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 등 경영권 승계를 둘러싼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오늘(2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소환 조사했다.
공식 입장은 없었지만 삼성 내부에서는 긴장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최근 `뉴삼성`을 선언한 이 부회장의 경영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26일 검찰에 따르면 이 부회장은 이날 오전 8시께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했다. 2017년 2월 국정농단 사건과 관련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조사를 받은지 3년 만이다. 3년 전에는 이 부회장이 구속 상태에서 포승줄에 묶여 특검에 출석하는 모습이 노출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부터 시행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법무부훈령)`에 따라 비공개로 진행됐다. 출석시간, 귀가시간 등의 출석 정보 공개가 금지됐기 때문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및 경영권 승계 의혹 건으로 조사를 받는 것은 처음이다.
경영권 승계와 관련해서는 지난 1년 6개월간 그룹의 컨트롤타워였던 미래전략실과 삼성물산 등의 전·현직 고위 임직원들이 수차례 소환됐다. 이번 이 부회장의 소환으로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을 두고 1년 6개월간 벌인 검찰 수사도 마무리에 들어갔다는 분석이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이 이 부회장의 안정적인 경영권 승계를 위해 진행됐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 부회장 측은 검찰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변경은 바이오산업의 성장 가능성을 반영한 것이라고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와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적극적으로 밝힐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삼성은 이 부회장의 검찰 소환이 또 다른 사법리스크의 시작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앞서 이 부회장은 지난 6일 대국민 사과를 통해 과거 잘못과의 단절을 선언하고 `뉴삼성`의 시작을 선언했다. 이 부회장은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이나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건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논란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다시는 경영권 승계 문제를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이후 정의선 현대차 수석 부회장을 만나 차세대 전기차 배터리 사업을 논의했다. 최근에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뚫고 중국 시안의 반도체 공장을 방문해 위기 선제 대응과 변화를 강조하기도 했다. 평택에 약 10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파운드리 생산라인을 구축하겠다는 투자 계획도 전했다.
재계는 미중 무역 분쟁에 따른 세계 반도체 시장의 혼란과 코로나19 사태로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삼성이 사법리스크에 발목 잡힐 수 있다고 우려한다.
이 부회장은 오전 조사를 마친 후 청사 내에서 식사를 하고 오후 조사를 받는 중이다. 이날 조사는 밤까지 이뤄질 예정이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상황에 따라 한두 차례 더 부른 뒤 6월 중 전·현직 삼성 고위직들과 함께 기소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