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건당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억제를 위해 마스크 등 `안면 가리개`(face covering) 착용 권고 지침을 조만간 발표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연일 "스카프가 마스크보다 낫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그러나 이는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의료 분야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만든 지침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는 주장이라고 미 CNN방송이 3일(현지시간) 팩트체크 기사를 통해 보도했다.
CDC가 연방·주·지역의 의료 당국자들을 상대로 만든 `얼굴 마스크 공급 최적화 전략` 지침에 따르면 `의료 인력의 홈메이드 마스크 사용`에 관한 항목에 스카프 관련 부분이 등장한다.
이 지침은 안면 마스크를 구할 수 없는 환경에서 의료 인력이 코로나19에 감염된 환자들을 돌보기 위해 반다나(스카프 비슷한 큰 손수건), 스카프와 같은 `홈메이드 마스크`를 `최후의 수단`으로 쓸 수 있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다만 `홈메이드 마스크`는 감염에 대한 보호 능력이 있는지에 대해 알려지지 않았기 때문에 개인보호장비(PPE)로 간주되지 않는다고 적시했다.
지침은 이어 "이 옵션을 고려할 때에는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며 `홈메이드 마스크`는 얼굴과 턱, 그 밑까지 앞쪽 전체를 가리는 페이스 쉴드(face shield·감염 방지용 안면 보호대)와 함께 착용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설명했다.
CNN은 "스카프가 일부 보호 기능을 할지도 모르지만, CDC는 스카프를 가능한 수단 중 마지막이라고 기술하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스카프가 마스크보다 훨씬 더 효과적인 보호 기능이 있다며 전문가들이 지지하지 않은 의료적 조언을 내놨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과학적 증거나 사실관계에 근거하지 않은 채 자신의 `직감`이나 `본능`에 의존해 특정한 주장을 되풀이하는 스타일이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서 공공장소 내 마스크 착용 권고 쪽으로 궤도를 수정할 가능성을 공개적으로 내비친 뒤 다음날인 31일 마스크 착용이 나쁘지 않다면서도 "스카프도 매우 좋을 것"이라고 불쑥 `스카프 대용론`을 폈다.
전날 브리핑에서도 "여러 가지 측면에서 스카프가 더 낫다. (마스크보다) 더 두껍다"고 거듭 주장했다.
CDC는 코로나19의 미국 내 확산의 급증세에 더해 무증상 감염자들의 전파 가능성에 대한 우려 고조로 인해 `마스크 착용이 필요 없다`는 기존 방침을 번복, 며칠 안으로 새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주장은 N95 등 의료용 마스크 공급 부족 사태 등과도 무관치 않은 것이나, 부정확한 정보 제공으로 자칫 국민을 오도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다만 마스크 착용의 효과에 대해서도 지나친 과신은 금물이라는 경계의 목소리가 코로나19 대응 TF 인사들 사이에서 잇따라 나오고 있다.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 폭스뉴스 방송 `폭스 앤드 프렌즈`에 출연, "대화를 통해서도 바이러스가 퍼질 수 있다는 최근 정보 등에 비춰 마트나 약국 등 밖에 나가서 `거리`를 유지하지 못하게 될 경우 안면 가리개를 착용하는 게 좋다"면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6피트(182.88㎝)의 물리적 거리를 지키는 것이라는 점을 잊지 않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스크 착용은 거리두기에 대한 `추가적`인 개념이지 `대체물`이 아니라고 못 박았다.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대응 조정관도 전날 브리핑에서 "마스크만 쓰면 여러분을 감염으로부터 보호해준다는 그릇된 안전 개념을 갖지 말라"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