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26일 `코로나19` 확산 사태의 원인을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으로 지목한 것을 두고 여야는 엇갈린 반응을 보였다.
이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박능후 장관은 미래통합당 정갑윤 의원과 코로나19 사태 확산과 관련해 문답을 주고받던 중 "가장 큰 원인은 중국에서 들어온 한국인이었다. 애초부터 중국에서 들어온 우리 한국인이라는 뜻"이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이는 박 장관이 지난 21일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정례브리핑에서 중국인 입국금지 정책이 반드시 옳지 않다며 "환자들의 감염 요인을 보면 중국에서 들어온 관광객이 감염을 주는 경우도 있지만, 중국을 다녀온 국민들이 감염원으로 작동한 경우가 더 많다"고 한 것과 유사하다.
그러나 박 장관이 국회에서 이런 발언을 내놓자 야당은 자국민을 뒷전으로 하는 문재인 정부의 인식을 고스란히 보여준다면서 맹공에 나섰고, 여당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도 "정략적인 공격"이라며 야당의 공세에 방어막을 쳤다.
통합당 심재철 원내대표는 오후 의원총회에서 "박 장관이 `중국인보다 중국 다녀온 우리 국민이 더 많이 감염시킨다`, `국내에 있는 중국인 감염자 수가 소수라면서 입국 금지는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며 궤변을 늘어놨다"고 비판했다.
심 원내대표는 "바이러스가 국적을 따라 감염시키는 줄 아는 모양"이라며 "문재인 정권의 방역 실패로 국민 목숨이 위협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만희 원내대변인은 논평에서 "발병국 중국의 눈치를 보며 중국인 입국 제한에 미온적이었던 정부의 책임을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일 뿐 아니라, 국내 최초의 우한 코로나 확진자가 중국인이었다는 사실도 무시한 국민 기만"이라고 지적했다.
이윤경 청년부대변인도 "실로 우리 국민 가슴에 못을 박는 망언이다. 이제 중국인이 내 편, 한국인이 네 편이라 한다"며 "코로나 19 사태에 무한 책임이 있는 문 대통령은 방역 실패에 대해 사죄하고 국민 가슴에 대못을 박은 박 장관을 당장 경질하라"라고 촉구했다.
정의당 역시 비판 대열에 가세했다.
강민진 대변인은 구두 논평을 통해 "발원지가 중국임을 배제하고 감염 피해자인 자국민에게 책임을 돌리는 듯한 인상을 주는 경솔한 발언"이라며 "보건 방역 책임자로서 앞으로 더 신중하게 발언하기 바란다"고 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박 장관에 대한 엄호에 나섰지만, 박 장관의 발언이 총선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의 한 중진 의원은 "야당이 선거에 유리하게 하기 위해 정략적으로 정부를 공격하는 것"이라며 "박 장관의 발언은 왜 중국에 대한 입국을 통제하지 않느냐 설명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인데, 정확한 감염경로는 아무도 정확히 알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하지만 전날 홍익표 수석대변인의 `대구 봉쇄` 발언에 이어 박 장관의 발언까지 도마 위에 오르자 총선을 앞두고 악재가 되진 않을까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런 시기에 말들을 잘해야 하는데 구설들이 너무 많다"며 "다들 열심히 하면서도 왜 이런지 모르겠다"고 연합뉴스에 말했다.
다른 중진 의원은 "(코로나 19 확산이) 중국 때문이지 무슨 한국인들 때문이냐. 왜 폭탄을 거기로 돌리느냐"며 "중국 눈치 보느라고 중국 탓을 못 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이게 무슨 선린(사이좋은 이웃 국가)이냐"며 "(코로나 19 발생 지역에서 오는 사람들에 대한) 입국 금지 조치에 대해서 검토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박능후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