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의 역대급 매도가 이어졌던 지난달 31일 주식시장.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이날 하루에만 1조6천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은 국고3년 선물(12,280계약)과 10년 선물(5,445계약) 모두 대거 팔아치웠다.
외환시장도 출렁였다.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장 초반만 하더라도 5원 넘게 하락했지만, 외국인 매도세와 맞물려 상승 압력을 받았다.
이를 두고 금융투자업계에선 갑론을박이다. MSCI지수 리밸런싱이 외국인 매도의 원인이라는 쪽과 반도체 업황에 대한 우려, 공매도 금지조치 연장 등 이유는 다양하다.
오현석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연말까지 반도체 업황에 대한 외국인의 부정적인 우려가 반도체 대형주 매도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MSCI 리밸런싱과 더불어 공매도 연장에 따른 헷지(위험회피)수단 부재에 대한 위험관리, 4분기 말에 시장조정을 대비한 선제적인 분할매도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특히 금융투자업계에선 공매도 금지 연장과 관련해 외국인 수급에 부정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본다. 외국인이 숏(매도)을 못하기 때문에 롱(매수)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즈(FT)는 31일 헤지펀드 매니저들을 인용해 한국이 공매도 금지를 6개월 연장한 것과 관련해 이는 정치적 결정이며 자본시장의 원칙에 역행한다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채권 매도와 관련해선 미국 연준의 `인플레이션 용인`이 이유로 꼽힌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전문위원은 "잭슨홀 미팅 이후 통화정책에 대한 불확실성이 사라지면서 이때 전 세계 채권금리가 반등했다"며 "이로 인해 한국시장에서도 외국인의 채권 매도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이유가 MSCI지수 리밸런싱 때문이었다면 외국인의 매도가 단기간에 그칠 확률이 높지만,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을 우려한 매도였다면 얘기는 달라지게 된다.
특히 코로나19 확산과 더불어 한국경제의 중추인 반도체산업이 연말까지 업황 부진에 시달릴 경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한 외국인의 매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실제로 외국인은 이날 삼성전자(5,432억원 순매도)와 SK하이닉스(1,022억원 순매도)를 주로 팔아치웠다.
다만 외국인의 매도가 장기간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외국인이 이미 상당 부분 국내주식 비중을 줄여뒀다는 것이다.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미 2분기까지 외국인이 한국시장에서 많이 팔았기 때문에 앞으로 공격적인 이탈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한편 1일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은 장 초반 소폭 순매수(322억원 순매수)를 하고 있다. 외국인은 전날 많이 팔았던 대형주를 주로 매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