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투`(빚내서 투자) 현상이 과열 양상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증권사 신용공여 잔고가 `역대급`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일부 증권사는 한도에 이른 신용공여를 중단했다.
금융당국이 무리한 빚투 위험성을 경고한 가운데 증권사가 신용공여 한도의 자율 조정에 나설지 주목된다.
27일 금융당국 등에 따르면 신용공여 잔고는 이달 17일 17조9천23억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5거래일 연속 하락해 24일에는 17조2천466억원으로 떨어졌다.
신용공여는 신용거래 융자, 신용거래 대주, 예탁증권 담보 융자 등의 형태로 투자자가 증권사에 빚을 지는 것을 말한다.
`동학 개미`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투자 열풍 속에 올해 신용공여는 꾸준히 늘어 최근 역대급 수준까지 치솟았다.
최근에는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 신용공여를 중단하는 곳도 생겨났다. 증권사별 신용공여 한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는 자기자본의 100% 이내로 제한된다. 대형 증권사인 종합금융투자사업자(자기자본 3조원 이상)에는 중소기업·기업금융업무 등의 목적으로 100%의 한도가 추가로 주어진다.
최근 신용공여 잔고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은 일부 증권사가 신용공여를 중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외견상 빚투가 주춤한 것으로 보이지만, 여기에는 개인투자자의 의지가 아닌 신용공여 중단이라는 요인이 작용했다는 얘기다.
급기야 금융당국이 `구두 개입`에 나섰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지난 23일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무리한 대출을 통한 주식 투자의 위험성을 경고하며 투자자들의 유의를 당부했다.
은행권의 신용대출 자금이 주식시장으로 꾸준히 유입되는 데다 일부 증권사가 신용공여를 중단할 만큼 빚투 현상이 과열 양상을 보인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금융당국의 구두 개입이 증권업계의 신용공여 한도 축소로 이어질지에 쏠리고 있다.
증권사가 대체로 규제 비율인 자기자본의 100%보다 낮은 수준에서 신용공여 한도를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게 증권업계의 전망이다.
다만 일부 증권사가 자체적으로 설정한 한도를 낮출 가능성도 거론된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가령 증권사가 신용공여 한도의 자체 기준을 80% 이내로 잡은 것을 좀 더 낮추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사 자율 규제 방안이 거론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은 다른 규제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증권사들이 리스크 관리를 잘하고 있다"며 "추가 대책을 검토하는 것은 없다"고 말했다.
구두 개입 외에 섣불리 규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가 동학개미의 반발 등 역풍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염려가 반영된 조치로 보인다.
정부는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국내 증시를 떠받친 동학개미 우대 정책을 펴고 있다. 공매도 금지, 공모주 청약 개인투자자 비중 확대, 신용융자 이자율 인하 유도 등이 대표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