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도 `명품불패` 못 깨
국내 코로나19 확진자가 처음 발생한 지 다섯 달이 지났다. 사상 최악의 경기 침체에 세계은행(WB)은 올해 세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6%에서 -5.2%로 낮췄다. 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경기 침체가 심화되면서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가 역성장할 것이란 전망이다. 경제는 고꾸라지는데 오히려 성장하는 산업이 있다. `명품` 시장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린 소비자들의 보상 심리가 고가의 명품 소비로 이어지면서 오히려 명품 판매액은 늘고 있다.
● 한 시간 걸려 입장…인기 상품은 모두 품절
대기인원 45팀. 지난 주말, 오후 2시경 영등포 신세계백화점 루이비통 매장 상황이다. 코로나19 이전 평균 10~20명 정도가 대기했던 것과 비교하면 루이비통을 찾는 고객은 얼핏 봐도 두 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이후 입장 메시지를 받기까지 꼬박 1시간이 걸렸다. `나노노에`, `알마bb` 등 인기 품목은 여전히 동이 난 상태였다. 이 매장의 한 직원은 "(고객 수가) 3월 중순 경 잠시 주춤하는 듯하다 다시 회복됐다"며 "신상품 시즌과 맞물려 지난달부터는 고객들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막 계산을 마친 회사원 김 씨는 "매년 나를 위한 선물로 명품백을 하나씩 구입하고 있다"며 "올해는 여행도 못 가니 평소보다 무리해 고가의 가방을 질렀다(샀다)"고 말했다. 자녀와 함께 매장을 찾은 주부 박 씨는 "작년 생일에 딸이 가방을 선물한다 하기에 `너무 비싸다`며 만류했는데 오늘 보니 10만원 넘게 가격이 올랐다"며 "`명품은 오늘이 제일 싸다`는 말을 체감하고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샤넬이 제품 가격을 최대 17% 올린다고 하자 백화점 개점 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달려가는 `오픈런` 사태까지 빚어졌다. 식을 줄 모르는 명품 인기에 올해 1~5월까지 롯데·현대·신세계·갤러리아 등 4대 백화점의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평균 11.3% 증가했다. 온라인 시장으로 보면, 올해 2~5월 G마켓·옥션·11번가·SSG닷컴·티몬 등 이커머스의 명품 매출 평균 신장률은 50%에 달했다. 지난 3일에는 면세점에 쌓여 있던 명품 재고가 온라인으로 처음 풀리자 4시간도 채 안 돼 200개 넘는 품목의 90%가 품절됐다.
● 명품주·럭셔리펀드 수익률 `승승장구`
코로나에도 명품 불패신화가 깨지지 않자 글로벌 명품회사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투자자들도 늘고 있다. 실제로 최근 글로벌 명품 기업들의 주가는 상승세다. 유럽증시에서 루이비통·불가리·크리스찬디올 등을 보유한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주가는 3월 15일 기준 322유로에서 지난달 말 404유로로 25% 이상 올랐다. 같은 기간 에르메스 인터내셔널의 주가는 606유로에서 786유로로 30% 가까이 올랐고, 구찌 모회사인 케링(KERING)도 27% 상승했다.
전영현 SK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경제 성장률과 LVMH, 케링 등 명품회사의 매출 증가율은 대체로 반대의 경향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회사들에 투자하는 국내 럭셔리펀드의 수익률도 승승장구하고 있다. `IBK럭셔리라이프스타일 펀드‘는 최근 한 달간 15.03%(17일 기준)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한국투자글로벌브랜드파워 펀드`는 10.3% 올랐고 `에셋플러스글로벌리치투게더 펀드` 또한 8.76% 상승했다.
해외 주식을 매매하거나 펀드에 가입하는 것이 번거롭다면 국내 주식처럼 사고 팔 수 있는 상장지수펀드(ETF)도 대안으로 꼽힌다. ETF는 특정 자산을 추종하도록 설계된 펀드 성격이지만, 개별 주식처럼 실시간으로 매매할 수 있고 거래비용도 낮다. NH아문디자산운용은 지난달 12일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의 글로벌 명품지수를 따르는 ETF `NH-Amundi HANARO 글로벌럭셔리S&P`를 내놨다. LVMH, 포르쉐, 인터컨티넨탈호텔그룹, 티파니 등 80개 종목의 주가를 반영해 수익률이 정해지는 방식이다. 이 ETF의 최근 한 달 수익률(19일 기준)은 16.08%, 설정 이후 수익률은 11.19%를 기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