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경기지역 교회를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속출하면서 2차 대유행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때 주춤해지는 듯했던 코로나19는 최근 들어 맹위를 떨치면서 14∼16일 사흘간 무려 500명이 넘는 확진자가 쏟아졌다. 17일 오전 발표될 코로나19 환자 통계에서도 세 자릿수의 신규 확진자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교회 외에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감염 사례가 나오면서 방역당국의 추적 속도가 확산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방역당국이 이미 현 상황을 `대규모 재유행의 초기 단계`로 규정해 향후 사태 추이에 따라서는 전국적 대유행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큰 상황이다.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사흘간 발생한 국내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총 548명이다. 14일에는 103명, 15일에는 166명, 16일에는 279명이 각각 확진됐다.
무엇보다도 수도권 확산세가 가파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2단계로 격상된 서울·경기 지역에서는 지역사회 내에서 감염된 것으로 추정되는 확진자자가 69명→139명→237명을 기록해 하루 간격으로 배 가까이 증가하는 형국이다.
수도권의 확진자 증가는 교회 집단감염의 영향이 크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경우 지난 12일 교인 1명이 코로나19로 확진 판정을 받은 뒤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며 전날 낮 12시 기준으로 총 249명이 확진됐다.
국내 집단감염 사례 가운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대구교회(5천214명), 서울 이태원 클럽(277명)에 이어 3번째 규모다.
또 다른 집단감염 사례인 경기 용인 우리제일교회에서도 교인을 중심으로 확진 사례가 잇따르며 지금까지 126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다. 이 중 기존 확진자로부터 감염된 추가 전파 사례도 7명에 달한다.
교회 외에도 커피 전문점, 요양병원, 사무실, 대형 상가, 시장, 학교 등에서 크고 작은 감염이 속출하고 있어 방역당국은 잠시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는 모양새다.
박능후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1차장(보건복지부 장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지금의 감염 확산을 최대한 통제하지 않는다면 전국적 전파와 환자의 급격한 증가로 인한 심각한 피해가 야기될 수 있다"고 말했다.
며칠 새 확진자가 빠르게 늘어나자 일각에서는 인구가 많고 각종 다중이용시설이 밀집한 수도권의 특성을 고려할 때 향후 감염자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치료 병상이 부족해 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한다.
전날 기준으로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의 감염병 전담병원 병상은 1천479개로, 이 중 797개(53.9%)만 이용할 수 있다.
코로나19 환자뿐 아니라 일반 환자도 이용해야 하는 중환자용 치료 병상은 수도권에 339개가 있는데 이 중 사용 가능한 것은 97개(28.6%)뿐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전날부터 즉각 `수도권 병상 공동대응 체계` 가동에 들어갔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수도권에서 시작된 2차 대규모 재유행이 당분간 지속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정부가 선제적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는 "현재 확진자가 늘어난 것은 이미 감염된 사람들을 찾아낸 것일 뿐이다. 교인은 물론 이들과 접촉한 사람과 가족 등에게도 이미 감염 전파가 이어졌을 수 있다"며 적극적인 검사와 접촉자 차단 필요성을 강조했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재 수도권에서 나타난 유행은 꽤 오래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2∼3일 이내에 서울과 경기 등에 적용된 완화된 2단계 거리두기를 유지할지, 아니면 단계를 더 올릴지 고민하고 결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