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번째 부동산 대책을 내놨다. 이번 규제는 효과를 낼 수 있을까. 유튜브에서 11만 구독자를 모은 `부동산 부자병법` 박병찬 대표(리얼피에셋)와 3년여간 나온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되짚어봤다. 박 대표는 "주택임대사업자 정책은 다주택자에게 막대한 혜택을 줬다. 그러나 결국엔 시장의 매물 잠김 현상만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Q. 가벼운 질문부터 해보자. 유튜브(박병찬의 부동산 부자병법)에서 11만 명의 구독자를 달성했다. 비결이 있다면?
"유튜브 구독자가 급증한 것에 대해 매우 놀랐다.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많이 나왔고 정책으로 벌어질 효과를 예상했다. (예상이) 맞아떨어진 부분들을 높게 봐준 것 같다. 정책은 단기적으로 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정책이 나오면 개인들은 혼란스럽다. 집을 팔아야 하는지, 보유해야 하는지 지침이나 대응방안을 필요로 한다. `정책의 효과를 전망한 것이 도움이 됐다`는 의견이 많았다."
Q. 정책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다. 큰 틀에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평가 어떻게 내리겠나?
"아무리 좋은 약도 부작용이 날 수 있다. 정책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규제로 일관하고 있다. 규제의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수요 억제, 다른 하나는 공급 확대다. 단기적으로 손쉽게 처방하는 방향은 공급확대보다는 수요억제다. 공급은 긴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단기적인 효과를 바라는 수요 억제 일변도가 부작용을 초래했다. 대표적인 부작용이 시장의 매물이 급감한, 매물경색이었다. 시장의 매물이 줄어들기 때문에 적은 거래만으로도 가격 상승이 크게 나타났다. 이렇게 거래가 없다면 소수의 거래만으로도 시세가 과장될 수 있는 부작용이 있다."
Q. 정책을 20회 가깝게 쏟아냈지만, 서울 집값은 결국 크게 올랐다. 가장 큰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가장 아쉬운 점은 `집값을 잡고, 집값을 꼭 떨어뜨려야 한다`는 생각에서 정책이 출발했다는 점이다. 집값을 가장 천천히 오르게 하는 방향을 고민해봤더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집값은 떨어져야 한다`와 `집값은 오르되 천천히 올라야 한다`는 아주 다르다. 집값 안정을 위한 정부의 의지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다만 정책 부작용이 매물 급감과 소수 거래로 인한 호가 상승으로 나타났다. 집값을 가장 천천히 오르는 방향으로 접근하는 `상승 지연책`이 옳았다고 본다. 최근 부동산 가격 상승은 한국만의 일은 아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의 집값 상승률은 그리 높지 않다. 전 세계는 저금리와 유동성 과잉 상태다. 집값이 오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을 인정하고 조금 더 현실적인 대책(상승 지연책)을 내야 했다."
Q. 지난 대책을 하나씩 살펴보자. 8·2 대책 때 `초고강도 규제` 이런 얘기가 나왔다. 하지만 이후 집값이 크게 올랐다. 8·2대책 허점, 어디에 있었나?
"공급 확대를 병행하지 않은 단순 수요 억제책만으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것을 증명했다. 8·2 대책에서는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꺼냈다. 재건축은 투기과열지구에서 조합설립이 인가되면 양도·양수를 못 하게 됐다. 다주택자들이 팔고 싶어도 양도소득세가 최고 68%에 달하다 보니 팔 수가 없었다. 시장 매물이 줄었다. 재건축·재개발·분양권 거래를 막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는 매물이 급감했다. 이것을 우회하기 위해 증여가 늘었다. 증여는 5년간 팔 수 없다. 역시 매물이 잠겼다.
결정적으로 8·2 대책의 맨 마지막 페이지에 `주택임대사업자 등록 유도`라는 내용이 있다.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여러 혜택을 주겠다"며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유도했다. 등록임대주택은 최장 10년 간 매물이 잠긴다. 시장에 나올 매물이 여러 이유로 차단됐다. 결국 어쩔 수 없는 소수의 거래로 호가는 급등한다."
Q. 주택임대사업자 제도가 문제가 많았다고 보는 것 같다.
"주택임대사업자 제도는 현 정부 이전부터 있었다. 하지만 혜택이 그리 크지 않았다. 현 정부는 다주택자를 조준하는 기조기 때문에 당연히 주택임대사업자의 혜택을 축소하거나 없앨 줄 알았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에게 주택임대사업자를 정리하라고 조언했다. 하지만 8·2 대책이 나오고 충격을 받았다. 혜택을 더 늘렸다. 정부가 주택임대사업자로 등록한 다주택자는 투기 세력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이다.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이 폭증했다. (주택임대사업자를 등록하면) 최장 10년간 집을 못 파는데 다주택자 매물이 나올 수가 있겠나. 매물 잠김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이다. 후속 대책으로 주택임대사업자 혜택을 줄였지만 이미 잠긴 매물은 꺼낼 도리가 없다."
Q. 9·13 대책은 어느정도 효과를 보는 듯했다. 하지만 전고점을 뚫고 올라갔다. 9·13 대책도 허점이 있었다는 거다.
"9·13대책은 8·2대책의 강도를 강화한 것이다. 9·13 대책의 핵심은 보유세 중에서 `종합부동산세를 대폭 강화한 것`이다. 보유세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는 것은 맞다. 보유세 부담으로 `이 집을 팔아야겠다`는 생각을 갖게하기 위해서는 양도소득세 중과를 풀어줘야 했다. 보유세 부담은 비를 맞는 것이라면 양도소득세는 폭탄이 터지는 수준이다. `비를 맞고 버티겠다`고 하면서 여전히 매물이 나오지 않는 현상이 발생한 것이다.
Q.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도 짚지 않을 수 없다. 정부는 `새집을 싸게 분양하면 집값이 잡힐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의 득과 실을 따져봐야 한다. 분양가 상한제는 집값을 폭등시킬 수 있는 결과로 돌아올 수 있다. 이유를 몇 가지 살펴보자.
먼저 분양가 상한제로 나올 수 있는 물량 자체가 적다. 재개발·재건축 중에서 조합원 물량, 임대주택 물량을 제외한 `일반분양 물량`이다. 일반분양 물량 자체가 적다는 것이 첫 번째 문제다. 두 번째는 가뜩이나 적은 물량이 상한제가 시행되면 더 급감한다는 것이다. 오는 4월까지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면 상한제를 피할 수 있다. 그전까지는 물건이 나온다. 상한제가 시작되면 재개발·재건축은 더 위축된다. `일반분양을 할 바에 조합원들에게 1+1 분양하는 것이 낫다`고 평가하면서 조합들이 고의로 일반분양 물량을 줄이는 선택을 할 소지가 굉장히 높다.
상한제가 거론되고 시장의 관심은 `신축 아파트`로 향했다. 시장 참여자는 굉장히 빠르고 냉철했다. 상한제가 시작되면 재개발·재건축이 위축되고 새 아파트 공급은 막힌다. 새 아파트의 희소성이 부각될 것으로 봤다.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신축이 오르면 갭 매우기나 풍선효과로 `구축 아파트`까지 오른다. 구축 아파트가 오르면 30년차에 육박하는 `재건축을 앞둔 아파트`도 오른다.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강남 재건축을 잡기 위한 포석인 것은 이해한다. 단, 재건축도 못잡으면서 신축과 구축 아파트 모두 오르는 사태도 맞이할 수 있다."
Q. 그렇다면 현 부동산시장을 다시 안정화할 해법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많은 해법이 있다. 다만 잘못된 정책을 다듬거나 전폭적으로 바꾸는 과정도 필요하다. 지금 집을 팔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하지만 결론은 뭐냐, `양도세 68% 내고서는 팔 수가 없다`는 거다. (인터뷰하는 기자도) 10억 원 올랐는데, 6억 원 넘는 세금 내고서 팔 수 있겠나. 보유세 강화도 좋지만, 최소한 출구는 열어주고 쥐를 몰아야 한다. 또 공급확대 없이 수요억제책만 갖고 집값을 안정시키긴 어렵다.
정부의 공급 대책은 `3기 신도시`다. 3기 신도시도 분양가 상한제 못지않은 부작용이 날 수 있다. 3기 신도시는 서울의 수요를 이동시키겠다는 게 골자다. 그러나 서울 수요가 3기 신도시로 이동하지 않는다면 서울 집값은 못 잡는다. 3기 신도시 지역은 현재 주택이 부족한 곳이 아니다. 정말 집이 필요한 곳(서울)에는 공급이 안 되면서 필요 없는 곳(3기 신도시 지역)에는 대규모 공급이 벌어진다.
정부가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면 3기 신도시 전체를 임대로 전환하는 게 옳다고 본다. 분양하지 말고. 하지만 그런 선택을 하기가 굉장히 어려울 거다. 역대 어느 정권이든 신도시 사업은 땅을 수용한 가격과 이를 택지로 만들어서 건설사에게 판 가격이 크게 차이가 났다. 이(택지비 이윤)를 포기하고 임대로 돌리기는 어려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