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일부 국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누그러질 징후를 보이자 봉쇄령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을 구체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섣부른 봉쇄령 완화가 바이러스 재확산의 불씨가 될 수 있다며 신중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국제 실시간 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유럽지역의 누적 확진자 수는 70만7천여명으로 집계됐다. 전 세계 누적 확진자 수의 절반에 해당하는 규모다.
국가별로 보면 스페인이 14만511명으로 가장 많고 이탈리아 13만5천586명, 프랑스 10만9천69명, 독일 10만7천458명, 영국 5만5천242명, 스위스 2만2천253명, 벨기에 2만2천194명, 네덜란드 1만9천580명, 오스트리아 1만2천616명 등의 순이다.
누적 사망자 수도 5만7천여명으로 전 세계 70% 비중을 차지한다.
이탈리아가 1만7천127명, 스페인 1만3천897명, 프랑스 1만328명, 영국 6천159명, 네덜란드 2천101명, 벨기에 2천35명, 독일 1천983명, 스위스 821명, 스웨덴 591명, 포르투갈 345명, 오스트리아 243명, 아일랜드 210명, 덴마크 203명 등이다.
유럽의 바이러스 확산 진원지인 이탈리아를 비롯한 몇몇 국가에서는 신규 확진자 감소세가 비교적 뚜렷하다.
이탈리아의 경우 이날 하루 기준 신규 확진자 수가 3천39명으로 지난달 13일 이래 25일 만에 최저를 기록했다. 한창때 4천∼6천명 수준이던 규모가 거의 절반으로 축소된 것이다. 신규 사망자도 604명으로 전날보다 32명 줄었다.
벨기에도 신규 확진자와 입원 환자가 줄어드는 추세다. 특히 입원 환자 수는 닷새 연속 감소했다.
네덜란드 역시 신규 확진자 증가율이 둔화하는 흐름이다.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바이러스 확산세 둔화 조짐에 봉쇄령을 점진적으로 완화하는 절차를 밟고 있다.
유럽 국가 가운데 처음으로 단계적인 봉쇄 조처 완화 계획을 밝힌 오스트리아에 이어 덴마크도 유사한 계획을 내놨다.
15일 탁아소와 유치원, 초등학교 등의 문을 다시 여는 것을 시작으로 차례로 제한 조처를 풀겠다는 것이다.
체코 역시 봉쇄 완화 카드를 꺼내 들 모양새다.
얀 하마체크 내무장관은 14일부터 자국민의 해외여행 금지 조처를 우선 해제하자고 내각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담 보이테흐 보건장관도 상황에 따라 더 많은 소규모 상점의 영업을 다시 허용하는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전했다.
벨기에, 프랑스, 스페인 등도 어떻게 제한 조처를 완화할지에 대한 검토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단위는 아니지만 지방정부 차원에서는 이미 봉쇄 조처를 해제한 곳도 있다.
오스트리아의 티롤주(州)는 이날부로 주민 외출제한령과 옥외 운동 금지 등의 봉쇄 조처를 해제했다. 지난달 19일 발효 이래 19일 만이다.
귄터 플라터 주지사는 일간 5% 미만의 확진자 증가율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는 점을 해제 사유로 언급했다.
다만, 성급한 봉쇄 해제로 바이러스가 재확산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시각은 여전하다.
이와 관련해 크리스티안 린트마이어 WHO 대변인은 이날 화상 브리핑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가운데 하나는 너무 일찍 대책을 내려놓음으로써 바이러스가 재확산하게 만들지 않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너무 일찍 병상에서 일어나 돌아다니면 병이 도지고 합병증을 갖게 될 위험이 있는 것과 비슷한 것"이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유럽에서 인명 피해가 가장 큰 이탈리아 정부도 내부적으론 이동제한령을 비롯한 여러 봉쇄 조처를 무기한 연장할 수만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다만, 바이러스 확산 상황을 보고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아 시간을 두고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