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피해와 관련해 섬진강 댐 등의 수위조절이 적정했는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관련 정부 기관들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다.
환경부와 수자원공사는 12일 출입기자단 설명회를 열고 섬진강 댐·용담댐·합천댐 방류량 조절에 실패해 인근 지역의 홍수 피해가 커진 것이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기상청 예보 등에 따라 홍수조절용량을 충분히 확보했다. 예측하지 못한 집중호우와 긴 장마 때문"이라고 밝혔다.
기상청 예보에 맞춰 충분히 대비했으나 예상치 못한 `역대 최장기간 장마` 때문에 차질이 생겼다는 취지의 설명이다.
앞서 섬진강권 5개 지역 기초자치단체장은 이날 섬진강 하류지역 침수 사태와 관련한 성명을 내고 "수자원공사 등 댐 관리 기관은 집중호우가 예보됐는데도 선제 방류는커녕 담수만 고집하다가 섬진강 수위가 높아진 8일 오전에야 초당 1천870t의 물을 긴급방류했다"며 "이로 인해 댐 하류 지역 주민은 사상 최악의 물난리를 겪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번 물난리는 댐 관리 부실로 일어난 초유의 사태"라고 주장하면서 당국의 책임 있는 답변과 재발방지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섬진강 댐은 홍수조절용량이 3천만t이나 비가 오기 전에 이미 3배 이상인 1억1천600만t의 홍수조절용량을 확보하는 등 강우에 최선을 다해 대비했다"며 "다만, 용담댐 등은 방류가 너무 길어져 유역 주민들의 민원이 있었고 7월 말 장마가 종료된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에 방류량을 좀 줄였다"고 해명했다.
이 관계자는 "댐 방류량은 하류의 홍수 피해와 상류의 홍수 피해 및 댐 안전 문제를 동시에 고려하면서 결정할 수밖에 없다"며 "이를 조절하려면 기상청의 강우예보에 절대적으로 의지할 수밖에 없는데 최근 강우 불확실성이 너무 커서 미리 알기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전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과거 댐 설계 당시보다 홍수량이 많이 늘어나는 등 차이가 크다"며 "섬진강 댐은 치수 능력 사업(늘어난 홍수량에 대비하는 사업)을 통해 추가로 하류에 방류할 수 있는 시설을 구축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환경부 관계자도 "이번 홍수 때는 비가 극한으로 온 데다가 기상청의 예상 강우량이 실제와 다르고, 또 장마가 끝나는 시점을 7월 말로 예보해 미처 대비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며 수자원공사 측 설명에 힘을 실었다.
그러면서 "일부 제방은 버틸 수 있도록 설계된 것 이하의 강우에도 유실됐는데 이런 부분은 관계 기관이 앞으로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댐 수위조절 실패의 원인이 강수량 예보가 빗나간 데서 비롯됐다는 뉘앙스의 보도가 나오자 기상청은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수공 측의 설명을 일일이 거론하면서 조목조목 반박했다.
기상청은 "7일 오후 5시 발표한 단기예보와 기상정보를 통해 7일 오후 5시부터 8일까지 이어지는 비에 대해 실제 내린 강수량 수준의 비를 예보해 제공했다"고 밝혔다.
용담댐이 위치한 전북 진안의 경우 7일 오전 0시부터 오후 5시까지 215.0mm의 비가 왔고 오후 5시 단기예보를 통해 8일까지 많은 곳은 250mm 이상 오겠다고 예보했는데 이미 내린 비와 예보치를 더하면 465mm로 실제 강수량 433.5mm보다 오히려 많다는 게 기상청의 입장이다.
마찬가지로 합천댐이 있는 경남 거창은 7일 오전 0시부터 오후 5시까지 87.3mm의 비가 내렸고, 7일 오후 5시 단기예보에서 8일까지 이어지는 비의 강수량을 최대 150mm로 예보했는데 이 둘을 합한 강수량은 237.3mm로 실제 내린 비의 양인 282.3mm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고 기상청은 설명했다.
기상청은 "7일 오후 5시 발표한 단기예보에서는 다음 날까지 이어지는 비에 대해 실제 내린 강수량 수준의 비를 예보해 제공했다"며 "따라서 수자원공사가 설명한 `댐 수위조절 실패 이유는 기상청 예보 때문`이라는 부분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