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이 운명의 밤을 무사히 넘겼다.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두번째 구속 위기를 벗어났다.
삼성은 당장 안도의 한숨을 쉬고는 있지만, 전방위적인 `서초동 리스크`는 여전해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 이재용 `판정승`…법원 "구속 필요성 소명 부족"서울중앙지법 원정숙 영장전담부장판사는 오늘(9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역대 두 번째로 긴 약 8시간 30분여의 영장심사 끝에 두 번째 맞이했던 구속위기를 피했다.
이에 따라 영장심사를 마친 뒤 서울구치소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이재용 부회장은 오전 2시40분경 귀가했다. 이 부회장은 심경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늦게까지 고생하셨습니다"라는 짧은 대답만 남겼다.
원 부장판사는 구속영장을 기각한 이유에 대해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됐고, 검찰은 그간의 수사를 통해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보인다"면서도 "불구속재판의 원칙에 반해 이 부회장을 구속할 필요성 및 상당성에 관해서는 소명이 부족하다"고 밝혔다.
이어 "사건의 중요성에 비춰 이 부회장의 책임 유무 및 그 정도는 재판과정에서 충분한 공방과 심리를 거쳐 결정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 측은 "기본적 사실관계 외에 피의자들의 책임 유무 등 범죄혐의가 소명되지 않았고, 구속 필요성도 없다라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법원이 검찰이 기본적 사실관계는 소명했고 그간의 수사를 통하여 이미 상당 정도의 증거를 확보했다고 밝혀, 앞으로 있을 재판에서 치열한 법정공방이 있을 것임을 예고했다.
○ 한숨 돌린 삼성…여전한 `서초동 리스크`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은 당장 사상 초유의 경영 공백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코로나19와 미·중 무역분쟁이라는 위기 속에 지금 삼성은 총수의 역할이 절실한 상황이다.
최악은 피했지만 앞으로가 문제다. 구속영장 기각으로 치명상을 입은 검찰이 다시 고강도 수사를 벌이거나 영장을 재청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삼성은 긴장감을 늦추지 못하고 있다.
특히 추가 수사와 재판에 진행 상황에 따라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활동에 제약이 불가피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주목 받는 `수사심의委`…기소 여부도 결정하나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삼성이 기소가 타당한지 다퉈보겠다며 신청한 수사심의위원회를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검찰수사심의위원회 개최 여부는 오는 11일 결정된다.
이재용 부회장 변호인 측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직후 "향후 검찰 수사 심의 절차에서 엄정한 심의를 거쳐 수사 계속과 기소 여부가 결정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는 입장을 내놨다. 수사심의위원회에서 수사 자체나 기소 여부의 필요성까지 따져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하지만 수사심의위원회가 검찰이 영장을 재청구하는 명분으로 이용될 가능성도 있고 검찰은 결과와 상관없이 기소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있어, 수사심의위원회가 열릴 경우 검찰과 이재용 부회장 측 간의 치열한 치열한 공방이 예상된다.
한 재계 고위관계자는 "망신을 주려다 망신을 당한 검찰이 오기를 부릴 경우 그 속에서 삼성의 경영만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점이 싶이 우려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