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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이태리 천연가죽 제품을 명품으로 부르는 이유

'소재가 명품을 만든다'...고스디자인 정석준의 디자인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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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보통 천연가죽으로 만든 이태리 제품을 명품으로 부른다. 기술과 노하우를 가진 장인들이 한 땀 한 땀 정성스럽게 만들었고 시행착오를 통해 습득한 경험과 기술이 세대를 거쳐 전수되면서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기 때문이다. 제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장인들이 먼저 연구하고 고민했던 것은 바로 가죽이다. 소재에 대한 완벽한 이해가 있어야 명품이 탄생한다는 것을 잘 알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익히 잘 알고 있는 루이비통, 샤넬, 구찌 등의 명품가방이 이태리 천연가죽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아마도 가방의 형태는 장인이 디자인한대로 모양을 유지하지 못한 채 뒤틀리거나 변형이 되었을 것이다. 또한 봉제선은 시간이 지남에 따라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벌어지거나 느슨해 질 것이 틀림없다. 가방의 형태를 잡기 위해 철심이 들어 있는 파이핑(Piping)을 사용하고 색을 내기 위해 다양한 염료로 코팅하는 일반 제품처럼 금새 표면이 떨어져 나가거나 크랙이 발생할 수도 있다. 특히 지퍼로 인한 문제도 발생할 수 있다. 지퍼는 보통 열고 닫을 때마다 가죽에 적지 않는 스트레스를 주기 때문에 천연가죽이 아니면 사용횟수에 따라 봉제부분의 가죽을 늘어뜨릴 수 있고 심하면 가죽에서 떨어져 나간다.
여성들이 명품가방을 살 때 지퍼를 열고 닫으며 손끝으로 전해오는 미세한 감각을 느끼는 것도 지퍼보다는 가죽의 품질을 살피려는 이유기도 하다. 그리고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며 가방에 어떤 물건을 넣고 어떤 옷을 입을지를 상상하고 관찰한다. 많은 물건을 넣고도 그 형태와 색이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명품 브랜드라는 믿음 때문이다. 그래서 이태리 장인들은 천연소가죽을 고집한다. 이것이 소비자에게 최고의 만족감을 줄 수 있다는 것을 경험과 지식을 통해 알기 때문이고 이는 조상 대대로 내려온 전통과 장인정신의 힘에서 기인한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공산품들은 대부분 플라스틱 소재를 사용한다. 다양한 모양으로 쉽게 만들 수 있고 소비자 요구에 즉시적 대응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생산자들은 플라스틱 소재개발에 집중하고 있고 최근엔 후가공이 필요 없는 탄소섬유나 내구성이 보완된 강판, 첨단물질로 떠오른 나노 소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소재가 연구 개발되고 있다. 기술의 발전으로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에 맞춰 소재들도 변신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다양한 소재를 기초로 한 제품을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다. 그렇기에 소재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며 최상의 소재 선택에 집중한다. 어떤 소재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고객의 만족도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여기에 불필요한 공정을 제거해 합리적이고 품질이 좋은 제품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중국동부 지역에는 모소 대나무라는 희귀종이 자란다. 이 대나무는 4년 동안 자라는 키가 고작 3센티미터 밖에 되지 않아 혹시 죽은 대나무가 아닌지 오해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5년째가 되는 해부터는 상황이 달라진다고 한다. 하루에 15센티미터씩 자라 무려 15미터가 넘는 높이까지 성장하는 것이다. 마치 물 만난 콩나물처럼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는 것인데 무엇이 이 대나무를 폭발적으로 성장하게 하는 것일까? 비밀은 뿌리에 있다. 모소 대나무는 성장을 위해 수년간 땅속에서 깊게 뿌리를 내리는 인내의 시간을 가졌고 어느 시점에 이르러서 급격하게 성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장인이라고 불리는 사람들도 모소 대나무와 같다. 그들은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수십년, 수백년에 동안 대를 이어 뿌리를 내린 사람들이다. 빨리빨리 제품을 만들어 파는 것보다 최고의 제품을 만들기 위해 모든 것을 투자했고 최고의 소재를 발굴하는데 힘썼다. 디자이너인 필자도 장인을 본받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천연가죽을 사용하지 않은 제품들처럼 어찌보면 최고의 소재와 최고의 제품을 이어주는 중간인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어느 한쪽도 소홀할 수 없다. 품질이 좋지 않는 소재로는 최고의 제품이 나올 수 없고 최고의 소재가 준비되더라도 디자이너로서의 사명감과 장인정신이 없으면 최고의 제품을 디자인 할 수 없다는 생각은 확고하다. 우리가 이태리산 천연가죽으로 만든 제품을 명품으로 인정하는데 주저함이 없는 것도 최고의 소재와 디자이너, 그리고 최고의 제품이라는 삼박자가 맞았기 때문이다.

단순히 결과물만 보고 그 이전의 과정은 무시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가격이 비싸면 무조건 명품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최고의 명품은 최고의 소재가 있어야 하고 이에 대한 충분한 연구개발과 명품을 만들기 위한 디자인적인 장인정신이 뒷받침이 되었을 때 비로서 탄생하고 그 가치가 빛나게 된다. <칼럼기고> 디자이너 정석준
디자이너 정석준 대표
정석준 대표
㈜고스디자인 대표이사
2014~2020년 우수디자인 전문기업 선정
중국 PDC해외 우수디자인기업 TOP10선정
다수의 국내외 디자인 어워드 수상 (IF,RED,DOT,IDEA,GD)
코리아 디자인 진흥원 제품디자인 분야 컨설턴트
- 염색되는 샴푸, 대나무수 화장품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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