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하 한은)은 국고채 시장에서 3차 추가경정예산(추경) 등에 따른 수급 불균형 우려가 남아있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결한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 최근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금융시장 상황을 이렇게 분석했다.
한은은 지난 3월 중순께 급등하던 국고채 금리가 국고채 단순 매입 등 정부와 한은의 시장 안정화 조치 이후 점차 안정되고 있다고 봤다.
국고채(10년) 금리는 지난 3월 9일 1.29%로 저점을 찍은 뒤 급등했으나 같은 달 16일 한은의 기준금리 50bp(1bp=0.01%포인트) 인하와 국고채 단순 매입, 전액 공급 방식의 환매조건부채권(RP) 매입 등으로 하락했다.
금리 변동성(10년물 일중 고점-저점)도 3월 중순까지는 커졌지만, 시장 안정화 조치로 빠르게 축소됐고, 국고채 매수-매도 호가 스프레드도 4월 중순께는 연초 수준으로 돌아갔다.
국고채 금리가 하향 안정화하고 있지만 한은은 만기 10년 이상의 장기 금리는 추경에 따른 채권 공급 확대 우려로 하락 폭이 제한됐다고 평가했다.
한은은 단기금융시장도 4월 이후 안정을 찾았다고 진단했다.
급등하던 기업어음(CP, 91일, A1) 금리도 4월 초부터 하락세를 보이고, 3∼4월 순상환된 CP·단기사채 발행도 5월에는 A1 등급 중심으로 순발행(2조2천억원)으로 돌아섰다.
다만 한은은 신용스프레드 수준과 발행 상황 등을 고려할 때 시장에 신용 경계감이 여전히 높은 것으로 판단했다.
회사채시장에서도 채권시장안정펀드의 영향으로 신용스프레드 확대 추세가 진정됐으나 비우량물(A등급 이하)을 중심으로 여전히 신용 경계감이 남았다고 분석했다.
한은은 "국고채 시장에서는 3차 추경 등에 따른 수급 불균형 우려가 남아있고, 신용증권시장에서는 실물경제 충격 우려로 비우량물을 중심으로 신용 경계감이 높은 상황"이라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파급, 미·중 무역분쟁 재부각으로 대내외 여건이 바뀌면 금융시장이 재차 불안해질 수 있는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지난달 28일 금융통화위원회 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추경 등에 따라 대규모로 국고채가 발행되면 수급 불균형에 따라 시장 불안이 발생할 가능성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며 "만약 이렇게 돼서 장기 금리 변동성이 커진다면 시장 안정화 차원에서 국고채 매입에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정부는 역대 최대인 35조3천억원 규모로 3차 추경안을 편성하면서 23조8천억원을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기로 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제 활동 위축으로 각국의 기업들이 금융시장을 통한 자금 조달에 큰 애로를 겪고 있다고 평가했다.
회사채 신용스프레드는 정책 대응으로 축소됐다고는 하나 코로나19 확산 이전보다는 여전히 확대돼있는 상태다.
AA등급을 기준으로 미국은 2월 말 73bp에서 3월 최대 250bp까지 커졌고, 유로지역은 72bp에서 179bp까지 확대됐다.
한국도 다른 주요국보다는 확대 정도가 작다지만 회사채 신용스프레드가 2월 말 39bp에서 4월 70bp로 커졌고, 최근까지도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은은 "코로나19 확산 이후 기업의 자금조달 여건은 직접금융시장을 중심으로 악화했는데, 이를 간접금융시장이 일부 보완했다"며 "한국도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했으나 다른 주요국보다는 그 정도가 심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