에 마이너스 국면으로 떨어져 디플레이션으로 악화되는 것이 전형적인 경로다.
Fed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물가 상승률이 둔화된 이후 닥칠 디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무제한 통화공급 기조를 지속해 나가면 자산시장에 낀 거품이 더 심해진다. 실물경기도 과도한 금융지원이 경제주체들의 의욕을 꺾는 ‘코브라 효과’가 우려돼 오히려 회복이 지연될 수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으로 돌아가는 것은 비전통적 통화정책의 ‘요요 현상’ 때문에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 나가는 경우보다 더 큰 부작용이 우려된다.
지난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서 수익률 곡선 통제 방식에 신중한 입장을 보인 것도 이 때문이다. Fed가 구상 중인 수익률 곡선 통제 방식은 엄밀하게 따지면 2차 대전 이후 추진했던 금리상한제를 결합한 전통적인 통화론자(`빚내서 더 쓰자`는 현대통화론자와 구별)들이 주장한 ‘통화 준칙’이다. 이 준칙에서는 시장금리가 금리 상한선을 넘어가면 자동적으로 채권을 매입해 시장금리를 떨어뜨리고 통화공급이 늘어난다.
디스인플레이션 현상이 나타나는 여건에서 Fed의 통화정책도 변화를 줘야 한다. 유동성 위기를 수습한 이후 이제는 더 급해진 시장 기능이 잘 작동될 수 있도록 해야 하고 실물경기를 조속히 회복시켜야 한다. 디스인플레이션 조짐이 나타난 이후 금리 상한제, 수익률 곡선 통제(YCC), 2%인 물가 목표치를 4%로 상향 조정 등을 놓고 고민하다가 내놓은 대안이 ‘평균물가목표제’다.
문제는 평균물가목표제 채택에 따른 부작용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인가 하는 점이다.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을 지속해 나갈 경우 가장 우려되는 점은 ‘트리핀 딜레마’를 극복하지 못하고 기축통화로서 달러화 위상이 약화될 가능성이다. 트리핀 딜레마란 미국은 달러화를 계속 공급해야 하지만 이 상황이 지속되면 대외 신뢰도가 떨어져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수 없게 된다는 벨기에 경제학자인 로버트 트리핀의 주장이다.

평균물가목표제 도입 이후 물가 상승률이 목표선을 상회하는 것을 용인하더라도 고용창출 목표를 달성하지 못한다면 전통적인 목표인 물가안정은 영원히 포기되는 것인가도 의문이다. Fed의 양대 책무인 인플레이션과 실업률 간 역관계를 잘 설명하는 필립스 곡선이 평탄화된 지는 오래됐다. 목표선을 벗어나는 인플레이션 국면이 지속된다 하더라도 실업률이 줄어들지 않으면 울트라 금융완화 정책은 지속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Fed의 목표달성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 시장 시스템이 복원되고 실물경기가 제 궤도에 도달할 때 진정한 의미가 있다. 평균물가목표제는 과도기 단계에서 나온 고육지책이다. 코로나 사태가 극복되지 못하면 또 다른 통화정책 가이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1913년 설립 이후 100년 가깝게 누린 ‘화려한 시대’가 금융위기로 마무리되고 ‘고난의 시기’가 시작됐다면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지 못한다면 Fed는 ‘신뢰의 위기’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의 대형 기술주 위주로 해외종목 투자. 즉 GBK를 해왔던 개인 투자자들도 고민이 많아지기는 마찬가지다. 앞으로 주가가 다시 올라간다 하더라도 고평가에 따른 부담은 여전하고 기저 효과로 수익률도 종전만 못하다. 주가가 더 떨어지면 버블 붕괴 우려와 함께 급락에 따른 손실을 그대로 안아야 한다.
Fed가 변화를 주는 것과 마찬가지로 해외종목 투자자들도 변화를 줘야 할 때다. 코로나 사태 이후 짧은 기간에 갑자기 높아진 주가 수준을 감안하면 해외종목 투자를 계속해 나간다 하더라도 추가 상승과 하락에 따른 내재적인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역사와 경험, 데이터 축적이 많고 금융 사고가 적은 증권사를 선택해 거래할 필요가 있다.
요즘 ‘핫하다’는 테마별로 우량 종목을 한데 묶은 ETF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대안이다. 테마별 ETF 포트폴리오는 현재 해외종목 투자자들이 고민하는 사항을 풀어주고 ‘테슬라’ 부상에 따른 2차 전지, 방탄소년단(BTS)의 빌보드 차트 1위 등극에 따라 부쩍 관심이 높아진 엔터테인먼트 미디어, 코로나19 수혜 업종인 언택트(비대면)와 바이오 등에 속한 우량 종목을 투자할 수 있는 기회를 한꺼번에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닥칠 투자환경을 감안해 ‘적정 테마별 ETF 포트폴리오’를 구성해 본다면 클라우딩 컴퓨팅 ETF, 리튬&배터리 ETF, 텔러 메디슨&디지털 헬스 ETF, 비디오 게임 & e-스포츠 ETF, 미디어 컨텐츠 EFT로 구성하되, 그 비중은 투자자의 성향에 따라 5% 포인트 범위 내에서 조절하면 무난해 보인다.
국내에서는 대표기업 중심으로 압축형 BBIG ETF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념해야 할 것은 앞으로 더 심해질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 레버리지형 ETF는 해외종목 투자자가 고민하는 사항을 근본적으로 풀어줄 수 없다는 점이다.



한상춘 / 한국경제신문사 논설위원 겸 한국경제TV 해설위원(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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