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 이어 대전에서도 종교시설과 방문판매업체 등을 중심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집단발병 사례가 나오자 방역당국이 각별한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밀접한 접촉이 이뤄지는 종교시설, 방문판매업체 활동 과정에서는 자연스럽게 비말(침방울)이 많이 튀면서 코로나19에 감염될 위험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다. 두 시설 모두 코로나19에 취약한 고령층이 많은 곳이어서 감염에 따른 피해도 더 클 수밖에 없다.
더욱이 이들 시설이나 업체를 중심으로 특정 지역내 집단감염 사례가 많으면 많을수록 `n차 전파`의 고리도 다양해지는 만큼 다른 지역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커진다.
18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에 따르면 최근 수도권 집단감염 여파로 연일 30∼50명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대전에서도 이틀만에 10여명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전날 정오 기준으로 교회 관련 4명, 방문판매업체 관련 11명 등 총 15명이지만 이중 서울 거주 2명을 제외한 13명만 순수 지역감염자로 분류됐다. 그러나 전날 오후 2명이 추가로 감염된 것으로 드러나면서 결국 누적 확진자는 15명이 됐다.
방역당국은 이번 두 집단감염 사례 모두 수도권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에 취약한 환경이 발단이 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종교시설이나 종교모임에서는 참석자들이 대화나 찬송 기도, 식사를 함께하는 탓에 코로나19 전파가 더 잘 이뤄진다는 점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수도권 개척교회 관련 확진자가 110명 넘게 발생하고, 양천구 탁구장 등 다른 집단감염의 고리에도 종교시설이 등장하는 것도 이런 특성 때문이다.
방문판매업체 활동 역시 비말이 튈 수 있는 상황에서 불특정 다수를 접촉한다는 점에서 한번 확진자가 나오면 그에 따른 연쇄 감염의 규모는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관악구 방문판매업체 `리치웨이`에서 시작된 집단감염이 최소 8개 집단으로 퍼지면서 전날까지 176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정은경 방대본부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수도권에 이어 대전 지역에서도 소규모 종교모임과 방문판매를 중심으로 코로나19 감염이 확산하고 있다"며 "비말로 인한 전파가 우려되는 소모임은 취소 또는 연기하고, 고령층은 무료공연 등을 미끼로 다수의 방문자가 밀집하는 환경(장소)에는 방문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무엇보다 방역당국이 이런 집단감염 사례를 예의주시하는 이유는 일단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뒤에는 현실적으로 주변으로 연쇄 전파되는 것을 막기가 어려운 탓이다. 코로나19 전파 속도가 워낙 빨라 방역당국의 역학조사가 따라잡는 것은 역부족이다.
방역당국은 아직 수도권, 대전 두 집단감염 간의 연결고리는 밝혀내지 못했지만 이와 무관하게 수도권 집단감염이 언제든지 다른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고 있다.
감염병 전문가들 역시 코로나19의 빠른 전파력을 고려할 때 지역 간 확산이 일어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
엄중식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에 이어 대전에서 집단감염이 나올 때까지 (전파 상황이) 감지되지 않았던 것으로, 코로나19의 광범위한 전파를 역학조사가 못 쫓아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당분간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나오겠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산발적인 감염자 발생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