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4일 탈북민의 대북전단 살포에 불쾌감을 표하며 남북 군사합의 파기 가능성까지 거론했다.
최근 문재인 정부가 남북교류협력법 개정안까지 마련하며 남북 협력에 다시 드라이브를 걸고 있지만, 이번 담화로 남북관계 개선에 험로가 예상된다.
김 제1부부장은 이날 담화를 발표하고 "남조선 당국이 응분의 조처를 세우지 못한다면 금강산 관광 폐지에 이어 개성공업지구의 완전 철거가 될지, 북남(남북) 공동연락사무소 폐쇄가 될지, 있으나 마나 한 북남 군사합의 파기가 될지 단단히 각오는 해둬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전했다.
그는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삐라 살포 등 모든 적대행위를 금지하기로 한 판문점 선언과 군사합의서 조항을 모른다고 할 수 없을 것"이라며 "6·15(남북공동선언) 20돌을 맞는 마당에 이런 행위가 `개인의 자유`, `표현의 자유`로 방치된다면 남조선은 머지않아 최악의 국면까지 내다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선의와 적의는 융합될 수 없으며 화합과 대결은 양립될 수 없다"며 "기대가 절망으로, 희망이 물거품으로 바뀌는 세상을 한두 번만 보지 않았을 테니 최악의 사태를 마주 하고 싶지 않다면 제 할 일을 똑바로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제1부부장은 "나는 못된 짓을 하는 놈보다 못 본 척하거나 부추기는 놈이 더 밉더라"라며 "광대놀음을 저지할 법이라도 만들고 애초부터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지 못하도록 잡도리를 단단히 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탈북민에 대해서는 "글자나 겨우 뜯어볼가말가하는 바보들이 개념 없이 `핵 문제`를 논하자고 접어드니 서당개가 풍월을 짖었다는 격"이라며 `쓰레기`, `똥개` 등 거친 표현으로 비난했다.
이번 담화에서는 지난달 31일 이뤄진 탈북민 단체의 대북전단 살포를 구체적으로 지목했다.
당시 탈북민단체 자유북한운동연합이 김포에서 대북전단 50만장과 소책자 50권, 1달러 지폐 2천장, 메모리카드 1천개를 대형풍선에 매달아 북한으로 날려 보냈다.
대북전단에는 `7기 4차 당 중앙군사위에서 새 전략 핵무기로 충격적 행동하겠다는 위선자 김정은`이라는 문구 등을 실었다.
김 제1부부장 명의의 담화가 나온 것은 올해 3월 3일과 같은 달 22일 이후 이번이 세 번째다.
그러나 이번 담화는 대외용 매체인 조선중앙통신에만 실렸던 이전과 달리 전 주민이 보는 노동신문에서도 게재했다는 점에서 북한이 전단살포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더는 방치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특히 개성공단 철거와 공동 연락사무소 폐쇄, 군사합의 파기까지 거론한 것을 볼 때 북한이 조만간 추가 조치에 나설 가능성도 있어 문재인 정부가 최근 대북제재 속에서도 물꼬를 트려는 남북협력에도 걸림돌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는 탈북민을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대한 경고와 주민들에게 권력 2인자로서 입지를 공고히 보인 것으로도 보인다.
김여정은 노동당의 핵심조직인 조직지도부 제1부부장으로 올해부터 대미·대남 메시지를 담은 담화문을 잇달아 내놓으며 사실상 김정은 위원장의 대변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을 수행하는 등 국정운영의 오른팔 역할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