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IT인간'은 정재홍 기자의 아낌없는 칭찬과 무자비한 비판이 공존하는 솔직 담백한 IT·전자기기 체험기입니다.》
삼성전자의 두 번째 폴더블폰 '갤럭시Z 플립'. 출시전부터 기대를 한 몸에 받은 만큼 대부분의 스펙이 사전에 유출되기도 했는데요. 접으면 태블릿PC에서 스마트폰이 되는 갤럭시폴드와 다르게 Z플립은 과거 폴더폰을 떠오르게 하는 디자인으로 향수를 자극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지점에서 실용성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습니다. 한마디로 스마트폰을 굳이 접어서 어디에 쓰냐는 거죠. 접어 쓰는 외부 디스플레이가 있지만 모토로라의 '레이저'보다(3인치) 작은 화면은(1.1인치) 고작 알림창 역할밖에 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삼성전자는 '이 기능'으로 걱정거리를 한방에 해결했습니다. 바로 노트북처럼 화면을 고정시키는 '플렉스 모드'입니다.
● "가장 예쁜 접히는 스마트폰"…'주름'도 조금 펴졌다?
갤럭시Z 플립은 주로 디자인에서 먼저 호평을 받았습니다. 미국의 IT전문매체 씨넷(CNET)의 앤드류 호일 기자는 "지금까지 나온 접히는 스마트폰 중 논쟁의 여지없이 가장 예쁘다"고 표현하기도 했는데요. 출시국이 한정된 골드와 톰브라운 에디션을 제외하면 색상이 퍼플과 블랙 밖에 없다는 게 아쉬울 정도입니다. 광고영상 속 제품보다 실물이 더 괜찮은 몇 안되는 스마트폰입니다.
구체적으로 스펙을 살펴보면 6.7인치 FDH+ 디스플레이에 1.1인치 외부 화면을 적용했고, 퀄컴의 스냅드래곤 855+ 프로세서, 8GB 램에 256GB 내장 메모리, 3,300mAh 배터리 용량을 탑재했습니다. 카메라는 1,200만화소 초광각(F2.2), 광각(F1.8) 후면 카메라에 1,000만화소 전면 카메라(F2.4)를 적용했습니다. 접었을 때 두께는 15.4~17.3mm로 갤럭시폴드(15.7~17.1mm)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폴더블폰 최초로 초박막 강화유리(UTG)를 탑재해 폼팩터 혁신을 이뤘다는 점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실제 실물을 비교해보니 머리카락 굵기(30마이크로미터)의 유리를 적용한 덕에 CPI필름으로만 화면을 구성한 갤럭시폴드 보다 가운데 '주름'이 덜했습니다. 다만 주름은 제품을 수개월 이상 써봐야 정확한 평가가 가능합니다. 갤럭시폴드도 처음엔 주름이 깊지 않았으나 6개월가량 써본 결과, 주름이 눈에 띌 정도로 선명해졌습니다.(펼쳐 놓고 장시간 기다리면 조금 펴지긴 합니다) Z플립의 경우, 접히는 화면 면적이 갤럭시폴드에 비해 작아 주름 문제는 상대적으로 덜할 것이라는 예상입니다.
● 길어도 너무 긴 '21.9:9' 화면 영상시청엔 불편
6.7인치 화면이지만 펼쳐 놓고 비교해보면 비슷한 크기의 스마트폰보다 훨씬 길다는 걸 알 수 있는데요. 개인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영상 시청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사람에겐 불편한 점입니다. 시네마틱 비율이 아닌 일반적인 16:9 영상을 시청하면 검은색 띠 형태의 레터박스가 양쪽에 큰 면적을 차지합니다. 갤럭시Z 플립의 가로폭은 73.6mm로 갤럭시S10 플러스와 비슷(74.1mm)하지만 길이가 167.3mm나 되기 때문에(갤럭시S10 플러스 157.6mm) 스마트폰을 세워서 영상을 보기엔 화면이 작습니다. 마치 4.6인치 갤럭시폴드 전면 화면으로 보는 듯한 느낌이죠.
화면을 고정할 수 있는 '프리스탑 힌지' 기능이 영상 시청의 제약을 해소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갤럭시Z 플립에는 갤럭시폴드처럼 화면을 분할해 사용하는 '멀티 액티브 윈도우' 기능이 탑재돼 있습니다. 최대 2개까지 화면을 분할할 수 있는데, 90도 직각으로 화면을 세워놓고 유튜브를 실행하면 화면비율이 조금 넓어집니다. 셀피 기능처럼 화면을 직각으로 세우면 알아서 영상비율이 맞춰지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다는 게 아쉬운 대목입니다.
● '백종원 카메라'보다 좋다…Z플립 셀피 최적화
어느 각도든 고정되는 '프리스탑 힌지'를 통한 플렉스 모드는 영상 시청을 도와주는 한편 셀피를 찍는 데 최적화돼 있습니다. 화면을 직각으로 세우면 알아서 뷰파인더가 반으로 줄어드는 이 기능이 갤럭시Z 플립의 정체성이자 가장 큰 장점입니다. 화면 고정력이 강해 손에 쥐거나 셀카봉을 끼워도 접힌 화면이 흔들리지 않았습니다. 일상 브이로그(VLOG) 등 자신의 모습을 촬영하기에 안성맞춤입니다.
여러 예능 프로그램과 유튜브 등 온라인에 셀피 영상 공급이 늘면서 일명 '백종원 카메라'(캐논 빅시아 미니)는 제 값에 사기도 힘들다고 하는데요.(제품 단종으로 출고가 30만원정도던 카메라가 200만원대에 팔리기도 합니다) Z플립이 4K까지 촬영이 가능한 스마트폰이라는 점에서 화각을 제외하곤 성능 면에서 오히려 낫습니다. 짐벌이나 셀카봉이 없더라도 화면을 접으면 스마트폰을 여러각도에서 잡을 수 있어 높은 위치에서 촬영하는 부감을 찍기에도 편합니다. 화면을 직각으로 세우고 옆으로 눕힌 채로 잡아 캠코더 같이 쓸 수 있다는 점도 재밌는 포인트입니다.
● 갤럭시S20 울트라보다 비싼 '165만원' 가치 있을까
갤럭시Z 플립은 배터리용량이 3,300mAh로 최근 나온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습니다. 실제 브이로그를 30분가량 찍었더니 배터리가 20%정도 닳았습니다. 또 15W 고속충전까지만 가능하죠. 갤럭시폴드처럼 방수방진도 지원하지 않아 여러모로 같이 출시된 갤럭시S20 보다는 성능 면에서 떨어지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가격은 165만원입니다. S20 시리즈 최고사양인 울트라 모델보다 5만원 이상 비쌉니다.
강력한 카메라를 원하거나 일상적인 좋은 스마트폰이 필요하다면 S20 시리즈를 구매하는 게 현명한 판단입니다. 갤럭시폴드 보다는 저렴한 가격에 접히는 화면을 갖춘 폴더블폰을 갖고 싶다면 추천드립니다. 실제로 접으면 3인치 크기의 정사각형이 모양이돼 주머니와 핸드백에 넣기 편합니다.(대신 잃어버릴 가능성은 커지죠) 예쁜 디자인에 끌려 제품 구매욕이 며칠씩 지속된다면 정신건강상 그냥 사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참고로 저는 톰브라운 에디션을 보고 사흘을 참으니 절제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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