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미래 `기술 패권`을 놓고 다시 전쟁에 나서고 있습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 때리기에 나서자 시진핑 국가 주석이 무려 1700조 원을 기술투자에 쏟아붓는 예산안을 마련했다는 소식도 들립니다.
미국과 중국의 자존심 싸움에 등장하는 두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세계 최대의 반도체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와 중국 화웨이죠. 그렇다면 왜 일개기업인 두 회사는 전쟁의 포화 한 가운데 서 있어야 하는 걸까요? 왜 트럼프는 TSMC의 멱살을 잡은 채 화웨이를 때리는 걸까요?
○ 트럼프의 포석…왜 TMSC 멱살부터 잡았나?
대만 TSMC는 현재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 즉 위탁 생산기업입니다. 이름 그대로 타이완 반도체 제조 공장이죠. (TSMC : Taiwan Semiconductor Manufacturing Company)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TSMC의 올해 1분기 세계 파운드리 시장 점유율은 54.1%로 1위입니다. 반도체 최강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분야만큼은 아직 한참 뒤처지는 2인자입니다.
TSMC는 기술력으로 승부하는 회사입니다. 특히 미세공정 기술에서 경쟁자들을 앞서 나가고 있습니다. 삼성보다 반 발짝 빠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입니다.
이미 TSMC는 5나노 제품 양산을 시작했지만, 삼성은 올해 하반기부터 합니다. 삼성이 먼저 개발한 3나노도 양산은 TSMC가 빠를 것으로 보입니다. 웬만해서 세계 최초 타이틀을 뺏기지 않는 삼성이지만 파운드리에서는 TSMC가 챔피언입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왜 TSMC를 먼저 주목했을까요? 지금 반도체를 만드는 미국의 주요 기업들은 대부분이 TSMC의 고객입니다. TSMC가 없으면 핵심칩들을 제대로 만들기 힘듭니다.
그건 중국도 마찬가지입니다. 화웨이의 통신칩을 만드는 자회사 하이실리콘 역시 TSMC 고객이죠. 많은 중국 IT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전 세계 주요 IT기업들이 핵심인 비메모리 반도체 특히 고성능 반도체 생산을 TSMC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지난 19일 뉴욕타임스의 기사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기술 패권을 가지려는 중국의 노력을 막기 위해 대만을 지렛대로 쓰고 있다". 대만은 곧 TSMC를 의미합니다.
TSMC는 한발 더 나아가 미국에 반도체 생산라인을 짓겠다며 확실하게 미국편을 인증했습니다. 당장 TSMC가 미국의 뜻에 따라 화웨이 신규 주문을 받지 않기로 했다는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 보도도 있었죠.
이를 TSMC가 부인하기는 했지만, 트럼프가 TSMC를 틀어쥐고 화웨이의 급소를 노리고 있음을 드러낸 거죠.
○ 도대체 화웨이가 뭐길래?…`대장부터 잡는` 트럼프
그렇다면 왜 화웨이를 노리는 걸까요? 사실 미국은 오래 전부터 중국 최대 통신업체 화웨이를 `위장스파이`로 보고 있습니다. 민간기업을 위장해 전세계 각국에 심은 통신망에서 정보를 빼내는 중국 정보기관 역할을 한다는 것이죠.
그런 이유로 화웨이가 미 국가안보를 해친다며 국가비상사태까지 선포하고 지난해 5월 미국 기업과의 거래를 막았습니다. 이번에 다시 1년을 연장했습니다.
트럼프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갑니다. 미국산 장비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는 세계 모든 반도체 기업들에게 `화웨이`에 반도체를 공급하려면 반드시 사전승인을 받으라고 한거죠. 팔지 말라는 겁니다.
이런 의심을 받는 화웨이도 할 말이 없습니다. 매출이 우리 돈으로 150조를 넘는 공룡 IT기업이지만 철저히 베일에 쌓여있습니다. 일단 주인을 알 수가 없지요.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인 창업자 런정페이 회장의 지분이 1.4%에 불과합니다. 지배구조나 경영방식은 고사하고 나머지 주주가 누군지도 모릅니다.
증시에 상장은커녕 구체적인 재무정보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미국이 화웨이의 진짜 주인이 중국 공산당이나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라고 보는 이유죠.
경쟁사들이 궁금해하는 낮은 가격도 의심의 대상입니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받고 세금을 적게 낸다는 얘기가 끊임없는 나오고 있습니다.
트럼프가 화웨이를 노리는 또 다른 이유는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이자, 5G 통신 시장의 최강자이기 때문이죠. 남들이 주목하는 대장부터 친다는 게 트럼프의 전략인 것 같습니다.
화웨이의 성장은 눈부십니다. 전 세계 통신장비 시장에서 30%에 가까운 점유율을 차지하는 압도적인 1위 기업입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지난해 기준으로 삼성에 이어 2위입니다.
특히 미국의 견제 속에서도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고 있는 5G 통신장비 시장에서 독보적인 경쟁력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미래 산업의 데이터 고속도로인 5G 통신망 표준을 중국 화웨이가 만들어 가는 게 탐탁치 않을 겁니다. 이 고속도로가 자율주행이나 인공지능, 빅데이터 같은 미래산업의 핵심 인프라이기 때문이죠.
미국이 주도권을 잃은 5G 통신망에서 기술패권 전쟁을 시작한다고 봐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 맥락 안에서 핵심인 반도체, 통신칩들이 등장을 합니다. 물론 적의 선봉장이 화웨이인 겁니다.
○ 화웨이·TSMC 모두의 유일한 경쟁자 삼성
트럼프가 TSMC부터 잡아놓은 것은 바로 `반도체 미세 공정 기술`의 쓰임새 덕분입니다. 자율주행차나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 등 새로운 미래 산업을 구현하는 데 필수적인 고성능 반도체들을 만들 수 있는 기술입니다.
또 화웨이를 노린 것은 이런 미래 산업의 선제 조건이 엄청난 데이터들이 자유롭게 다닐 고속도로 5G 통신망이기 때문이죠. 그 주도권을 빼앗기 위함이죠.
그런데 이런 스토리 한 가운데 서 있는 우리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삼성전자입니다.
삼성전자는 TSMC에 이어 세계 2위의 파운드리 기업입니다. TSMC의 가장 큰 경쟁자이자 고객들이 선택할 수 있는 차선책입니다.
삼성의 기술력은 이미 TSMC를 뺨치는 수준입니다. 좋은 고객들을 만나서 퀀텀점프를 해야 하는데, 이번 사태가 기회가 될 수도 있습니다. 삼성은 이미 2030년 파운드리 1등을 목표로 133조 원을 투자하고 있습니다.
5G 통신 시장에서도 삼성전자는 화웨이의 가장 강력한 라이벌입니다. 이미 전 세계 곳곳에서 치열한 5G 통신장비 수주전을 펼치고 있습니다. 또 삼성은 5G 스마트폰 시장에서는 가장 앞서가는 세계 1위죠. 이 역시 기회입니다.
하지만 딱 봐도 미국과 중국의 기싸움은 결국 5G를 놓고는 화웨이와 싸우고, 파운드리에서는 TSMC의 유일한 경쟁자인 삼성으로 번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래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번이나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면서까지 중국출장을 다녀온 겁니다. 또 삼성도 TSMC와 마찬가지로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추가로 지을 것이란 합리적인 추론이 나오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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