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은 맑고 날씨는 선선하니 외출하기 좋은 계절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예전에는 흔히 갔던 해외여행도 하늘길이 막히면서 쉽지 않은 일이 돼버렸다. 그러면서 대안으로 국내 레저와 캠핑 문화가 확산하는 분위기에 이동 수단인 패밀리 밴의 인기도 함께 높아지는 듯하다.
● "시에나 타봤어?"…그래서 타봤다
얼마 전 국산 패밀리 밴인 4세대 카니발과 관련한 기사를 쓰면서 토요타 시에나와 혼다 오딧세이를 언급한 적이 있다. 신형 카니발을 시승하고 난 후 실용성과 성능이 수입차 못지않게 좋아졌다는 취지의 기사였다. 수년 전 미국 방문 당시 시에나를 타 본 경험이 있기에 이를 바탕으로 작성했다. 하지만 기사 댓글에는 `카니발과 시에나는 비교 대상이 아니다`, `시에나 타보고 하는 말인가`, `카니발이 좋아졌더라도 아직 시에나 수준에는 못 미친다` 등등의 내용이 달렸다. 궁금해졌다. `시에나가 얼마나 좋은 건지`, `좋다면 왜 그런 건지`와 같은 궁금증 말이다. 그래서 직접 시에나를 타봤다. 아쉽게도 우리나라에는 4세대 시에나가 들어오지 않아 가장 최근에 나온 3세대 부분변경 모델을 탔다. 하지만 북미 시장 판매왕 DNA를 고스란히 담고 있기에 충분히 타볼만하다고 판단했다. 시에나의 장·단점과 국산 대표 패밀리 밴 카니발과의 비교 분석 포인트를 짚어봤다.
● 힘 넘치는 시에나…"양의 탈을 쓴 야생마"
우선 시에나의 출력을 확인하고 놀랐다. 3500cc V6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에 301마력(hp)의 힘과 36토크(kgf.m)를 발휘한다. 온순하게 생긴 외관 디자인과는 달리 넘치는 힘을 지니고 있었다. 또 가솔린 엔진이라 디젤엔진보다 조용했다. 시에나의 매력은 고속도로를 올라타자 곧바로 드러났다. 가속 페달에 큰 힘을 주지 않아도 힘차게 치고 나가는 가속감과 4륜 구동에서 오는 안정적인 코너링이 특히 돋보였다. 평지와 대지가 주를 이룬 북미 시장에서 상당히 적합한 모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5미터가 넘는 차체에도 꿀렁임이나 핸들링의 유격은 좀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가속페달 반응속도도 즉각적으로 일어나면서 앞차와 거리를 곧바로 좁히기도 했다.
● 높은 실내공간 활용도…"곳곳에 수납공간"
실내 공간 활용도 측면에서 토요타가 신경을 많이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좌석에 앉은 사람의 손이 미치는 거리에는 컵홀더와 수납함이 있다. 경우에 따라 휴대폰이나 지갑 등 크고 작은 물건을 담기 편했다. 1열과 2열 사이에 있는 콘솔 박스는 1, 2열 방향으로 양쪽 모두 열린다. 특히 2열 좌석에 앉은 사람이 의자를 뒤로 밀어 편히 앉았을 때 손이 닿기 쉽게 콘솔 박스가 길게 뻗을 수 있게 만드는 세심함까지 갖췄다. 3열 시트를 접어서 평탄한 적재공간을 만들 수도 있다. 여성 운전자도 쉽게 접을 수 있게 만들었고, 3열 시트를 접으면 분리하지 않고 유모차도 거뜬히 집어넣을 수 있다.
● "올드함은 어쩔 수 없네..."…빈약한 편의 사양
부분변경만 거쳐서 그럴까 시대에 뒤처진 요소들이 꽤 많이 보인다. 먼저 헤드 램프는 할로겐이다. 요즘 2천만 원 대 국산차도 LED램프는 쉽게 볼 수 있다. 차에 올라타면 기어 변속기가 또 한 번 눈에 띈다. `아직도 스텝 게이터 방식을 쓴 단 말이야`라는 탄식이 절로 나왔다. 일자형 변속기보다는 발전된 형태이지만 5천7백만 원짜리 프리미엄급 패밀리 밴에서는 어울리지 않는 형식라는 생각이 들었다. 대시보드 우드그레인 마감이나 아날로그 계기판도 예스러움을 고스란히 담고 있었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이 많이 활용하는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기능은 조작 버튼이 스티어링 휠 뒤쪽에 숨어있어 상당히 어색했다. 운전 중 운전대에서 손을 뗀 채 뒤쪽 부분에서 작동 시켜야 했기 때문에 편하지는 않았다. 이 역시 한번 설정으로 장시간 주행할 수 있는 북미 시장에 어울리는 구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연료 효율성을 중요한 요소로 생각하는 우리나라 운전자들에게 주행 연비 또한 단점으로 보일 수 있다. 3.5 리미티드 7인승 모델의 경우 제원상 복합 연비 8.2km/L인데,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구간에서는 6km/L를 간신히 넘겼다. 넘치는 힘을 선택한 대가라 하더라도 기름값 비싼 우리나라에서는 부담스러울 수 있다.
● 국내 시장에선 카니발 `우세`…판매 지역에 맞는 옵션 `중요`
앞서 4세대 카니발을 시승해보고 이번 시에나를 시승해보니 판매 시장에 따른 옵션 선택이 얼마나 중요한지 명확하게 느껴졌다. 토요타 시에나는 분명 잘 만들어진 패밀리 밴임에도 불구하고 태생 자체가 북미 시장을 겨냥한 차량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운전자의 차량 선택 기준과 괴리감이 생길 수 있다는 말이다. 반면 카니발은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니즈를 정확히 알고 있는 듯했다. 슬라이딩 도어에 손을 대지 않고도 자동으로 열리는 스마트 슬라이딩 도어 기능이나 차 키를 지난 운전자가 테일 게이트를 열어둔 상태에서 멀어지면 자동으로 문이 닫히는 기능, 2열 좌석에서 마치 안마의자에 앉은 듯 천장을 보고 두 다리를 뻗고 누울 수 있는 프리미엄 릴렉션 시트 등은 차 값만 천만 원 이상 차이나는 시에나에서는 볼 수 없는 기능이다. (시에나도 2열 시트를 눕힐 수 있지만 등받이 각도가 크게 눕혀지지 않는다) 또 1열 터치스크린으로 뒷좌석 시트를 조절하거나 레이더가 후방 차량을 감지해 슬라이딩 도어 문 열림을 컨트롤하는 기능 등은 IT 활용도가 높은 우리나라 소비자들을 만족시키기에 좋은 요소들이다. 디젤 7인승 시그니처 모델을 기준으로 복합연비 13.1km/L도 카니발이 국내 시장에서 왜 독보적인지 보여주는 요소이다.
● 국내 패밀리 밴 `돌풍`…다양한 차량 출시돼야
국내 패밀리 밴 시장은 급격히 확대되고 있다. 보름에 걸친 신형 카니발 사전 계약에서 3만 2천여 대가 판매됐을 정도로 돌풍이다. 패밀리 밴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서 국내외 패밀리 밴 차종이 보다 많아져야 한다. 현재 국내 패밀리 밴이라고 하면 기아 카니발을 필두로 쌍용 투리스모 정도이다. 수입차는 토요타 시에나를 포함해 혼다 오딧세이 정도인데 차 값이 5천만 원을 훌쩍 넘긴다. 즉 소비자들의 선택지가 너무 적다. 패밀리 밴의 다양화와 함께 가격 정책도 범위를 넓혀 운전자들이 원하는 목적에 맞는 접근을 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할 것이다. 비대면·레저 문화의 확산과 함께 패밀리 밴 시장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기대해본다.
*관련 기사
"시에나·오딧세이 한판 붙자"…진화한 카니발의 도전장[궁금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