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중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관련한 비판적 논조의 칼럼을 문제 삼아 베이징 주재 자사 기자 3명에 대해 추방 명령을 내린 데 대해 실망을 표시하면서도 칼럼이 중국인들의 우려를 촉발했다며 이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19일(현지시간) WSJ에 따르면 WSJ 발행인이자 다우존스 최고경영자(CEO)인 윌리엄 루이스는 이날 자사 기자들을 추방키로 한 중국의 결정에 실망했다면서 외교부에 재고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루이스 발행인이 언급한 외교부는 중국 외교부를 지칭한 것으로 보인다.
루이스 발행인은 "이런 오피니언(칼럼)은 뉴스룸과 독립적으로 발행된다"면서 "추방명령을 받은 그 어떤 기자도 그것(칼럼)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의 오피니언 면은 사람들이 동의하지 않거나 또는 동의하는 의견을 담은 칼럼을 정기적으로 싣는다"면서 "칼럼의 헤드라인(제목)으로 공격을 가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다"고 강조했다.
루이스 발행인은 "그러나 이번 건은 확실히 중국인들에게 놀라움과 우려를 촉발시켰다"면서 "우리는 유감스럽게 생각한다(regret)"라고 덧붙였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9일 브리핑에서 "오늘부터 베이징 주재 WSJ 기자 3명의 외신 기자증을 회수한다"고 밝혔다.
미국 시민권자인 조시 친 부국장과 차오 덩 기자, 호주 시민권자인 필립 원 기자가 대상이다. 이들은 닷새 안에 중국을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다고 WSJ 베이징 지국장 조너선 청이 밝혔다.
중국이 문제 삼은 건 `중국은 진짜 아시아의 병자`라는 표현이 들어간 지난 3일자 칼럼이다.
국제정치학자 월터 러셀 미드 미국 바드칼리지 교수가 기고한 것으로 중국 당국의 코로나19 대응에 대한 비판적 기조에서 작성됐다.
겅 대변인은 "WSJ 편집자는 글의 내용에 더해 `중국은 진정한 아시아의 병자`라는 인종차별적이고 소름 끼치는 제목을 달았다"면서 "이는 중국 인민의 극렬한 분노를 불러일으키고, 국제사회의 광범위한 비난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국은 WSJ 외신기자 3명에 대한 중국의 추방조치를 규탄한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자유 언론은 사실을 보도하고 의견을 표출한다는 것을, 성숙하고 책임있는 국가는 이해한다"면서 "올바른 대응은 반대 논거를 제시하는 것이지, 발언을 억제하는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인들이 누리는 언론의 자유 및 정확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중국인들도 누리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는 18일 신화통신과 CGTN, 중국국제방송, 중국일보 등 5개 중국 관영 언론을 외국 사절단에 지정하는 규제를 가했다.
이렇게 되면 해당 매체는 현재의 미국 내 자산을 등록하고 새로운 자산을 취득할 때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하며 미국 시민권자를 비롯한 모든 직원의 명단도 제출해야 한다. 이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중국 정부의 메시지 전달 및 해외에서의 언론 영향력 확대를 위해 언론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