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증시 또 폭락…’제로 금리’도 소용없어
오늘 뉴욕증시는 우울한 하루를 보냈습니다. 제로 금리와 대규모 유동성 공급이라는 연준의 파격적인 부양책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확산 공포가 그칠 줄 모르면서 폭락 마감한 건데요. 뉴욕증시에서는 몇 년, 아니 몇 십 년에 한 번 있을까 한 '서킷브레이커'가 또다시 발동됐습니다. 지난주 두 차례에 이어서 이번 달에만 세 번째입니다. 오늘 다우지수가 3,000포인트 가까이 빠지는 등 3대 지수는 일제히 11~13% 폭락했는데요. 1987년 이후 최악의 날입니다.
시장은 연준을 비롯한 각국 중앙은행들의 부양책과 코로나19 확산을 지켜봤습니다. 연준은 주말에 긴급 FOMC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100bp 대폭 인하하면서 제로 금리 수준으로 낮추는 동시에, 7천억 달러 규모의 양적완화도 발표했습니다. 또한 다른 선진국 중앙은행들도 달러 스와프 금리를 25bp 내려서 달러의 유동성 공급을 돕기로 했습니다. 이는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사용됐던 대응 방식인데요. 그만큼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이렇게 연준과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공격적인 부양책을 들고나섰지만, 증시의 불안감은 달래지 못했습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퍼지면서 유동성 공급 확대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지배적인데요. 여기에 중앙은행들의 대응책도 다 떨어져 간다는 우려도 큰 상황입니다. (스캔)
국가별로는 간밤에 스위스가 코로나19 확산으로 국가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캐나다에서는 코로나19의 확산을 차단하기 위해서 자국민과 미국인을 제외한 다른 외국인들의 입국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는데요. 이에 따라 올해 상반기 유럽과 미국 등 주요 지역의 경기 침체가 불가피할 것이란 전망도 확대됐습니다.
한편 미국의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온 것도 증시에 불안감을 더 키웠습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은 3월 엠파이어스테이트 지수가 -21.5로 전월 대비 대폭 하락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이는 금융위기 때 이후 11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예상치에도 한참 못 미쳤습니다.
전문가들은 지금 시장이 코로나19에 따라 움직이고 있는데, 부양책이 코로나19 억제에 큰 효과를 줄 수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시장이 안정을 되찾으려면 코로나19의 확산세가 진정되는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IMF, 코로나19 대응에 1조달러 대출 지원
간밤에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전 세계 각국에 코로나19 확산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정책과 통화정책을 주문하면서, 동시에 회원국들을 위해 1조 달러의 대출 자금을 동원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습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IMF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 따르면, "격리와 사회적 거리두기는 코로나19의 공중 보건 여파와 싸우는 데 올바른 처방이지만, 글로벌 경제를 담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많은 정부가 중대한 조치를 내놨지만, 무엇보다 공동의 조율된 조치를 늘리는 것이 글로벌 경제에 자신감을 높이고 안정성을 제공하는 핵심이 될 것이라면서, 세 가지 정책권고안을 제시했습니다.
첫 번째로, 장기간 이어질 경제적 피해를 막는 데 추가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하다면서 유급 병가와 세금 경감을 포함한 정책을 통해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사람과 기업체를 위한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주문했는데요. 그러면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는 G20 국가들의 재정 부양책이 GDP의 2%에 달했다고 소개했습니다.
다음으로 통화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선진국의 경우, 중앙은행의 금융여건 완화와 실물 경제로의 신용 흐름 보장이 필요하다면서 미 연준의 금리 인하와 자산 매입 등의 사례를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흥국과 개발도상국의 중앙은행이 자본 유출과 상품시장 충격의 균형을 맞출 필요가 있다면서, 매우 힘들겠지만 이렇게 외환시장의 개입과 자본흐름의 관리 조치가 이뤄진다면, 이자율과 다른 통화정책 조치를 보완할 수 있다고 권고했습니다. 끝으로 게오르기에바 총재는 "공유와 조율, 협력을 통해서만 글로벌 경제가 안정될 수 있고, 나아가 완전히 건강한 상태로 돌아갈 수 있다"며 국제적인 협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므누신 "증시, 코로나19 사태 끝나면 강한 수요 나타날 것"
유럽증시와 뉴욕증시가 크게 빠지면서, 이번 주 증시는 힘없이 출발 하게 됐습니다. 그래도 지친 투자자들의 마음을 달랠만한 이슈도 있었는데요.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이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는 동시에, 증시에는 강한 수요가 나올 것이라고 전망한 겁니다. 므누신 장관은 간밤에 CNBC ‘매드머니’의 진행자 짐 크래머와의 인터뷰에서 "코로나19 사태는 끝날 것이고, 그 때 시장에는 엄청난 대규모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투자자들은 유동성이 많은 기업을 찾아야 하고, 애플 또한 많은 고객을 갖게 될 것"이라면서 "이는 확실하다"라고 강조했습니다.
므누신 장관의 발언은 뉴욕증시가 또 한번 폭락장을 연출한 가운데 나온건데요. 지난 주말, 연준의 깜짝 파격 금리인하에도 불구하고 오늘 뉴욕증시가 무려 12%나 떨어지면서 또 다시 서킷브레이커가 발동되는 등 투심이 크게 악화된 상황이었기 때문에 투심 달래기에 나선 것으로 보입니다.
므누신 장관은 미국 대형은행들이 현재 시장의 추락을 잘 견딜 수 있다고도 전망했습니다. 그는 "은행시스템이 연준의 결정 이후 상황에 잘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이제 필요한 이들이 유동성을 얻을 수 있는지가 핵심 관건"이라고 말했는데요. 그러면서 "소규모 기업들이 직원들에게 계속 월급을 줄 수 있도록 부양책을 만들었다. 연준이 이 이슈에 대해 앞서가고 있고, 이에 감사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므누신 장관은 "소규모 기업들을 위한 유동성이 최우선 과제"라고 인터뷰를 마쳤습니다.
사실 코로나19 사태로 증시가 끝없이 추락하고 있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끝나면 증시의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그의 말은 어찌 보면 당연할 수도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 재임기간, 증시는 전례 없는 최장기간 랠리를 기록했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이번 사태가 끝나도 기대만큼의 회복이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는 부정적인 전망도 하나 둘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번 므누신 장관의 인터뷰는 충분히 투심의 안정시키는데 기여할 수 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