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로 코로나19 검사를 받기 위해 보건당국이 휴대전화 문자로 보낸 기존 확진자 동선에 나온 음식점을 들렀다고 거짓말을 했다가 보건당국의 역학조사로 들통난 사례가 4일 나왔다.
안양관내 37번 확진자인 동안구 관양1동에 사는 A(61·여성)씨는 3일 동안구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지난달 29일 오후 1시께 만안구의 제주고기국수를 방문해 식당 주인과 잠시 대화를 나눴다"며 코로나19 진단검사를 받았다.
A씨가 이 식당을 방문했다고 한 시간은 지난달 31일 확진 판정을 받은 일심비전교회 목사 B(61·안양 31번 확진자)씨와 B씨의 손녀(8·안양 35번 확진자)가 이곳에서 식사를 한 시간대이다.
조사 당시 A씨는 안양시가 보낸 `제주고기국수를 5월 29일 낮 12:30∼13:30분, 피자가기가막혀 안양점을 같은 날 19:45∼20:00분 방문한 시민은 검사를 받으라`는 안내 문자를 보고 검사를 받게 됐다고 밝혔다.
보건 당국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보낸 안내 문자를 보고 거짓으로 해당 시간 해당 장소에 갔다고 신고한 것이다.
A씨는 검사에서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고 경기도의료원 파주병원으로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안양시 보건당국은 해당 식당에 CCTV가 없는 상태에서 일단 A씨의 진술을 토대로 A씨가 B씨 등으로부터 감염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역사조사를 진행해 왔다.
하지만 보건당국은 A씨가 5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 식당 주인과 대화를 했고, 서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고 밝힘에 따라 이 식당이 아닌 곳에서 감염됐을 수도 있다고 보고 재조사를 벌였다.
조사에 나선 역학조사관은 A씨가 밝힌 동선이 일치하지 않는 점을 발견하고 병원에 있는 A씨에게 전화해 재차 구체적인 동선을 확인했고, 이 과정에서 A씨는 "무료 검사를 받기 위해 제주고기국수에 갔다고 거짓말을 했다"고 털어놨다.
해당 식당 주인도 역학조사 과정에서 당초 "A씨를 만난 것 같다"고 진술했다가 이후 "손님이 많아 기억을 잘 못 하는데 안 만난 것 같다"고 진술을 바꿨다.
시 보건당국은 아울러 이동통신사로부터 받은 A씨의 휴대전화 GPS 자료에도 이 식당에 간 적이 없는 것을 확인했다.
이와 함께 A씨가 최근 많은 곳을 방문한 사실도 GPS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시 보건당국은 이에 따라 A씨의 카드 사용 내역 등과 병원에 입원 중인 A씨를 상대로 정확한 감염 경로 및 동선, 접촉자에 대한 정밀 재조사에 나섰다.
시 보건당국은 A씨가 다른 경로로 코로나19에 감염됐을 가능성이 있는 상태에서 자신의 동선을 숨기고 무료로 검사를 받기 위해 다른 확진자의 공개된 동선을 이용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시는 조사 결과 A씨가 심각한 거짓말을 했거나 다른 지역을 방문, 코로나19를 전파한 사실 등이 드러나면 고발 등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보건 당국자는 "의심증세만 가지고 검사를 받을 경우 검사비용을 내야 하지만 검사후 확진판정이 나면 검사비를 되돌려 받는다"며 "37번 환자의 경우 검사결과 양성판정이 나와 검사비를 면제받을 수 있었는데도, 다른 확진자 케이스와 연관돼 있다고 거짓말을 해 당국의 역학조사에 큰 혼선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한편, A씨의 남편(64)도 4일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안양 확진자 거짓 동선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