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셋값은 지난해 7월 이후 55주 연속 올라 올해 전셋값 누적 상승률은 1.41%이다.
한국감정원이 지난 16일 발표한 7월 2주(13일 기준)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지수는 전주보다 0.13% 상승했다.
서울 25개 구 가운데에선 강동구 전세가격 상승률이 0.3%로 가장 높았다. 송파구(0.26%), 강남구(0.24%), 서초구(0.21%) 등 주거 선호도가 높은 강남3구 상승세도 두드러졌다.
서울의 한 아파트에 반전세로 사는 직장인 김모씨는 다음 달 계약 만기를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집주인과 기존 계약 조건인 보증금 3억4천만원, 월세 25만원에서 월세를 10만원 올리고 1년 더 살기로 구두 합의를 했는데, 최근 집주인이 마음을 바꿨기 때문이다.
김씨는 "집주인은 임대차 3법이 통과되면 임차인이 원할 경우 계약을 2년 연장해줘야 하고, 보증금 인상도 5% 넘게 하지 못하게 된다며 이번에 꼭 오른 시세에 맞춰 보증금 6억원짜리 전세로 전환하겠다고 한다"며 "당장 보증금 2억6천만원 올려주지 않으면 방을 빼야 할 판"이라고 한숨지었다.
김씨는 "이런 상황이 어이가 없지만, 솔직히 내가 집주인이라도 그렇게 할 것 같아 집주인이 나쁘다고 원망하지도 못하겠다"고 말했다.
정부와 여당이 적극적으로 추진 중인 `임대차 3법`이 국회 통과를 앞두고 전문가들이 우려한 임대료 급등 및 공급 축소 현상이 서울에서 나타나고 있다.
집주인들이 법 통과 전 계약 갱신을 서두르며 보증금을 미리 올리려 하면서 전셋값이 뛰고 있고, 계약 만료되는 전세 물건의 재계약을 미루면서 전세 물건도 없어지고 있다.
마포구 공덕동 M 공인 대표는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보유세를 강화하면서 전세를 월세로 돌리는 집주인이 늘어 전세가 더 귀해졌고, 여기에 여당이 임대차 3법 추진에 속도를 내면서 지금 보증금을 올리지 않으면 안 되겠다며 조급해진 집주인들이 전셋값을 높여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지금 전세는 워낙 물건이 귀하기 때문에 세입자들이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계약하면서 오른 값을 받아주고 있다"고 말했다.
마포구 공덕동 공덕2삼성래미안 84.9㎡(이하 전용면적)는 16일 보증금 6억5천만원(12층)에 전세 계약이 이뤄져 역대 최고 가격을 찍었다.
같은 면적 전세가 올해 초 5억5천만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4월 6억원을 넘겼는데, 6개월 만에 1억원이 오른 것이다.
강동구 고덕동 고덕래미안힐스테이트 84.8㎡는 17일 보증금 7억원(13층)에 전세 계약이 됐다. 4월 11일과 13일 각각 보증금 6억2천만원(16층·15층)에 전세 거래가 이뤄진 것과 비교하면 8천만원 올랐다.
성동구 금호동2가 래미안하이리버 114.3㎡는 14일 전세 보증금 9억원(5층)에 계약서를 써 2주 전인 지난 3일 같은층이 7억4천만원에 계약된 것보다 1억6천만원 높은 금액에 계약됐다.
서울의 전셋값은 한국감정원 조사 기준으로 지난주까지 55주 연속 상승했다.
임대차 3법 추진과 함께 정부가 실거주 요건을 강화하면서 전세를 빼고 직접 들어와 살겠다거나 법이 통과되면 잠시 집을 비워두겠다는 집주인들도 나오고 있다.
강남구 대치동 D 공인 관계자는 "전세 계약 만기가 다가온 집주인 중에는 실거주 요건을 채우려 직접 들어오겠다는 사람도 있고, 해외·지방 거주로 실거주가 어려운 경우 그냥 집을 비워두고 전입신고를 해버리겠다는 움직임도 있다"며 "이 때문에 전세 물건 찾기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했다.
강남구 압구정동 H 공인 대표는 "당장 전세 보증금을 올려 재계약할 수 없는 경우라면 일단 세입자를 내보내 놓고, 법 통과 뒤에 새 세입자를 받으려 집을 비워두려는 집주인도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세입자 보호를 위해 추진하는 임대차 3법의 시행 초기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집주인의 위장전입이나 이면계약 등 불법행위를 차단하도록 제도를 촘촘히 짜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전셋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충분한 물량 공급이 해결책"이라며 "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송파구 잠실 일대 아파트 단지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