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제약회사 사노피(Sanofi)가 과거 기형아를 출산할 위험이 있는 간질치료제를 판매한 것과 관련해 법원이 `과실치사` 혐의를 적용할 지를 검토 중이다.
3일(현지시간) 일간 르몽드, AFP통신 등에 따르면 프랑스 법원 예심부는 지난달 말 사노피의 간질 치료제 `데파킨`(Depakine)과 관련해 사노피를 상대로 과실치사 혐의의 적용을 검토하는 예심을 개시했다.
프랑스 형사소송법상 예심은 중요 형사사건의 기소 직전 단계로, 향후 정식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내려질 요건을 갖췄는지를 수사 판사들이 미리 검토하는 절차다.
형사사건의 예심 결정이 내려지면, 상당수가 기소와 유죄 판결로 이어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법원의 과실치사 혐의 검토는 데파킨을 복용한 임신부들의 태아가 심각한 뇌·신경 부전과 기형으로 사산되거나, 의료진이 태아를 의학적 이유에 따라 인공중절하는 사례가 보고됐기 때문이다.
사노피는 현재 데파킨과 관련해 여러 건의 수사와 기소 절차에 직면해 있다.
이미 지난 2월부터 데파킨과 관련해 사노피의 사기와 과실치상 혐의에 대한 예심 절차가 진행 중이다.
문제의 약품 데파킨(성분명 밸프로에이트)은 사노피가 개발해 1967년부터 간질과 양극성 장애(조울증)의 치료약으로 판매해온 약물로, 일부 의사들은 편두통과 만성통증 치료용으로도 허가사항 외 처방을 하기도 했던 약물이다.
그러나 1980년대부터 이 약을 먹은 임신부에게서 태아의 신경계 발달을 저해하고 기형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들이 속속 나오기 시작했다.
현재 학계는 임신 여성이 데파킨을 복용하면 태아의 선천성 기형 위험이 커지고 향후 아이가 태어났을 때도 자폐나 학습장애를 겪게 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심각한 부작용을 경고하는 연구 결과들이 잇따라 나오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13년 임신부가 이 약을 복용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고, 프랑스 등 여러 나라가 2014년부터서야 이 약의 처방을 공식 규제하기 시작했다.
사노피 측은 이날 법원의 과실치사 혐의 예심 개시에 대해 부작용에 대한 정보를 이미 충분히 제공해 의무사항을 이행했다면서 법원에 이의를 제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지난달에는 데파킨 판매와 관련해 프랑스 보건당국도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온 바 있다.
프랑스 정부 의료사고보상위원회에는 현재까지 데파킨과 관련해 500여건의 진정이 제기됐으며, 프랑스 정부는 피해자들에게 총 650만유로(91억원)의 보상금을 우선 책정해놓은 상태다.
데파킨 문제로 기소되기 직전인 사노피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제약사로, 현재 영국의 글락소스미스클라인(GSK)과 손을 잡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개발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