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코로나19 확산 시 부모들이 자녀의 감염 가능성을 두려워했지만, 현재까지는 어린이들이 슈퍼 전파자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4일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와 관련한 연구 내용들을 소개하면서 젊은 사람들이 코로나19에 걸릴 가능성이 더 낮은 것으로 여겨지는 만큼 등교 수업을 재개할지 여부에 대한 각국의 논의가 속도를 낼 것으로 내다봤다.
보도에 따르면 아동 보건 전문가들의 국제 네트워크는 80여개 관련 연구를 검토한 결과 코로나19에 감염된 어린이들이 경미한 증상을 가졌거나 이마저도 없었으며 사망자 중에서도 드문 것으로 나타났다는 내용을 지난달 22일 공개했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어린이가 쉽게 감염될 수 있지만 증상이 없어 이를 성인에게 퍼뜨릴 것을 우려해왔다.
그러나 권위있는 학술지인 `랜싯`, `사이언스` 등에 게재된 이들 연구는 어린이가 성인보다 코로나19에 쉽게 감염되지 않는다는 점을 제시해 어린이가 지역사회 감염의 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우려를 완화했다.
중국에선 최초 감염자로부터 유래한 성인과 아동의 감염자 통계 및 접촉자 추적에 대한 연구가 이뤄졌는데 1개 연구에선 양쪽 감염률이 비슷했고, 다른 지역에서 이뤄진 별개의 연구에선 어린이가 감염에 덜 민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연구들에선 어린이가 덜 취약할 수도 있다고 제시했다. 전체 인구 3천명인 이탈리아 소도시 `보`에선 대부분이 2회에 걸쳐 검사를 받았는데 10세 이하 234명 중 감염자는 없었다. 지역 전체 감염률은 1~3%였다.
그러나 스웨덴 스톡홀름에선 700명 이상이 1회 검사를 받았는데, 2~15세의 감염률이 2.8%로 나타났다. 전체는 2.5%였다.
미국 매사추세츠대의 앤드루 러버는 이러한 연구들은 회복 속도가 빠른 어린이 감염을 놓쳤을 수도 있다며 이를 모두 파악하기 위해선 감염과 항체 감사를 자주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네덜란드에서 2천여명에게 이뤄진 1차 항체 추적 검사에선 20세 이하 중 2%가 감염돼 나머지 연령의 감염률(4.2%)보다 낮게 나타났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는 네덜란드와 아이슬란드에서 어린이가 가족에 코로나19를 전염시킨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며 아동 대 성인 전파는 드문 것으로 나타난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사례는 표본이 적기 때문에 결론을 내리기에는 한계가 있지만 어린이들의 전파력이 낮게 나타난 중국 측 자료와 비슷하다는 점만큼은 주목했다.
어린이들의 전염력을 파악하려고 시도한 이들 대다수 연구는 학교가 폐쇄됐을 때 이뤄졌다는 점 때문에 한계가 있기도 하다.
이들 논문과 달리 프랑스의 1개 중등학교 관련 연구에선 항체 검사 결과 학교 직원과 학생의 41%가 감염된 것으로 집계됐지만, 이들의 가족에게선 11%로 나타났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스 주의 한 보고에선 15개 학교에서 감염 학생과 교사 18명의 밀접 접촉자를 추적한 결과 735명의 학생과 128명의 직원 중 아동 2명 만이 초기 사례로부터 감염된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당시에도 부모들이 감염을 우려해 자녀를 등교시키지 않음에 따라 출석률이 낮은 상태였다.
이코노미스트는 "학교가 다시 문을 열면 더 많은 증거가 나타날 것"이라면서 "그러나 지금까지 어린이들이 은밀한 전파자일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고 전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 각국에서도 학교 재개를 둘러싸고 엇갈린 대책들이 나오고 있다.
노르웨이에선 지난달 20일 유치원을 개원한 데 이어 같은달 27일 초등학교 1∼4학년 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갔다.
이스라엘은 코로나19 사태로 중단했던 교실 수업을 단계적으로 재개하기로 했다.
프랑스 교육부는 봉쇄 조치를 해제하는 이튿날인 오는 12일에 5∼11세 초등학생의 등교를 가장 먼저 허용한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이후 중고교 중 일부 학년을 등교시키는 식으로 순차적으로 개학을 추진해 5월 25일까지 전 학년을 개학하기로 했다. 네덜란드도 이달 11일 초등학교를 다시 연다.
그러나 미국 내 코로나19 사태의 진앙 격인 뉴욕주는 6월까지인 이번 학기의 휴교를 이어가기로 했다.
이탈리아에선 대학을 비롯한 각급 학교가 새 학기가 시작되는 오는 9월에야 다시 문을 연다. 이탈리아 정부는 싱가포르 사례에서 보듯 성급한 학교 정상화가 `제2의 대유행(팬데믹)`을 초래할 위험이 있다고 판단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한다.
한국 교육부는 코로나19 여파로 두 달 넘게 미루고 있는 초·중·고등학교 등교 수업을 언제 어떻게 시작할지 4일 오후 발표한다. 교육부는 등교 수업도 원격수업처럼 순차적으로 시작하기로 했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코로나19로 인한 학교폐쇄로 악영향을 받는 학생은 이날 현재 177개국 12억6천815만여명으로 전체의 72.4%에 달했다. 이 같은 비율은 지난달 초 91%까지 치솟았다가 최근 일부 지역의 확산세 둔화와 봉쇄완화 조치에 따라 낮아진 것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