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제주에서 태풍 바비의 직접 영향으로 400㎜가 넘는 폭우가 내리고 최대순간풍속이 초속 36m가 넘는 강풍이 불어 크고 작은 피해가 속출했다.
제주지방기상청은 제8호 태풍 바비가 강도 `매우강`의 위력을 유지하며 이날 오후 3시께 서귀포시 서쪽 190㎞로 가장 근접하는 등 서쪽 해상을 지나면서 거센 비바람이 몰아쳤다고 밝혔다.
오후 4시 기준 주요 지점 하루 최대 순간풍속은 윗세오름 36.4m, 제주공항 32.7m, 새별오름 32.2m, 삼각봉 31.8m, 지귀도 30m다.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바비는 당초 예상보다 서쪽으로 치우쳐 제주를 지나 서해상으로 북상하고 있다.
기상청은 당초 이날 태풍 `매미`를 뛰어넘는 바람이 불 것으로 예측했지만, 태풍 바비가 예상보다 서쪽으로 치우쳐 제주를 지나면서 다행히 제주도 육상에 매미때 보다 강력한 바람은 불지 않았다.
앞서 태풍 매미 내습 당시 제주에 순간최대풍속 초속 60m의 강한 바람이 관측됐다.
기상청은 우리나라 동쪽에 있던 고기압이 확장하면서 태풍이 서쪽으로 밀려났다고 설명했다.
기상청은 이날 밤 제주가 태풍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부터 이날 오후 4시까지 지점별 강수량은 한라산 사제비 408.5㎜, 삼각봉 391㎜, 윗세오름 316.5㎜, 산천단 218㎜, 대정 144.5㎜, 제주 115.6㎜, 고산 108.1㎜ 등을 기록했다.
태풍 피해도 속출했다.
이날 강풍으로 제주시 도남동 르노삼성자동차 제주연북로지점 건물 앞에 세워진 대형 입간판이 쓰러지면서 맞은편 도로 3차로를 달리던 차량 2대가 충돌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두 차량이 급정거하면서 충돌한 상황으로 다행히 사람이 다치지는 않았다.
제주시 도련1동 도련사거리 인근 도로에 지름 약 27㎝ 크기의 싱크홀이 발생해 안전조치가 이뤄졌고, 서귀포시 대정읍 상모리 해안도로 일부 구간이 침수돼 차량 진입이 통제됐다.
중문관광단지 내 제주국제컨벤션센터 앞 우수관도 폭우로 역류했다.
제주공항에서 도청 방면으로 가는 제주시 연동의 한 도로에서는 신호등이 떨어지고, 제주시 아라2동의 한 도로에는 가로등이 꺾여 도로를 덮치면서 안전조치가 이뤄졌다.
제주시 이도2동의 한 아파트 외벽 마감재가 강풍에 뜯어져 아파트 인근에 주차됐던 차량이 파손되기도 했다.
이외에도 전신주와 가로수가 꺾여 도로에 쓰러지고, 공사장 안전펜스가 무너지고, 유리창이 깨지거나 지붕과 간판이 떨어지는 등 시설물 피해가 잇따라 발생했다.
제주도 소방안전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5시 현재 136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다.
전기 공급이 끊기는 사고도 발생했다.
이날 오후 5시 기준 제주시 해안동과 서귀포시 대정읍 등에서 887가구가 정전 피해를 겪었다.
887가구 중 871가구가 복구됐으며 나머지 가구는 복구 중이다.
제주와 다른 지역을 잇는 하늘길과 바닷길은 모두 끊겼다.
제주국제공항에서는 태풍 영향으로 이날 오전 6시 30분 제주에서 김포로 출발 예정이었던 아시아나항공 OZ8900을 시작으로 제주를 오갈 예정이었던 항공기 전편이 결항됐다.
바닷길에서는 우수영·목포·녹동·완도·부산·가파도(마라도) 등을 잇는 제주 기점 9개 항로 15척 여객선 운항이 모두 통제됐다.
도내 항구에는 해상의 높은 파도를 피해 대피한 1천905척의 선박들이 정박했다.
한라산 입산도 금지됐다.
현재 제주도 육상 전역과 제주 해상에는 태풍 특보가 내려져 있다.
기상청은 27일 새벽까지 제주도 전역에 바람이 초속 10∼20m, 최대 순간풍속 30∼40m로 매우 강하게 불겠다고 예보했다.
제주도 전 해상에도 바람이 강하게 불어 물결이 4∼9m로 매우 높게 일겠다.
기상청은 또 27일까지 태풍의 영향으로 50∼150㎜의 비가 더 내리겠다고 전망했다.
기상청은 태풍 바비가 서귀포 해상을 지나 이날 오후 9시 목포 서쪽 약 160㎞ 해상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태풍 바비 이동경로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