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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도 못 막았다"…美 한인들, 무차별 방화·약탈에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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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미네소타주에서 비무장 흑인 남성이 백인 경찰관의 가혹 행위로 숨진 후 촉발된 항의시위가 폭동과 약탈·방화로 이어지면서 시카고 한인업체들도 직격탄을 맞았다.
미네소타주와 인접한 일리노이주 최대 도시 시카고의 흑인 대상 한인사업체 소유주들은 2일(현지시간)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시카고 한인 업계에 이렇게 큰 피해는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시카고 남부에서 1987년부터 33년째 뷰티서플라이(미용용품) 매장을 운영해온 김종덕 아메리칸 뷰티총연합회 전 회장은 일요일은 지난달 31일 상황을 소개했다.
김 전 회장은 "아침에 가게에 나갔더니 경찰관들이 건물 앞에서 `오늘 영업할 수 없다`고 했다. 집으로 돌아갔다가 걱정이 돼 오후에 다시 나가보니 건물 인근에 수천 명의 시위대가 모여들어 가까이 갈 수조차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소방차가 오고 검은 연기가 피어올라서 보니 우리 건물과 매장이 불에 타고 있었다"며 그다음 날이 돼서야 매장의 물건이 불에 타거나 연기에 그을고, 소방차가 뿌린 물에 모두 젖어버린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 매장은 시카고 경찰 본부에 인접해있어 매우 안전한 곳으로 간주됐다"며 "이번에는 경찰도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지경이었다"고 덧붙였다.
그는 개인적 피해를 50만 달러(약 6억원) 정도로 추산하면서 "30년 이상 꾸려온 사업체가 한순간에 이렇게 훼손돼 고통스럽다"라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자신은 보험에라도 기대를 걸어보겠지만 일부 한인 사업자는 보험이 없거나 있어도 보험료 부담이 적은 기본 조건으로 가입해 정부 보조 없이는 다시 일어나기 어려울 것 같아 안타깝다고 전했다.
시카고 한인뷰티협회 김미경 회장은 시카고 지역에 약 600개의 한인 뷰티서블라이 업체가 있다며 이들 중 최소 60~70%가 이번 사태의 피해를 봤을 것으로 추정했다.
시카고 남부 흑인 다수 거주지인 잉글우드에서 1973년부터 매장을 운영했다는 김 회장은 "저는 피해가 없다"면서 "50년간 같은 지역에서 부모님 세대부터 사업을 해지역 주민을 잘 안다. 예전의 피해 경험을 토대로 주민들에게 보호를 당부했다"고 밝혔다.
한인뷰티협회 서기 이명익 씨는 "이번 폭동에서 흑인 사업체의 피해는 거의 없다. 그들은 은행·약국·뷰티업체 등 백인과 아시아계 사업체에 무차별적으로 침입해 건물을 부수고 물건을 훔쳤다"고 전했다. 또 "그들은 흑인 사업체나 잘 아는 사람들의 업소는 자동차로 바리케이드를 치면서까지 보호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한인 세 사람 모두 1970~80년대부터 시카고 남부에서 사업을 했지만, 1990년대 초 로드니 킹 사건 때, 또 시카고 불스가 미 프로농구(NBA) 챔피언십에서 3연패 한 때도 산발적인 폭동이 있었을 뿐 피해 규모가 이렇게 크지 않았다고 전했다.
김 회장은 시카고 뷰티업계에서 한인 사업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금도 최소 절반 이상, 최대 70%까지 된다면서 "이번 사태로 업계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도록 한인들이 힘을 내 일어서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번 사태의 피해 범위는 시카고 교외 지역으로 확대됐다. 서부 교외도시 오크파크에서 뷰티업체를 운영하는 한인 S씨는 "이번에 피해는 없지만, 언제 약탈자로 변해 들이닥칠지 모르는 시위대가 두려워 사업체 문을 못 여는 것 자체가 피해"라고 강조했다.
이날 도시 남부의 한인 사업체 몇 곳을 둘러봤다는 이성배 시카고 한인회장은 "곳곳에 경찰차들이 세워져 있고 대부분 건물의 출입문과 창문이 나무판자로 가려져 있거나 철판이 덮여 있는 상태였다"며 뷰티업체 외에도 휴대폰 대리점과 패션, 보석 가게 등 한인 사업체가 피해를 보았다고 전했다.
그는 "한인 사업체가 의도적 표적이 아니라는 사실에 그나마 안도한다"면서 "코로나19 사태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했더니 식료품점을 비롯한 대부분 업소가 문을 닫아 지역 주민들로서는 당분간 생활하기가 무척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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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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