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책의 중점을 외국으로부터의 유입을 막는 `미즈기와`(水際)에서 국내 검사와 치료로 전환하기로 했다고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들이 16일 보도했다.
일본어로 물가를 뜻하는 미즈기와는 병원균의 국내 유입을 막기 위해 공항이나 항구에서 물샐 틈 없는 방역 대책을 펴는 것을 말한다.
그러나 이미 일본 각지에서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코로나19 환자가 속출하고 있어 외국으로부터의 유입을 막는 방역 대책은 한계를 드러냈다.
이에 따라 일본 정부는 국내 감염자 조기 발견과 감염자 치료를 통한 중증화 방지를 위해 이를 시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을 확충하기로 했다.
일본에서 첫 코로나19 감염자가 확인되고 한 달이 지난 현재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400명을 넘어섰다. 이중 상당수는 요코하마(橫浜)항에 정박한 크루즈선에서 발생했지만, 일본 내 지역사회 감염자도 늘어나고 있다.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오키나와(沖繩)까지 일본의 11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 약 40명에 달하는 환자가 보고됐다.
대표적인 지역 감염 사례로 5명의 감염자가 발생한 와카야마(和歌山)현 소재 사이세이카이아리다(濟生會有田)병원과 9명의 도쿄도(東京都) 거주 감염자가 발생한 놀잇배 신년회를 꼽을 수 있다.
놀잇배 신년회 감염자 중 5명은 택시기사여서 일본 내 대중교통 수단 방역에도 비상이 걸렸다.
가토 가쓰노부(加藤勝信) 후생노동상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13일 이후 일본 내 감염 상황에 대해 명확히 감염경로가 판명되지 않은 복수의 사례가 있어 "지금까지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후생노동성이 감염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사례는 사이세이카이아리다병원 집단 감염과 지바(千葉)현 20대 남성, 홋카이도 50대 남성, 아이치(愛知)현 60대 남성 등 4건이라고 NHK는 전했다.
일본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발원지인 중국 외 지역 전체 감염자의 절반을 차지하는 실정이다. 일본은 방역 선진국이라는 명성에 오점을 남기게 됐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장기화하면 오는 7월 열리는 도쿄올림픽·패럴림픽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일본 정부는 요코하마항에 정박한 크루즈선 `다이아몬드 프린세스`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 대응에도 실패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크루즈선에 탑승했다가 지난달 25일 홍콩에서 내린 80세 남성의 코로나19 감염 사실을 이달 2일 홍콩 당국으로부터 통보받고도 10명의 집단 감염이 확인된 5일에서야 승객들에 대한 객실 대기를 결정했다는 비판이다.
일본 정부는 크루즈선 승객과 승무원 전원에 대한 코로나19 검사 여부를 놓고 갈팡질팡하다가 전날에서야 탑승자 전원 검사를 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정부의 미숙한 크루즈선 집단 감염 사태 대응을 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은 싸늘하다.
급기야 미국 정부는 미국인 탑승자 대피를 위해 도쿄 하네다공항으로 전세기를 파견하기로 결정했고, 우리 정부도 한국인 탑승자를 항공편으로 이송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