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지난 주말 방문한 삼성 디지털프라자 강남본점 2층. 매장 안 대부분 소비자들은 삼성 폴더블폰 진열대에 모였습니다. 새롭게 출시된 '갤럭시Z 폴드2(폴드2)'와 '갤럭시Z 플립 5G(Z플립)'을 구경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소비자들은 두 가지 제품 모두 신기한 듯 만져보고 색상을 비교했습니다. 40대 중반의 한 고객은 매장 직원에게 “노트를 쓰는데 ‘폴더’로 바꾸고 싶다”며 본인의 휴대폰을 꺼내 폴더를 보여 달라고 외쳤습니다. 일명 효도폰으로 불리는 피처폰 디자인의 '갤럭시 폴더'를 말하나 싶었지만 이내 폴드2를 잡아 펼치더군요.
사전예약량만 8만대에 달해 출시 첫 달 3천대 밖에 풀리지 않은 폴드1에 비해 확실히 인기가 높은 모습입니다. 더 지켜봐야겠지만 폴드2가 완성형 제품으로 나오면서 대중적인 제품으로 다가가는 인상입니다. ‘큰 화면을 접어서 쓴다’ 또는 ‘작은 화면을 펼쳐서 크게 보는’ 사용자경험(UX)은 폴드1과 같습니다. 다만 직접 구매해 일주일간 사용해보니 달라진 점도 꽤 많았습니다.
● 펼치는 횟수 확 줄었다
6.2인치 전면 화면은 의외로 활용성이 높습니다. 같은 6.2인치 갤럭시S20에 비해 크기는 비슷해도 가로폭(68㎜)이 좁고 세로로 긴 모습이어서 기대를 많이 하진 않았는데요. 실제 일주일간 사용해보니 일반 스마트폰처럼 대부분 기능을 전면 화면에서 처리할 수 있었습니다. 7.6인 큰 대화면이 있어서 동영상을 볼 땐 화면을 펼치게 되지만 폴드1에 비해 전면 화면 활용성은 크게 늘었습니다. 특히 메시지를 보낼 때 쿼티 키보드를 사용해도 크게 불편한 점이 없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습니다.
폴드1 때도 웹서핑, 알림확인 정도는 가능했으나 타자를 입력하기 불편해서 전화를 걸 때도 화면을 자주 펼치곤 했는데요. 폴드2는 필요할 때만 화면을 열게 됩니다. 어떤 콘텐츠를 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개인차가 발생하겠지만 스마트폰을 만질 때마다 펼치는 습관은 사라졌습니다. 프리스탑 힌지의 고정력 탓에 펼치는 힘이 더 들어간다는 것도 여닫는 횟수가 줄어든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전면 케이스가 없으면 제품을 열다가 놓치는 경우도 생깁니다. 잘못 삐끗해서 손톱으로 화면을 찍는 일도 발생했는데, 다행히 필름을 찍은 거라 며칠 후 자연적으로 복원됐습니다.
● 60㎐ 전면과 120㎐ 내부, 이질감은?
화면 최적화 기능으로 내부 화면은 최대 120Hz 주사율을 지원합니다. 웹서핑 환경에선 11㎐, 동영상을 볼 땐 24~120㎐, 게임 실행 시 48~120㎐ 수준으로 화면 재생률을 자동으로 맞춰줍니다. 다만 전면 커버 화면 주사율은 최대 60㎐로 전작과 동일해 외부와 내부 화면 간에 이질감이 클 것이란 우려도 있었습니다.
일주일 넘게 사용해본 결과, 개인적으론 이질감은 크지 않았습니다. 전면 화면을 사용하다 내부 화면을 열었을 때 화면이 더 부드럽게 움직인다는 차이는 분명 인식하게 되지만 사용에 방해되진 않습니다. 7.6인치 내부 화면을 사용하다 접어서 외부 화면을 쓸 땐 끊긴다는 느낌을 받지만, 반대로 외부 화면을 쓰다가 펼치면 부드러운 화면이 더 극적으로 다가옵니다.
● 계속 써도 완전히 펼쳐지는 화면
폴드1에서 고질적인 문제였던 화면이 완전히 펼쳐지지 않는 현상은 크게 개선됐습니다. 화면을 여닫는 구조가 Z플립처럼 바뀌면서 더 이상 화면을 잡고 손으로 더 펼치지 않아도 됩니다. 화면이 완전히 펼쳐지지 않으면 주름이 더 선명해지는 문제도 극복한 모습인데요. 폴드2는 삼성디스플레이의 1.4R(원의 휘어진 정도가 1.4㎜) 폴더블 OLED를 적용해서 업계 최소 곡률을 구현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계속 사용하면 주름이 깊어진다는 한계는 있습니다. 완전히 펼쳐진 화면이 유지되는 덕분에 폴드1에 비해선 주름이 덜 거슬린다는 느낌입니다.
주름은 제품을 가로모드로 활용할 때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큰 화면이 장점인 제품답게 가로로 눕혀야 태블릿처럼 영상을 시청할 수 있는데요. 폴드1의 경우 쓰면 쓸수록 주름이 선명해져서 가로모드 영상 시청을 방해합니다. 그런 점에서 폴드2는 가로 모드로 웹서핑, 영상시청을 해도 크게 방해받지 않습니다. 여기에 '화면 레이아웃 변경'으로 태블릿처럼 인터페이스를 바꿀 수 있어 제품 활용성이 더 올라갔습니다.
● 양산품 배터리, 이 정도면 쓸만해요
기존 폴드1 소비자들은 용량이 줄었다는 점을 가장 아쉬워합니다. 무선 이어폰 갤럭시 버즈까지 있었던 패키지가 소박(?)하게 바뀐 점은 이해하지만 실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용량은 제법 크게 다가옵니다. 512GB를 지원하는 폴드1을 1년 넘게 사용했지만 차지하는 용량이 130GB가 채 되지 않았습니다. 스마트 스위치로 폴드2에 데이터를 옮기니 256GB의 절반이 넘는 수준이죠. 여유롭게 쓰던 폴드1과 다르게 폴드2는 용량 정리를 생활화해야 합니다.
배터리 수명이 짧을 거란 지적도 제기됐습니다. 전면 화면이 커진데다 메인 화면에 최대 120Hz 가변 주사율을 지원하면서 소모되는 전력량은 많은 데 비해 배터리 용량은 4,235㎃h에서 4,500㎃h로 많이 커지지 않았기 때문이죠. 걱정과 다르게 폴드1에 비해서 크게 배터리 성능이 떨어지지 않는 것으로 파악됩니다.
간단한 배터리 사용량 비교를 위해 각각 배터리 잔량이 100%인 폴드1과 폴드2에서 유심칩을 제거하고 동일한 와이파이 환경에서 최대 밝기로 4K 동영상을 1시간 재생해봤습니다. 폴드1 배터리 잔량이 90% 폴드2가 89%로 나타났습니다. 삼성전자에서는 폴드1이 웹서핑(LTE)에 12시간, 비디오 재생시 19시간, 폴드2가 웹서핑시 11시간, 비디오 재생시 18시간 사용가능하다고 밝히고 있는데요. 일반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비해 긴 배터리 타임은 아니지만 폴드1과 비교해 보면 실생활에서도 큰 차이는 없습니다.
● 폴드1과 비슷하지만 재밌는 카메라
폴드2 후면 카메라는 폴드1과 같이 트리플 카메라를 탑재했습니다. 초광각 카메라 화소가 1,600만에서 1,200만으로 낮아졌지만 메인 1,200만 화소 카메라의 센서 크기가 1/1.76로 1/2.55 크기의 1,200만 화소 메인 카메라를 탑재했던 폴드1에 비해 개선된 모습입니다. 화면을 펼쳤을 때 800만 화소 심도 카메라가 빠졌다는 것 외엔 거의 비슷한 스펙이라고 봐도 무방합니다.
실제 촬영을 했을 때도 비슷한 성능을 보여줬는데요. 초광각 사진 촬영시 자동 보정을 해도 화면 굴곡이 나타난다는 것 외엔 전작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대신 전면화면을 켠 채 후면카메라를 이용해 셀피를 찍는 기능과 큰 화면을 분할해서 한쪽은 뷰파인더로, 나머지는 갤러리를 확인하는 용도로 쓸 수 있다는 특징을 갖습니다. 아이폰11처럼 나이트 모드를 실행할 때 얼마동안 기다려야 하는지 알려준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아주 높은 화질의 사진은 아니더라도 큰 뷰파인더로 사진을 찍는 폴드1의 장점은 계승하면서 유용한 기능들을 몇 개 추가했다는 인상입니다.
폴드2는 출시 초기 성공적인 흥행 성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239만8천원이라는 비싼 가격에 시장 환경이 좋지 않음에도 소비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있는 거죠. 기존 폴드1 사용자들과 얼리어답터 수요가 빠진 현 시점부터 기록되는 판매고가 앞으로 흥행의 관건입니다. 구매가 주저되는 비싼 가격과 작아진 용량, 어쩔 수 없다는 주름, S펜 미지원 등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도 많습니다.(패키지가 빈약해졌다는 것도) 이 문제들을 하나씩 해결해 나갈 때, Z폴드 시리즈는 소비자들에게 더 대중적인 스마트폰으로 다가올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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