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30일 `소득 하위 70% 가구`에 긴급재난지원금 100만원(4인 가구 기준)을 지급한다고 발표하면서도 구체적인 지급 기준과 대상을 확정하지 않아 경계선에 놓인 중산층들 사이에서 혼선이 일고 있다.
대상자 확인을 위해 접속자가 폭주하면서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복지로` 사이트가 마비되는가하면 이틀째 `긴급재난지원금`과 `소득하위 70% 기준` 등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올랐다.
`소득 하위 70% 가구`는 지금까지 정부가 시행한 제도 중에서 단 한 번도 사용하지 않은 자격 기준이라 정부도 명확한 기준을 당장 내놓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위 70% 언저리에 있는 중산층 가운데 경계선에 놓인 이들의 볼멘소리가 나온다.
중위소득 150%는 1인 가구 기준 264만원, 2인 가구는 449만원, 3인 가구는 581만원, 4인 가구는 712만원, 5인 가구는 844만원 수준이다.
다만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 중위소득 150% 초과 가구가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9.1%인 점을 고려하면,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경곗값이 중위소득 150% 이내가 되지 않겠냐는 짐작이 가능하다.
기준 소득이 확정된다고 하더라도 수혜자의 소득을 어떻게 파악하느냐의 문제가 생긴다.
소득만 볼지, 아니면 부동산·금융·자동차와 같은 재산까지 소득으로 환산해 평가할지를 선택해야 한다.
이에 대해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복지나 사회보장 제도에서 소득은 재산과 소득을 모두 감안한 소득인정 개념을 포괄적으로 사용한다"며 "재산과 소득을 합쳤을 때 상대적으로 낮은 소득인 분들이 받을 수 있도록 형평에 맞게 기준을 설정하고 대상자를 가리겠다"고 말했다.
소득뿐만 아니라 재산도 반영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기초연금 등은 `소득평가액`과 `재산의 소득환산액`을 더한 `소득인정액`을 산출해 지원 대상자를 선정한다.
이 제도를 좀 더 자세히 보면, 소득평가액은 근로소득액을 가공한 뒤 사업·재산·공적이전소득 등 기타소득을 합해 산출한다. 재산의 소득환산액은 전·월세 보증금과 같은 부동산· 금융 재산과 3천㏄ 이상 고급 자동차·골프장 회원권 가액을 통해 구한다.
정부는 고액 자산가를 지급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는 소득인정액 방식에 무게를 두고 시뮬레이션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소득 액수 파악 방식을 결정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문제는 남는다. 어느 시점의 소득을 기준으로 정할 것이냐의 문제다.
예를 들어 작년 연간을 기준으로 소득을 판단한다면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급격히 어려워진 가구를 지원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따라서 최대한 최근 소득을 기준으로 두는 것이 좋지만, 이렇게 되면 그만큼 많은 행정 비용이 수반될 수 있다.
정부가 지급한다는 지역화폐, 전자화계 형태의 지역상품권 사용도 문제로 지적된다.
지역상품권은 각 지자체와 계약을 맺은 가맹점에서만 사용할 수 있고 대형마트 등 사용처에 한계가 있어 소비자 불편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온라인에서의 사용이 제한되면 외부활동이 많아 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화폐를 사용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야 한다면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침에 어긋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발표는 했지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 시점이 언제인지도 알 수 없어 4·15 총선을 앞두고 `표심`을 얻기 위한 졸속 행정이라는 비판도 다수다.
문재인 대통령은 앞서 비상경제회의에서 "긴급재난지원금이 신속히 집행되도록 정부는 뼈를 깎는 세출 구조조정으로 2차 추경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며 "4월 총선 직후 국회에서 추가경정예산안이 통과되면 5월 중순 전에 지급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긴급재난지원금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