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등 공동주택 2만3천여가구가 계량기 고장으로 지난 겨울 한달 이상 난방비를 내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국토교통부가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에게 제출한 `시·도별 공동주택 난방비 0원 가구` 자료에 따르면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 중 계량기 고장으로 작년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난방비가 1개월 이상 안 나온 가구는 2만3천615가구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무관리대상 공동주택은 300가구 이상 공동주택, 150가구 이상으로서 승강기가 설치됐거나 중앙집중식 난방방식인 주택 등이다.
인구가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1만3천756가구에 계량기 고장으로 한달 이상 난방비가 부과되지 않았다.
서울에서도 4천216가구가 난방비를 본의 아니게 `면제` 받았다.
난방비 0원 가구 수가 많은 곳은 경기도와 서울의 뒤를 이어 대구(1천465가구), 인천(1천305가구), 경남(994가구), 충북(907가구) 등 순이었다.
아예 계량기를 고의로 훼손해서 난방비를 내지 않은 `양심불량` 가구도 36가구가 있었다.
이들 가구에 대해선 계량기를 원상 조치하는 한편 난방비를 부과하고 일부는 경찰에 고발 조치도 했다.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
계량기 고의 훼손이 가장 많은 곳은 서울로 18가구였고 세종에서도 8가구가 나왔다. 인천은 6가구, 충남 3가구, 경남 1가구가 난방비를 안 내려고 계량기를 파손했다가 들통났다.
지난 겨울 난방비를 내지 않았지만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기타`로 분류된 가구도 7천16가구에 달했다.
이들 가구는 실제 아파트에 거주하며 난방을 사용했고 계량기가 고장 난 것도 아니었지만 난방비를 내지 않았다.
아예 난방을 꺼 난방비를 내지 않은 가구는 13만87가구에 달했다. 난방을 이용하기보다는 전기장판이나 온열기 등으로 대체한 경우다.
`난방비 0원` 아파트 문제는 2014년 `난방열사` 배우 김부선이 제기하면서 이슈가 됐고, 국토부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겨울철 난방비 부과 현황을 조사하고 있다.
국토부는 작년에도 그해 겨울 난방비 0원 가구를 조사한 바 있다.
당시 계량기 고장으로 난방비가 나오지 않은 가구는 2만7천865가구, 아예 장비를 훼손해 난방비 납부 의무를 회피한 가구는 14가구였다.
해마다 건물 신축과 멸실 상황이 다르고 지자체 실태조사의 수준이 달라 단순 비교하기 어렵지만, 난방비의 공정한 부과를 위한 계량기 관리가 여전히 부실하게 이뤄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