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동학 개미 운동`으로 불리는 개인 투자자들의 주식 투자 열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최근에는 주가 하락 때 수익을 내는 인버스 금융상품에도 대거 자금이 몰린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한국거래소와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14일 기준으로 최근 1개월간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상장지수펀드(ETF)는 `KODEX 200선물인버스2X`로, 누적 순매수 금액은 약 1조6천529억원에 달했다.
KODEX 200선물인버스2X는 코스피200 선물지수의 일간 수익률을 `음의 2배수`로 따라가도록 설계된 상품으로,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일명 `곱버스`라고도 불린다.
이외에 KODEX 인버스(3천228억원)와 KODEX 코스닥150선물인버스(3천107억원), TIGER 200선물인버스2X(3천546억원), KBSTAR 200선물인버스2X(1천687억원) 등 다른 인버스 상품들도 순매수 상위 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또 인버스 ETF를 포함해 지수가 하락하면 수익을 내도록 설계된 국내 리버스마켓 펀드 57개에는 최근 1개월간 2조466억원의 투자금이 유입됐다.
주목할 만한 점은 최근 주가가 반등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에 따른 충격으로 지난달 한때 1,450선까지 추락했던 코스피는 최근 한달간 4.83% 상승해 1,850선을 회복했다.
이로 인해 같은 기간 국내 리버스마켓 펀드 57개의 평균 수익률은 -11.44%에 그쳤다.
특히 개인 투자자 자금이 몰린 KODEX 200선물인버스2X의 경우 1개월 수익률이 -14.94%에 불과했고 KBSTAR 200선물인버스2X(-15.32%)와 ARIRANG200 선물인버스2X(-14.79%) 등 다른 인버스 상품들도 수익률이 줄줄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그런데도 여전히 인버스에 자금이 몰리자 일각에서는 투자자들이 2차 급락장을 예상하고 대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실제로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코스피는 2008년 9∼10월 1차 저점을 기록한 뒤 같은 해 11∼12월 기업 신용 위험에 따른 우려로 2차 저점을 형성했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경제지표 악화나 기업 실적 충격 강도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클 것으로 예상한다"며 "단기적으로 증시가 `더블유(W)`자 형태의 횡보 국면에 진입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주식을 대거 사들인 개인 투자자의 경우 인버스 매수를 통해 리스크 헤지에 나섰다고 볼 수도 있다.
앞서 개미들은 지난달 유가증권시장에서 무려 11조1천869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수하며 집계 이래 최대 월간 순매수를 기록했다.
이 기간 개인 투자자는 삼성전자(4조9천587억원), 현대차(7천813억원), SK하이닉스(4천676억원), 삼성SDI(4천562억원) 등을 대거 사들였다.
실적이 탄탄한 대형 우량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에 나선 셈이지만, 순매수 규모가 워낙 컸던 만큼 2차 급락장이 온다면 단기 충격은 불가피한 상황이다.
결국 개미들은 과거 역사적인 주가 급락 사례를 교훈 삼아 미리 `소나기 피하기`에 나선 셈이다.
여기에 `곱버스`를 활용해 한몫 남기려는 투기적 수요까지 유입되면서 인버스 투자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는 모습이다.
그러나 인버스 상품은 투자 위험도가 높은 파생형 상품인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