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수도권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내놓기 위해 고심 중인 가운데 그린벨트를 지켜낸 서울시가 재건축아파트 규제 완화로 공급을 늘리자는 안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최근 정부 주택공급 확대 태스크포스(TF) 회의에서 서울 강남권과 여의도 등에 있는 노후 아파트단지 재건축을 위한 인허가 행정절차를 진행하자는 의견을 냈다.
서울시가 언급한 아파트에는 여의도 시범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 등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서울시와 정부의 논의 과정에서 이들 아파트단지에 공공재건축 방식을 적용해 주택공급을 확대하는 안도 나왔으나, 여기에는 국토교통부와 기획재정부가 반대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가 지난달 7·10 부동산 대책의 하나로 내놓은 공공재건축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나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공공이 참여해 용적률이나 층고 규제를 풀어주는 대신 임대주택이나 기부채납을 늘리는 방식이다.
이런 공공재건축을 적용할 경우 사업성을 중시하는 주민들 입장에서는 임대주택 공급 확대 조건 등을 수용하기 어려워 실현 가능성이 작다는 회의론이 나오기도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주요 단지들에 공공재건축 방식을 적용하는 안은 일단 보류됐다"며 "다시 일반 재건축 방식을 인허가하는 쪽으로 의견을 내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이런 입장은 주요 단지의 재건축 인허가를 가장 효율적인 공급 확대 방안으로 보면서 집값이 일시적으로 오르더라도 공급 확대에 주력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장 재건축이 진행된다고 해도 최소 5∼10년가량 걸려 즉각적인 주택공급 확대 효과가 나타나지 않는 데다, 재건축 단지들로 인해 집값이 더 오를 가능성이 커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많다.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8년 7월 여의도 아파트 재건축을 포함한 여의도·용산 통합개발 방침을 내놨다가 서울 집값이 급등하면서 한 달여 만에 계획을 보류하기도 했다.
서울시는 주요 단지의 재건축 인허가를 정부에 제안한 것과 별도로 서울 시내 공공재개발·재건축을 통한 공급 확대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시는 이달 초 용산구 이촌동 중산시범아파트, 영등포구 신길동 남서울아파트, 관악구 봉천동 해바라기아파트 등 단지의 공공재개발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기 위해 각 구청에 공문을 보냈다. 이들 아파트는 건물 노후 정도가 심해 재난위험시설물로 지정된 곳들이다.
중산시범아파트의 경우 시유지에 지어진 것이어서 공공재건축이 적용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용산구 관계자는 "재건축은 주민들 의견이 중요할 텐데, 서울시 공문에 `공공재개발` 방안에 관한 자세한 내용이 없어서 아직 주민의견 수렴 절차 등을 진행하지는 못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 남서울아파트의 경우에는 이미 일반 재건축 절차가 어느 정도 진행 중이어서 공공재개발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서울 아파트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