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키나와의 미군 기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속출하고 있다.
오키나와 지역신문인 류큐신보 등에 따르면 오키나와 미 해군병원은 13일 후텐마 기지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32명이 나왔다고 이날 오키나와현 당국에 통보했다.
후텐마 기지는 기노완시에 위치한 도심 속의 미군 비행장 기지로 CH-53 수송헬기, AH-1 공격헬기, 수직이착륙 MV-22 오스프리기 등이 배치돼 있다.
미국과 일본 정부는 소음 피해 등을 주장하는 주변 주민들의 민원에 따라 이 기지를 오키나와 헤노코로 이전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내 미군 전용 시설의 70%가량이 집중된 오키나와에서는 지난 3월 가데나기지에서 1명의 코로나19 환자가 나온 이후 확진자가 없다가 최근 급증 양상을 보이고 있다.
감염자 집단(클러스터)이 생긴 것으로 추정되는 후텐마 기지에서는 지난 7~11일에도 38명의 환자가 확인됐다.
이 밖에 캠프 한센에서 지금까지 22명이 감염 판정을 받았고, 전날인 12일에는 캠프 긴자에서 1명이 감염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또 우루마시의 한 미군 캠프에서도 이달 1일 1명의 환자가 확인됐다.
이날까지 주일 미군기지에서 감염 판정을 받은 인원은 총 98명으로 늘었다.
주일미군 측은 후텐마와 캠프 한센에 대해선 출입을 금지하는 기지 봉쇄에 들어갔다.
그러나 오키나와현은 미군 측이 감염 방지 대책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고 지적하는 등 양측 간에 갈등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다마키 데니 오키나와현 지사는 후텐마 기지에서 38명이 감염됐다고 통보받은 지난 11일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군의 감염 방지 대책을 강하게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일본 측에선 관련 정보가 충분히 공유되지 않는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주일미군은 애초 미 국방부 방침을 근거로 정확한 확진자 수의 비공개를 요청했다가 오키나와현이 사실상 이를 거부하면서 감염자 수가 언론을 통해 알려졌다.
주일미군은 또 감염자의 방문 이력 등 주민 방역 대책에 필요한 정보를 오키나와현 측에 제대로 제공하지 않고 있다고 일본 언론은 비판하고 있다.
류큐신보 등은 후텐마 비행장 등에서 갑자기 확진자가 늘어난 것에 대해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 독립기념일인 이달 4일에 걸쳐 코로나19를 확산시킬 수 있는 이벤트가 잇따라 열린 것과 무관치 않다고 분석했다.
이 신문은 미군 관계자들이 수백명 규모로 참가해 바비큐를 즐기는 비치 이벤트가 열리기도 했다면서 참가자들이 SNS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는 수백명이 음악에 맞춰 어깨동무하고 춤추는 모습도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주한미군에서도 코로나19 확진자가 잇따라 확인되고 있다.
주한미군사령부는 13일 미국 정부 전세기를 타고 오산 공군기지에 도착한 미군 2명에 이어 지난 8일부터 4차례에 걸쳐 별도 민항기 편으로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한 9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