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에서 이뤄진 대형 개발 사업에서 기부채납으로 걷는 현금인 공공기여금을 강북의 낙후지역 지원에 쓸 수 있게 될 전망이다.
10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최근 이와 같은 내용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국토계획법)을 개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공공기여금은 지자체가 개발사업을 할 때 용적률 완화나 용도변경 등을 허가해주는 대신 개발 이익의 일부를 현금으로 기부채납받는 것으로, 현행 국토계획법에는 이 기여금을 개발사업이 이뤄지고 있는 지구단위계획구역이 있는 기초지자체에서만 쓰게 돼 있다.
앞으론 공공기여금을 광역지자체도 일정 비율 쓸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법 개정 방침을 굳히고 광역과 기초 지자체간 공공기여금 사용 비율을 논의하고 있다.
국토부는 최근 개정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에 관한 법률` 내용을 참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이 법은 재건축부담금의 재원 사용 비율을 국가 50%, 광역 20%, 기초 30%로 돼 있는 것을 국가 비율은 놔두되 광역은 30%, 기초는 20%로 바꾼 바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공공기여금을 광역 지자체도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은 방침이 섰지만 아직 어느 비율로 분배할지에 대해선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는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과거 수년간 주장했던 내용이다.
박 전 시장은 지난달 5일에도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강남의 막대한 개발 이익을 강남에서만 독점할 것이 아니라 강북 소외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해 써야 한다"며 국토부에 관련 법령 개정을 촉구한 바 있다.
박 시장은 강남구 현대차 신사옥 GBC 건립에서 나온 공공기여금 1조7,491억원이 강남구에서만 사용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시장은 "수년간 정부에 법 개정을 촉구했지만 국토부는 아직도 이를 개정하지 않고 있다"며 국토부를 비난하기도 했다.
당시 국토부는 서울시와 관련 내용에 대해 협의를 하고 있었다며 당혹감을 보인 바 있다.
이후 박 시장의 갑작스러운 사망과 성추행 의혹이 제기되는 등 여러 복잡한 상황이 생겼지만, 국토부는 최근 박 시장의 주장대로 관련 법 개정 방침을 정한 것이다.
국토부는 이달 중 의원입법을 통해 법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국토부의 방침과 별개로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도 이 내용을 담은 국토계획법 개정안을 준비 중이다.
박 시장이 밝힌 바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 3구의 2020∼2021년 공공기여금은 2조4천억원으로 서울 전체 공공기여금 2조9,558억원의 81%에 해당한다.
개정안이 조속히 통과되면 강남에서 거둬들일 2조4천억원의 상당액이 강북 등 다른 지역에서도 쓰이게 될 전망이다.
GBC 공공기여금 사용처는 이미 서울시가 작년 말 현대차와 협약을 통해 확정한바 있다. 이 기여금을 어떻게 쓸지는 서울시 의지의 문제인 것으로 보인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