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유난히 긴 장마 등의 영향으로 채솟값이 급등하면서 그 여파가 각 가정의 식탁에까지 미치고 있다.
27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배추·상추·애호박·열무 등 우리 여름 식탁을 채우는 주요 채소들의 가격은 평년 대비 최대 2배 이상 뛰어올랐다.
배추 가격은(이하 소매·상품 기준) 25일 포기당 9천317원을 기록해 1년 전 3천601원의 2.5배로 올랐고 고기 곁을 지키는 상추는 100g당 2천275원으로 1년 전 1천387원보다 1.6배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각종 찌개에 꼭 들어가는 애호박은 개당 1천434원에서 2천974원으로 가격이 2배를 넘었고, 열무는 1㎏당 3천401원에서 4천386원으로 29% 올랐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식품·외식업계 일각에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김치업계 1위 업체인 대상 종가집은 공식 쇼핑몰인 `정원e샵`에서 `여름철 별미`로 꼽히는 열무김치 판매를 아예 중단했다.
대상 종가집은 "2020년 최장기 장마 여파에 따른 산지 침수 피해로 열무 수확이 부진하다"며 "열무 산지와 작업장 등에 피해가 극심해 한시적으로 열무김치류의 판매를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대상 종가집 관계자는 "평소보다 재료가 부족해 상대적으로 판매 비중이 적은 정원e샵을 막아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 할인점·온라인·홈쇼핑 등은 정상적으로 납품하고 있다. 정원e샵의 판매 재개 시점은 아직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서울 종로구의 한 디저트 가게는 이달 들어 딸기 관련 메뉴는 아예 주문을 받지 않고 있다.
이 가게는 "장마로 고랭지 여름 딸기 공급이 중단돼 딸기 관련 메뉴는 주문이 어렵다"고 밝혔다.
음식점 점주들이 모인 온라인 공간에서도 최근 채소 가격 상승에 따른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잇따랐다.
한 점주는 "우리는 직접 김치를 담그고, 채수(菜水)와 닭고기로 육수를 내는데, 장을 보면서 웃음만 나온다"며 "코로나19로 스트레이트 펀치를 맞고 휘청였는데, 물가까지 올라버렸다. 그냥 장사를 쉬는 게 나을 듯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음식점주는 "채소 가격이 쌀 때는 손님이 없어 물건이 상해서 다 버렸는데, 손님이 좀 오려고 하니 이제는 채소가 엄청나게 비싸졌다"고 적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